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 팝니다" 요즘 대학생 수천만원 알바가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2012.06.19 11:04
글자크기

대학생들 '명품 정자' 내세워 사례금에 성관계까지..법적 제재장치 미흡

"정자 팝니다" 요즘 대학생 수천만원 알바가


# 키 186/몸무게 73~86kg/혈액형 B/나이 24살/대학생/군대 다녀왔고 꾸준한 운동으로 몸은 튼튼합니다. 개인적으로 자금이 필요해 대리부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외모 준수. 술, 담배 안합니다.

# 두 번째 대리부 지원합니다. 상위권 4년제 졸업하고 올해로 29살. 키 183cm이고 몸무게는 75kg. 많이 먹어도 살 안찌는 체질입니다.



난자를 매매하는 '대리모'에 이어 최근에는 정자거래를 하는 '대리부'가 성행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임신·육아 등의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사이트나 불임카페가 대리부들의 타깃. 이들 사이트를 통해 정자를 제공한다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정자 기증에 대한 보상금액은 소위 부르는 게 값. 학벌, 외모, 가족력, 탈모 유무 등 스펙에 따라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대리부가 선의의 목적(금전 거래가 없는 경우)으로 정자를 제공하면 합법이지만 대부분은 금전을 요구해 불법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더욱이 A급 명문대 생이라고 속인 뒤 불임부부에게 접근해 임신을 빌미로 성관계까지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대리부가 대학생들에게 '신종 아르바이트'로 떠오르면서 브로커까지 등장하고 있다. 브로커들은 단순히 돈만을 목적으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존재, 정자 매매를 부추기고 있다.

무엇보다 불임 부부들이 정자은행을 기피하는 현상도 정자 매매 활성화에 기인한다. 정자은행을 이용할 경우 절차가 까다롭고 기증자에 대한 신상 파악이 안 되기 때문에 비밀이 보장되고 우수한 유전자를 확보할 수 있는 '대리부'를 선호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대리부들이 대가를 요구하면서 온라인상에서 은밀한 거래를 하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국정감사에서 '대리부' 실태에 대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지적이 있었지만 보건복지부에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제도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대리부'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 했지만 시민단체와 전문기관에서 조차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해 제도 개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불법행위에 대해 분기별로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했지만 이 또한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 복지부 확인 결과 대리부로 지금까지 적발·처벌된 사례는 없었고 포털에 요청해 해당 글을 삭제하라고 지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적발 시 3년 이하의 징역의 조치가 내려지게 되지만 인터넷 정자 매매는 당사자들이 부인하면 입증이 불가능해 적발 사례가 거의 없다"며 "불법이지만 돈으로 거래했다는 물증을 잡아내기 어려워 적발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