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에 170(보증금 3000만원, 월세 170만원), 집주인이 그거 아니면 안된다는데 별 도리가 없네요. 이전에 왔던 손님들도 결국 다들 포기하고 돌아갔어요."
지난 24일 오후 1시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A부동산 중개업소. 신혼집을 구하러 온 김모씨(28)가 중개업자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매물이 부족한 전형적 공급자 우위 시장인 전세시장에서는 집주인이 원하는 방식을 따라야만 계약이 성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등을 모두 합한 전체 주택의 월세 거래량은 4만300건으로 지난해보다 2.5%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세 거래량(8만2700건) 증가율(1.3%)보다 2배가량 높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데다 경기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마저 사라지자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이 뚜렷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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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통계에는 고시원·원룸텔 등 보증금 없는 월세는 포함되지 않아 실제 월세계약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전·월세 거래량 통계에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보호받기 위해 관할 관청에 신고하는 '확정일자'를 받는 가구만 거래량 지표에 잡힌다.
국토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요즘은 500만원, 1000만원의 적은 월세 보증금을 납부했더라도 확정일자를 받는 추세지만 고시원이나 원룸텔 중 상당수는 거래량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월세 계약을 강요받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서민경제 악화는 필연적이라고 지적한다. 전세의 경우 계약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지만 월세는 다달이 임대료를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사실 전세는 월세보다 세입자에게 훨씬 유리한 제도인데 전세가 줄고 월세가 늘어나는 것은 세입자의 주거안정이 그만큼 악화됐다는 의미"라며 "임대인의 월세 수입에 세금을 부과하고 임차인의 월세 지출에 대해선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등 전세의 월세 전환을 저지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