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업계는 간단히 말해 가격과 서비스의 옵션화 경쟁이다. 또 기존 프리미엄항공사계열의 저가항공사(계열저가항공사)와 독립저가항공사와의 경쟁구도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계열저가항공사들이 역사적으로 잘 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문제는 모기업의 관점을 못 버리기 때문이다. 기존 계열저가항공사는 어쩔 수 없이 모든 관점이 모 항공회사의 수익기반을 은연중에 먼저 생각하며 모든 일을 추진하기 쉽다. 항상 모회사의 밥그릇이 우선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회사에서 온 직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보니 타 저가항공사들과 가격경쟁을 하게 되면 치고 나가지 못하고 항상 뒤따라 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가격할인 경쟁은 결국 현재의 수익구조를 허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독립저가항공사는 모회사가 없으니 당연히 기존 프리미엄항공사의 수익기반을 빼앗는 것이 자신들의 몫이라는 것을 알고 공격을 해야만 한다. 모두 외부 직원들로 모여 만든 독립저가항공사는 자신이 살아 남는 것만 생각하는 관점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90년대 말과 2000년대를 들어 오며 증권업계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일어났다. 인터넷과 IT기술의 발달로 온라인 주식매매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초창기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율로 거래되기도 하였지만 독립 온라인증권사들이 나타나며 이내 수수료율 인하전쟁이 불붙는다. 전쟁은 결국 ‘독립 온라인증권사’ 대 ‘기존 증권사내 온라인사업부’로 좁혀졌고 결말은 우리가 알다시피 독립 온라인증권사의 승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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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기존 증권사내에서 일어난 현상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내살 깎기 식의 수수료율 경쟁에서 기존증권사의 온라인사업부는 항상 뒤쳐질 수 밖에 없다. 모회사의 주수익원이 오프라인매매 수수료인데 그것을 파괴하는 제안을 앞서내기는 어려웠다. 기존 증권사내의 온라인사업은 마치 ‘기존증권사’라는 업보를 안고 싸우는 전쟁이었던 것이다.
저가항공의 시작은 70년 대초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500여대의 항공기를 보유하는 초대형 항공사가 되었지만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저가항공사로 시작하였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저가 항공에서 살아남으려 별나별 방법을 다 동원하였다. 고객서비스에 유머도 서슴지 않았다. “승객 여러분, 기내에 빈자리가 많은 관계로 가능하면 창 쪽으로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경쟁회사들이 우리가 장사가 잘 안 된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말이죠. 부탁합니다.”하는 식이다.
그럼 계열저가항공사들이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관점이 필요할 까. 모회사는 계열저가항공사에 일체의 간섭 없이 완전한 독립경영을 하며 그들에게 때론 서로 경쟁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의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또,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자신들이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것을 실감시켜 주어야 한다. 당연히 계열사는 모회사로부터의 어떤 지원도 기대해선 안 된다.
프리미엄항공과 저가항공, 온라인/오프라인 매매 등 비슷한 사업에서도 기업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바로 이 관점전환이 되지 않아서이다. 내 자식을 캥거루족으로 남게 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