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금자리주택의 불편한 진실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2012.06.1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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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보금자리주택의 불편한 진실


 "'래미안 강남힐즈'를 눈여겨보고 있어요. 서울 강남에 위치하니 입지는 말할 것도 없고 보금자리 아파트여서 분양가도 상대적으로 저렴할 것 같아서요."

 한 분양 홍보대행사 팀장에게 넉달 전 들은 얘기다. 당시에는 주택형, 분양가 등 정보가 거의 공개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강남 보금자리'라는 수식어는 분양가, 입지를 보장하는 '흥행보증수표'가 됐다.



 그로부터 4개월 뒤 업계의 관측대로 '래미안 강남힐즈'는 1, 2순위 동시청약에서 3.5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마감됐다. 지역내 인근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다는 인식을 심어준 홍보의 결과다. 결국 기업은 기회를 만들고 잘 살린 덕에 좋은 과실을 얻게 됐다.

 문제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의 '비용'은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는 반면 '특혜'는 특정 계층과 세대에게 집중된다는 점이다. 그린벨트는 도시 주변 환경 보호를 통해 도시민의 쾌적한 삶과 주거여건을 보장하기 위해 지정됐다. 그런 만큼 그린벨트 해제시 녹지비율 축소, 도시의 무질서한 팽창 등의 사회적 비용이 수반된다.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보다 긴박한 명분을 내세우며 이 비용을 감수하기로 결정했다. 따져봐야 할 것은 진짜 '서민 주거 안정'을 달성했는가 여부다.

 쉽게 "그렇다"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전매제한과 거주의무기간 완화, 분양가 상승, 민간건설사 공급에 따른 청약제한 완화 등으로 실수요자를 엄선해 공급한다는 당초 명분이 흐려졌기 때문이다.

 '래미안 강남힐즈'의 경우 1순위 청약은 가점제와 추첨제로 나뉘어 진행됐다. 때문에 이미 주택을 보유한 집주인들에게도 청약 기회가 주어졌다. 저렴한 가격 대신 치러야 했던 일종의 페널티격인 전매제한과 거주의무기간도 1년으로 대폭 줄었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주택을 공급하려 했지만 정작 이 혜택은 최고 8억원에 달하는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는 소수 계층에게 집중됐다. 공공의 자산인 그린벨트를 특정 계층을 위한 '혜택'을 보장하는데 훼손하는 게 오늘날 보금자리주택의 불편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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