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금융의 만리장성'을 쌓는 중국

머니투데이 전병서 경희대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2012.06.26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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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스]'금융의 만리장성'을 쌓는 중국


최근 중국이 만리장성을 3배로 늘리는 억지를 쓰고 있다. 북쪽 기마민족들이 군량미로 가져온 양떼가 국경을 넘어오지 못하게 성을 쌓은 것이 만리장성인데 중국은 이젠 육지뿐만 아니라 한국의 이어도, 일본의 센카쿠열도, 필리핀의 황옌다오까지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바다에서도 억지 만리장성을 쌓으려 하고 있다. 지금 중국은 바다의 만리장성에 이어 아시아에 '금융의 만리장성'을 쌓는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요즘 중국 돈의 외출이 무섭다. 중국은 인해전술(人海戰術)이 아니라 중국 돈을 무더기로 쏟아내는 전해전술(錢海戰術)로 치고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중국의 '넘버2'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정부는 시진핑에게 화려한 레드카핏 서비스를 제공했다. 전 세계 어느 나라의 2인자가 시진핑 만큼 미국에서 환대를 받은 적이 있었을까. 미국의 시진핑에 대한 환대는 바로 중국이 1.1조 달러의 미국 정부채권을 보유한 최대 채권자였기 때문이다.



'중국 돈이 말을 하는 시대'가 왔다. IMF의 위기자금 추가출연에 미국과 유럽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중국은 430억불의 돈을 주저 없이 바로 출연했다. 최대 규모다. 최근 홍콩증권거래소는 런던금속거래소를 사버렸다. 지금 세계 M&A시장의 최대 큰손이 중국이다.

그러나 3.3조 달러의 천문학적 외환보유고를 가진 중국은 한번 찔러 볼만도 한데 썩은 사과는 들여다보지도 않는다. 썩은 사과, 유럽의 프랑스와 독일의 지도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중국으로 전화하고 방문해서 유럽에 투자하라고 해도 중국은 특유의 완곡한 어법으로 슬쩍 답을 피하고 사진 찍고 밥만 먹여 빈손으로 돌려보냈다.



서방세계가 불황에 빠져 경기부양에 목매고 있는 사이 돈이 넘치는 중국은 재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의 금융위기를 절호의 찬스로 보고 위안화 국제화에 시동을 걸었다. 금리자유화로부터 무역대금의 위안화 결제, 아시아 국가들과 무관세협정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한 위안화 경제권의 건설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얼마 전 G3 일본이 G2 중국과 무역대금 결제에서 달러를 배제하고 위안화와 엔화로 하기로 합의했다. 홍콩, 싱가포르, 영국에 이어 일본이 중국 위안화의 역외금융시장을 열겠다고 손을 들고 나섰다. 국제거래에서 달러를 배제하고 위안화를 쓴다는 건 그만큼 기축통화 달러의 지위가 약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맹방 영국과 일본이 미국을 배신하고 중국 위안화와 사랑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아세안국가와는 무관세협정을 통해 무역규모를 늘리고, 미국과 친한 한국과 일본은 FTA를 통해 아시아를 중국 경제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공업이 발달한 나라가 후진국에 강요하는 것이 FTA인데, 후진국 중국이 선진국 한국과 일본에 역으로 FTA를 하자고 적극적으로 덤벼드는 것은 꿍꿍이가 있다.


FTA를 체결하면 중국은 공산품교역에서는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아세안과 한국 일본이 위안화로 무역결제를 하면 그때 중국은 대박 난다. 제조업에서 손해 본 것을 금융에서 한방에 만회할 수 있다. 즉 아시아가 빨간 돈, 위안화로 도배하는 날이 오면 중국은 마치 지금 미국이 그러한 것처럼 윤전기 돌려 위안화를 마구 찍어 공짜로 아시아 물건을 사 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눈앞의 이익보다 큰 이익을 위해 멀리 내다보는 중국의 전략이 무섭고 중국 돈의 외출이 두렵다. 유럽은 지금 7%대의 국채수익률로 국가부도가 나네 마네 하는데 중국은 최악의 경우에도 7%이상의 성장을 하는 나라다. 3%성장도 힘겨워하는 한국과 서방세계는 제 앞가림도 잘 못하면서 7-8%성장을 하는 중국이 경제위기에 빠질까 걱정을 한다.

지금 중국은 한국최대의 수출시장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중국경제와 상관도가 90% 넘는다. 중국은 지금 한국에 있어서는 집 앞의 문전옥답일 수도 있고, 잘못 관리하면 입안을 찔러 밥 먹기 조차 어려운 가시가 될 수도 있다. 굴뚝산업, '차화정'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한국은 중국의 금융산업의 변화에는 너무 무덤덤하다. 제조업이 아무리 잘해도 금융이 사고 치면 한방에 가는 것이 지금 세상이다. 한국은 중국 금융의 변화에 매의 눈으로 돈 벌 기회를 살피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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