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 떠난 평창…땅값만 더 떨어졌다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2012.06.0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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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계올림픽 유치타고 호가만 올려놔 거래 실종
- 공시지가 올라 세금 부담↑ … 실수요자 망설여
- 땅값 4년간 80% '뚝' 금융위기때보다도 떨어져


 "그 많던 기획부동산, 지금 죄다 떠났더래요. 호가만 잔뜩 올려놓고 거래가 안되니까 별 수 없이 짐싼 거래요."



 강원도 평창군 소재 A중개업소 대표는 한숨만 푹푹 쉬었다. 지난 30일 국토해양부가 전국 251개 시·군·구 중 평창군이 두 번째로 높은 개별공시지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발표와 딴판이어서다. 거래는 실종됐고 땅값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평창 일대 땅값은 과거 두 차례의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 과정에서 크게 뛰었고 지금은 한창 떨어지고 있다"며 "하필 이런 상황에서 (개별공시지가 산정에) 반영돼 투자매력이 더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공시지가는 취득·등록세·양도소득세·재산세 과세의 기준이다. 때문에 공시지가 오르면 세금 부담도 커져 매수세 유입을 막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획부동산 떠난 평창…땅값만 더 떨어졌다


 기획부동산이 떠난 평창군 일대가 몸살을 앓고 있다. 동계올림픽 유치로 기획부동산이 대거 유입돼 호가를 높였지만 거래로는 연결되지 않아 도리어 땅값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 기획부동산이 날뛰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정작 실수요자들을 움츠리게 하는 문제를 야기했다는 게 평창 인근 중개업소의 공통된 설명이다.

 실제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발표됐던 지난해 7월 1423건이던 강원 평창군 토지거래건수는 올 4월 912건으로 크게 줄었다. 강원도 전체 토지거래건수도 지난해 7월 1만91건에서 올 4월 8702건으로 13% 감소했다.

이같은 거래 감소는 기획부동산이 호가를 높인 탓이라고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는 지적했다. 평창군 소재 B중개업소 대표는 "기획부동산이 땅값을 높이는 작업을 하면서 예전에 3.3㎡당 10만원이던 땅의 호가가 20만원까지 치솟았다"며 "이렇게 되니 매수자들이 거래를 꺼리게 돼 거래 실종사태가 빚어졌다"고 말했다.


 기획부동산 난립으로 평창군 대관령면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수요자들에게 부정적 선입견만 심어줬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홍천 소재 C중개업소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역은 강원도 전체의 0.4% 면적인 평창군 대관령면, 정선군 북평면 일대에 불과한데도 수요자들은 강원도 전체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줄 안다"며 "홍천·원주 일대에 펜션 수요가 많은데도 이런 오해 때문에 외지 투자자들이 선뜻 못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거래가 안되니 가격하락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현재 평창군의 지가는 농지의 경우 3.3㎡당 10만원 정도, 관리지역은 3.3㎡당 10만∼20만원선이다. 이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소식이 전해진 지난해 6~7월보다 20% 정도 떨어진 가격이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D중개업소 대표는 "동계올림픽 두 번째 유치시기인 2007년 기획부동산이 평창군 진부면과 봉평면의 맹지(도로가 나지 않은 땅), 임야 등을 쪼개 3.3㎡당 30만원대에 팔아치웠는데 지금 그 땅은 5만원에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며 "토지는 아파트만큼 자주 거래되지 않아 1년에 몇% 떨어졌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4년새 80%가 떨어졌으니 매년 20% 정도는 하락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하락세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게 평창군 일대 중개업소의 공통된 설명이다. 토지 양도소득세가 2013년 1월1일을 기점으로 현행 35%에서 종전 66%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진부면 소재 E중개업소 대표는 "거래도 없는 와중에 세금부담까지 커지면 누가 땅을 사겠냐"며 "기획부동산에 속아서 토지를 매수한 손님에게는 그냥 그 땅 없다고 생각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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