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저커버그 거품, 누가 만들었나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2012.05.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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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전 세계 유수 일간지를 장식한 사진 한 장이 있었다.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맨 백인 젊은이와 장식 없는 하얀 드레스에 면사포를 쓴 동양인 여성. 바로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와 약혼녀 프리실라 챈의 결혼식 사진이다.

자신의 집 마당에서 치러진 이 결혼식은 페이스북 주식만으로 20조 원을 거머쥔 청년 갑부의 결혼식 치고 조촐하기 짝이 없었다. 미국식 윌리엄 왕세자 부부 같은 '신데렐라 웨딩'을 기대했던 걸까. 달랑 사진 한 장 남긴 이 깜짝 결혼식에 전 세계가 놀랐다.



[기자수첩]저커버그 거품, 누가 만들었나


# 저커버그의 결혼식 전날은 페이스북이 주식시장에 상장되던 날이다. 기업공개(IPO)의 주관사에 금융사 31곳이 참여할 정도로 시장의 관심은 뜨거웠다.

하지만 기대는 쉽게 무너졌다. 거래 첫 날 주가가 공모가인 주당 38달러 선에 머물더니 둘째 날은 11%, 셋째 날도 9% 가까이 급락 마감했다. 결국 데뷔 사흘 만에 시초가의 4분의 1이나 추락했다.



최근 유럽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인 탓을 감안하더라도 고평가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회에 IPO 때마다 주관사들이 경쟁적으로 공모가를 부풀리는 관행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벌써부터 '페이스북 거품'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주가수익배율(PER)은 74배로, 애플의 13.7배, 구글의 18.6배에 비해 턱없이 높다.

저커버그가 결혼식을 IPO 다음날 올린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재산 분할을 원활히 하기 위한 치밀한 계산이 깔린 것이라고 보도했다.


저커버그는 IPO 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돌 때 옷차림으로도 구설수에 올랐었다. 평소 즐겨 입는 후드티를 입고 나타나 '무성의하다', '최고경영자(CEO)로서의 미숙함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등 비난을 받았다.

후드 티와 터틀넥 스웨터의 차이라고 하기엔 저커버그와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를 보는 대중의 시선이 같은 '캐주얼'이라도 달라도 너무 다르다.

후드 티를 '트레이드 마크'로 인정받으려면 저커버그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아 보인다. 그 전에 거품이 있다면 조기에 걷어내야 한다. 기성세대 스스로가 만들어 낸 '환상'이란 거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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