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한국 증시에 상장했다면

머니투데이 최명용 기자 2012.05.22 16:56
글자크기

[최명용의 씨크릿머니]

나스닥에 상장한 페이스북이 화제다. 페이스북은 상장 둘째날 급락하며 공모가를 밑돌았으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200억달러 우리돈 약 22조원에 이르는 재산을 갖게 됐다는 소식 등으로 관심을 모았다.

페이스북이 한국 증시에 상장했다면


상장에 앞서 한국에서 페이스북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도 회자됐다. 일부 증권사는 페이스북 주식을 직접 투자할 수 있다며 해외주식 투자 마케팅도 벌였다.



페이스북의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거래첫 날 종가는 공모가인 38달러를 조금 웃돈 38.23달러였고 둘째날엔 11%나 하락한 34.04달러를 기록했다. 페이스북의 공모가가 적정하지 않았다며 실패한 IPO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을 한국 증시로 옮겨보면 어떨까. 페이스북의 공모가는 주가수익배율(PER)로 76배 수준이었다. 주가수익배율은 주당 순이익 대비 주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동종업종 내 주가의 적정 여부를 비교하는 지표다. 공모가를 산정할 때 동종업종 기업의 PER을 비교해 주가를 매긴다.



구글 애플 등의 주가수익배율은 20배 수준이고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종목들의 평균 주가수익배율은 약 10배 남짓하다. 페이스북이 한국 증시에 상장했다면 현 주가보다 1/7(PER 10배의 경우) 혹은 1/3~1/4(PER 20배) 수준의 공모가를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이 70배에 달하는 공모가를 그대로 인정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페이스북이 한국 증시에 상장했다면 공모가는 7000원(약 6달러) 높게 잡아도 1만4000원(12달러) 안팎으로 정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공모가의 85~200%에서 결정되는 시초가는 200%로 치닫도록 주간사가 '관리'를 했을 테고 최소 3만원까진 치솟았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증시에서 많은 공모주 주가 흐름이 이렇다. 이정도 상승률을 보여야 '성공'한 IPO라 불린다.

주식은 위험자산이다. 주가 하락의 위험이 있는 대신 고수익을 기대하는 게 주식 투자다. 이상하게 공모주 시장만 위험이 거의 없다. 공모주 투자에 나서면 무조건 이익을 얻는다는 게 공식처럼 돼 있다. 공모주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노력이 투영된 결과다.


주식 시장은 투자자들에겐 투자의 장이지만 기업들에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다. 적정 공모가를 인정해 줘야 기업들은 필요한 자금을 적절하게 조달할 수 있다. 그래야 한국판 페이스북도 나오고 벤처신화가 다시 탄생할 수 있다.

IPO 시장이 오랫동안 침체를 겪고, 한국거래소가 해외 기업 상장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도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