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피랍에 로켓포 공격까지"…목숨건 5천억불 수주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2.06.1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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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역군 칭호속 건설기업의 희생·노력… 말라리아 등 풍토병 예사

↑한국수자원공사와 삼성물산 건설부문, 한국종합기술, 서영엔지니어링 직원 등 한국인 8명을 포함한 14명을 태운 헬기가 추락한 페루 고산지역 와야와야(Hualla Hualla) 모습.↑한국수자원공사와 삼성물산 건설부문, 한국종합기술, 서영엔지니어링 직원 등 한국인 8명을 포함한 14명을 태운 헬기가 추락한 페루 고산지역 와야와야(Hualla Hualla) 모습.


페루에서 한국수자원공사(K-Water)와 삼성물산 건설부문, 한국종합기술, 서영엔지니어링 직원 등 한국인 8명을 포함한 14명을 태운 헬기가 추락,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지난 6일 오후 페루 남부 푸노지역에 있는 수력발전소 건설현장을 돌아본 뒤 쿠스코 지역으로 돌아오던 중 고산지역 와야와야(Hualla Hualla)에서 연락이 두절됐다. 이들은 수력발전소 건설현장이 고산지대에 위치해있어 도보로는 접근하기가 힘들자 헬기를 이용했다.



이번 희생자들은 세계 각국을 누비며 수력발전소, 도로, 철도 등 다양한 기획제안형 인프라 개발사업을 발굴하던 해외건설 역군이라는 점에서 새삼 해외건설 종사자들의 희생과 노력을 되돌아보게 된다.

특히 내전 중이거나 정정이 불안한 국가일수록 위험 소식이 많이 들려온다. 철저한 보안대책을 세우고 진출하지만 갑작스런 정정 변화로 어떤 위험에 닥칠지 알 수 없기 때문. 국내 건설사들의 진출국가중 내전 등의 분쟁이 있었던 국가는 리비아, 이라크, 나이지리아, 아프가니스탄, 수단, 시에라리온 등이 대표적이다.



리비아의 경우 지난해 초 카다피 전 대통령을 축출하는 과정에서 정정이 불안해진 사이 현지인들이 국내 건설사들의 현장을 피습, 점거한 뒤 기물을 파손하고 약탈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후 리비아 내전으로 확산되면서 현장을 지키기 어려워지자 1000명이 넘는 한국인 근로자들은 연합군 폭격과 강도들의 습격 위험 속에서 차량으로, 배로 현지를 탈출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근로자들은 현장 훼손을 막고 발주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을 지키기도 했다.

건설기업들의 이같은 생사를 건 현장 지키기는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다. 대우건설 (3,735원 ▼75 -1.97%)은 1986년 미국이 리비아를 맹폭할 때에도 트리폴리와 벵가지에서 공사를 중단하지 않았다.


현대건설 (32,200원 ▼1,000 -3.01%)은 1991년 걸프전이 한창일 때 이라크에 진출한 건설사 중 가장 늦게 철수했고 SK건설은 2003년 전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당시 미국의 이라크군 폭격 때도 현장을 고수했다.

2006년과 2007년에는 나이지리아에서 반군 등에 의해 국내 건설근로자들이 납치됐다가 석방되는 일이 반복됐다. 돈을 노린 나이지리아 반군과 지역주민들은 2006년 6월 한국인 근로자 5명, 2007년 1월 한국인 근로자 9명, 2007년 5월 한국인 직원 3명을 각각 납치했다가 돈을 받고 석방해주기도 했다.

당시 국내 건설사들의 현장에는 로켓포가 발사돼 폭발이 일어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고 한 기업의 직원은 이 과정에서 총상을 입기도 했다.

탈레반 반군이 활동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도 한국 건설근로자들의 피랍 소식이 들려왔다. 2010년 하반기 3차례에 걸쳐 국내 건설사 소속 건설 근로자들이 무장괴한으로부터 공격을 받거나 납치된 사례가 보고된 것.

1000억달러에 달하는 재건물량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라크는 테러위험 때문에 지사 설립도 어렵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이라크에서는 보안기업이 없으면 공사를 수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고 공사 발주에 보안(시큐리티) 비용이 포함돼있을 정도로 안전 문제가 현안이다.

삼성엔지니어링 (23,800원 ▼250 -1.04%)은 지난 3월 러시아 루크오일(Lukoil)이 발주한 10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웨스트꾸르나 가스-오일 분리 플랜트(GOSP)를 수주, 현재 인력을 파견해 보안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건설 수주 5000억 달러 달성의 잔상들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내전으로 인한 위험뿐 아니라 오지에 진출하는 특성상 말라리아, 댕기열 등 풍토병으로 병을 얻고 돌아오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수력발전소의 경우 자원하는 직원들도 많지 않을 정도로 근무여건이 최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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