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12, 獨-그리스 4강전..경기장서 정상회담?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2012.06.2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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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12, 獨-그리스 4강전..경기장서 정상회담?


한국시간으로 오는 23일 새벽에 폴란드에서 치러지는 독일과 그리스 간의 유로2012(유럽 축구선수권대회) 4강전 경기가 스포츠 행사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유로존 최대의 채권국과 채무국 사이의 경기로 이미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참석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20일(현지시간) 네덜란드와의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그리스 신임 총리에 당선 축하의 뜻을 조금 전에 전했다"며 "안토니스 사라마스 총리가 (4강전이 열리는) 그단스크에 온다면 기쁠 것이다.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지는 내가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에게 달려있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율리아 티모셴코 전 우크라이나 총리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탄압에 항의하는 유럽연합(EU) 정치권의 보이콧 때문에 이전 독일 경기엔 참여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유로2012의 공동 주최국이다. 또 유럽 정상들과의 잇따른 회담 때문에 폴란드를 방문할 시간이 없다고 재차 밝혀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의 공식 초청을 받아들였다.

메르켈 총리는 22일 로마에서 열리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간의 4개국 정상회담을 마친 뒤 폴란드로 향할 예정이다. 당초 4개국 정상회담은 축구 경기가 시작된 후 끝날 예정이었기 때문에 이탈리아 정부는 일정을 앞당겼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현재 주 그리스 독일 대사관에선 20일 총리 취임 선서를 한 사마라스 총리가 경기에 참석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지만 그리스 정부로부터 아직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총선에서 2위를 차지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가 그리스 경기 관전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이전에 밝힌 바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기일이 다가오면서 인터넷 상에선 축구팬들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리스 온라인 매체 그릭리포터는 독일과 그리스 축구팬들이 매일 수많은 글을 남기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다수는 이 경기를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경기" 혹은 "부채 더비(debt derby)"라고 지칭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양국 간 미디어 싸움도 불이 붙었다. 독일 최다 부수를 자랑하는 대중지 빌트는 파산을 암시하며 "가난한 그리스인, 우리는 당신을 다시 날려버리겠다"고 전했다. 또 "어떤 구제금융도 뢰브로부터 당신을 지켜주지 못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뢰브는 독일팀 감독인 요아힘 뢰브를 말한다. 앞서 그리스 언론 스포트 데이는 "당신의 채무자가 8강에 진출했다. 앙겔라 기다려라"라고 전하기도 했다.


뜨거운 관심은 양국 간 관계에서 비롯됐다. 상당수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에게 가혹한 구제금융을 앞장서 요구하고 있는 나라가 다름 아닌 독일로 믿고 있다. 그리스는 구제금융의 조건인 긴축정책으로 인해 정부 지출과 연금, 임금 등이 대폭 삭감되면서 하루에만 평균 900명이 일자리를 잃고 있고, 청년층 절반은 직업이 없는 상태이다.

메르켈 총리의 관전으로 미디어의 관심은 들끓고 있지만 정작 선수들은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그리스 대표팀의 미드필더 코스타스 카트소라니스는 AFP에 "우리는 축구를 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며 "모두가 그리스가 처한 위기를 알고 있지만 현재로서 그것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점은 우리는 그리스 국기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고 그리스 국민들을 위해 경치를 치른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한편 상대전적에선 독일이 5승 3무로 월등히 앞선다. 그리스는 조별리그에서 폴란드와 1-1로 비긴 뒤 체코엔 1-2로 졌지만 러시아에 1-0으로 이겼다. 4강 진출을 향한 그리스와 독일 간의 경기는 한국시각으로 23일 오전 3시45분에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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