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vs구청장 시유지 유상임대 '전면전' 가나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12.05.24 11:43
글자크기

구청장협의회측 "재정악화·법적소송" 강력반발...서울시 "그대로 진행"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치구에서 무상 임대해 사용하는 시유재산을 유상으로 전환하기로 하자 서울시구청장협의회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공공목적으로 사용 중인 시유재산에 대해 사용료를 부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24일 광진구청에서 제96차 전체회의를 열어 서울시의 시유지 유상임대 방침에 대해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앞서 시는 지난달 30일 내년부터 신규로 임대하는 시유재산에 대해선 유상임대를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현재 무상임대로 사용 중인 시유지에 대해선 유예기간을 거쳐 유상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25개 자치구가 사용하고 있는 시유재산은 총 326필지, 78만4483㎡에 이른다. 성북구가 19만9935㎡로 가장 넓었고, 구로구 10만2826㎡, 영등포구 7만9324㎡, 마포구 7만6400㎡, 서대문구 7만42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시가 거둬들이는 시유 재산에 대한 사용료는 연간 95억원에 달하며, 이를 자치구별로 나누면 평균 3억8000만원에 해당된다.



이에 대해 25개 구청장들은 "시유재산에 대한 유료화로 자치구의 재정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대료만큼 재정지출이 늘어나는데도 자치구의 열악한 재정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공공의 신뢰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자치구에서 무상사용 중인 시유재산은 대부분 비영리 공익시설로 사용료 부과 시 시설 이용자인 구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자치구의 세입은 감소하고 세출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시유재산 유료화는 자치구 재정운영에 과도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성 구로구청장도 "자치구가 쓰고 있는 시유재산은 공공재산으로 봐야 한다"며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로 쓰고 있는 땅도 시유지로 돼 있는데 이런 땅에도 사용료를 물리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구청장들은 아울러 "사용료 부과에 따른 토지소유권 등을 둘러싼 법적소송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관선 시장 때 시유지를 구로 넘겨주기로 했는데, 부시장 방침으로 유상으로 전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춘희 송파구청장도 "지난번 협의회에 박 시장이 참석해 시 권한을 가능한 자치구로 이양하겠다고 했는데 임대료를 받겠다는 것은 이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협의회는 이에 따라 유상주차장 등 수익사업시설을 제외한 비공익사업에 대해선 무상임대가 가능하도록 서울시에 건의키로 했다. 또 구민회관, 공원 등 공공시설에 대한 실태조사를 거쳐 자치구에 무상이관을 요청키로 했다.

고재득 구청장협의회장(성동구청장)은 "시유지 유상임대 방침을 반드시 고쳐야 할 사항"이라면서 "박 시장을 만나 구청장들의 의견을 그대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유상임대 방침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시 고위관계자는 "시유지 유상임대는 재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최저 임대료율(1%)과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등 자치구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