"나쁜짓 안할게요" 서명받는 귀청소방 갔더니

머니위크 김부원 기자 2012.07.0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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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People/장은준-명준석 '미미카키 ' 대표…"퇴폐 아닌 힐링캠프 역할"

대중목욕탕에 가면 목욕관리사가 때를 밀어주고, 네일아트숍에 가면 네일아티스트가 손톱을 손질해준다. 본인이 직접 할 수 있는 일들이지만 기왕이면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 깔 끔하게 정리하려고 전문가에게 맡기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귀지 파는 일은 어떨까. 어릴 적 어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있으면 어머니가 귀지를 파줬던 때를 생각해보자. 왠지 모를 안락함이 느껴진다. 누군가 귀지를 파주는 일은 귓속을 깨끗하게 관리한다는 것 외에 심리적인 편안함도 제공받는 일일 듯하다.



이미 일본에서는 귀지 파는 서비스가 대중화돼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서비스가 최근 한국에도 본격 도입됐다. 일본의 귀지 파는 숍 '야마모토 미미카키 텐(이하 미미카키)' 본점이 서울 지하철 사당역 인근에 오픈한 것.

이 서비스에 매력을 느낀 장은준 미미카키 프랜차이즈 대표가 1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한국에도 서비스를 들여온 것이다. 그리고 명준석 사당본점 대표가 사업파트너로 참여해 힘을 실었다.



사진_류승희 기자사진_류승희 기자


◆서비스는 진화한다

'야마모토 미미카키 텐'은 본래 일본의 만화책 제목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야마모토의 귀지 파는 가게'이다. 이 만화책이 인기를 끌자 실제 일본에서 귀지 파는 숍이 등장했고, 프랜차이즈화 돼 지점이 여럿 생겨난 것이다.

장 대표 역시 만화책을 본 후 이 서비스에 흥미를 갖게 됐고, 사업성을 검토하기 위해 직접 일본으로 넘어가 매장을 찾았다.


"혹시 퇴폐업소는 아닐까 걱정도 했었는데 막상 일본에 가서 서비스를 받아보니 전혀 아니었습니다. 고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뿐 아니라 귀지 청소도 시원하게 받을 수 있는 서비스였죠."

매장을 찾으면 고객은 우선 차(茶)를 대접 받게 되고, 일본 전통 의상 유카타를 입은 관리사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잠시 차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무릎베개를 하고 누우면 관리사가 귓속을 깨끗이 청소해 주는 식이다.

장 대표는 이런 방식의 서비스를 한국 매장에도 똑같이 적용했다. 그는 "타인의 귀지를 함부로 파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사업파트너 중 한명인 베테랑 피부관리사가 일본 매장에서 서비스를 배웠다"며 "한국에 매장을 오픈하면서 관리사들도 철저히 교육시켰다"고 밝혔다.

명 대표 역시 국내에 미미카키 매장이 들어선다고 할 때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그는 "혹시 퇴폐업소는 아닐까, 사업성은 있을까 반신반의 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직접 서비스를 받아 본 후 바로 사업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진_류승희 기자

◆퇴폐업소 아닙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장 대표가 사업을 준비하면서 미미카키 홍보를 위해 미리 개설해 둔 인터넷카페가 있었는데, 이 카페에서 정보를 얻은 일부 업자들이 먼저 사업 아이템을 가로챈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오픈한 매장은 귀지 파는 숍을 가장한 퇴폐업소였다는 사실이다. 결국 얼마 전에는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졌고 '귀청소방'이란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일까지 생겼다.

"매장을 정식 오픈하기도 전에 이런 일이 있으니 솔직히 난감했고 마음 고생도 심하게 했습니다. 그래도 어떤 면에서는 홍보에 도움이 된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건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때 더 많은 고객들이 찾는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매장 내 관리실도 문이 없는 완전 오픈형으로 만들었으므로 '나쁜 짓'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겁니다."

일부 몰지각한 고객이 엉뚱한 행동을 할 경우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다. 명 대표는 "혹시라도 일부 손님들이 퇴폐업소로 착각하지 않도록 '관리사에게 불쾌한 행동 및 말을 하지 않는다'는 동의서 서명을 부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귀지를 파는 동안 안전과 기타 불미스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술에 취한 사람들은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장 대표는 "남녀노소 모두 건전하고 편안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단순히 귀지를 청소하는 숍이 아니라 일상에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마음의 안정도 찾으면서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힐링캠프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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