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와 노모의 아직도 끝나지 않은 승부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2.06.0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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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호의 체인지업]

↑ LA 다저스 시절 박찬호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항상 다저스타디움의 외벽을 장식하는 스타였다. 가운데가 박찬호. 왼쪽은 마이크 페터스, 오른쪽이 에이스 케빈 브라운이다.↑ LA 다저스 시절 박찬호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항상 다저스타디움의 외벽을 장식하는 스타였다. 가운데가 박찬호. 왼쪽은 마이크 페터스, 오른쪽이 에이스 케빈 브라운이다.


한화의 박찬호(39)는 한국프로야구 첫해 현역 선발 투수로 당당하게 활약하고 있으나 어쨌든 은퇴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2016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헌액 후보가 된다. 199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는 후보 조건인 10년 이상(17년) 활약했고 2010년 피츠버그를 마지막으로 떠나 은퇴 후 5년이 지나야 한다는 것이 2016년부터 충족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서로 존중하는 관계이면서도 늘 경쟁 비교가 됐던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42)는 박찬호보다 2년 앞선 2014년 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노모도 자신의 12년 메이저리그 경력 중 7년을 LA 다저스에서 보냈기 때문에 다저스 유니폼으로 헌액 되기를 원할 것이 틀림없다.



현실적으로 박찬호와 노모 모두 뉴욕주 쿠퍼스타운에 있는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것도 아니고 불가능하다.

그러나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찾는다면 그것은 각각 한국과 일본에서 태어난 사상 최초의 메이저리거라는 의미에 100승을 돌파했다는 사실이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의 투표권을 가진 기자들이 박찬호와 노모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역사적인 가치와 세계 야구계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시아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해준다면 유례가 없는 ‘기적’을 일으켜 줄 지도 모른다.

이미 부와 명예를 모두 이뤘던 박찬호가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반드시 124승을 올리고 은퇴하겠다며 피땀을 흘렸던 이유도 기록을 영원히 남기겠다는 목표와 무관하지 않다.

박찬호는 피츠버그 소속이었던 2010년 10월2일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원정 경기에 구원 등판해 3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4승째를 거두면서 통산 124승째를 기록했다.


그가 등판한 시점이 3-1로 앞선 5회 말이었고 선발 투수가 4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고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박찬호에게 1승을 주기 위한 존 러셀 감독과 동료들의 배려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박찬호는 124승 째를 거둔 뒤 “메이저리그에서 124승이 그렇게 위대한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정말 특별한 기록이다. 올 시즌 안에 124승째를 거두는 것이 힘들겠다고 생각했으나 나는 해냈다. 처음 미국에 왔던 17년 전이 떠오른다.”고 밝혔다.

바로 그 124승째가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가 메이저리그에서 올린 123승을 뛰어넘는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다승 기록이다. 현재로서는 박찬호의 기록을 깰 투수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시즌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다르빗슈 유(26)가 미래의 강력한 후보이다. 그런데 그는 이란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혼혈이다. 신장이 196cm로 동양인 체형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명예의 전당에는 207명의 위대한 선수들이 헌액 돼 있고 그 중 생존 인물은 65명에 불과하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모든 선수들의 꿈은 명예의 전당으로 가는 것이다.

LA 다저스가 2013년부터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박찬호의 초창기가 떠오른다. 2013년에는 배터리를 이뤘던 포수 마이크 피아자와, 외야수 숀 그린, 2014년 노모, 2015년 에이스였던 라몬 마르티네스, 2016년 박찬호 순이다.

이 가운데 16년 통산 2127안타, 427홈런, 1335타점을 기록한 마이크 피아자는 첫 투표에서 헌액될 것이 유력하다. 노모는 123승109패, 평균 자책점 4.24, 박찬호는 124승98패, 평균 자책점 4.26을 기록했다.

박찬호와 노모가 헌액 조건인 득표율 75%를 얻는 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불가능하다. 득표율이 5%에 미치지 못하면 더 이상 후보가 될 수 없다.

궁금한 것은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출신으로 새로운 역사를 쓴 박찬호와 노모가 각각 몇 퍼센트의 지지를 얻느냐 이다. 세계 최고 무대라며 자존심 세고 콧대 높은 메이저리그 베테랑 기자들의 시각과 잣대가 과연 어떤 것인가를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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