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점 포화시대..'투자형 창업' 이탈리안 레스토랑 부상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2.05.2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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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미스, 전문 아카데미 설립해 쉐프 인력 공급

#. 얼마전 대기업 고위 임원으로 퇴직한 박민수씨(가명)은 요즘 고민이 깊다. 수억원의 퇴직금을 받았지만 돈굴릴데가 마땅치 않아서다. 부동산 시장은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고, 주식을 하자니 '유럽발 위기' 소식에 불안하다.

결론은 역시나 창업이었다. 그러나 별다른 요리 기술도 없고 오랜 임원 생활로 '서비스 마인드'가 떨어 지다보니 아이템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한마디로 '수익도 어느 정도는 올리면서 품위까지 유지할 수 있는' 아이템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 대기업 고위 임원 퇴직자나 전문직 남편을 둔 주부, 건물주 등 목돈을 쥔 사람들 사이에서 '투자형 창업'이 신사업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3억~5억원 이상의 여윳돈을 가지고 은행이자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재테크성 창업이라는 점에서 1억원 이하의 '생계형 창업'과 차원이 다르다. 건물주의 경우 1층에 세련된 인테리어 매장을 들여놓을 경우 부동산 가치를 높일 수 있어 일석이조다.



요즘 대표적으로 찾는 아이템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얼마전까지 대세였던 커피전문점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주목받고 있다.

다만 독립점포는 초보 창업자들에겐 만만치 않다는 게 문제다. 우선 매장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요리전문가(쉐프) 관리가 어려워서다. 쉐프와 갈등을 일으키면 매장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런 난점들을 해소하고 나선 프랜차이즈가 '블랙스미스'다. 국내 커피점 최다 매장을 가진 카페베네의 '제2 브랜드'인 블랙스미스는 자체적으로 '블랙스미스 아카데미'를 운영, 쉐프를 양성하고 있다.


이 아카데미에는 △이론교육실 △조리실 △메뉴개발실 △음료개발실 △롤플레잉실 등이 마련돼 전문요리사 뿐 아니라 매장 운영 매니저까지 양성하고 있다. 이곳에서 블랙스미스의 주메뉴인 화덕피자 10여종과 파스타 15여종, 그릴요리 7종 등을 비롯해 정기적으로 개발되는 신메뉴의 레시피를 배우게 된다.

5년 이상 경력의 요리사만 들어갈 수 있고, 이 과정을 수료한 요리사 1명과 홀 매니저 1명이 전국 블랙스미스 매장에 배치된다.

지난해 11월 본격 론칭한 후 반년만에 14개 매장을 오픈하고 16개 매장을 준비 중인 블랙스미스는 가맹점이 늘면서 인력 양성에 한층 분주해졌다. 내년까지 매장 100개를 오픈하고 최대 350개까지 늘려나가겠다는 게 블랙스미스 목표다.

김선권 대표는 "정통 이탈리안 요리를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쉐프를 대거 양성해 가맹점주의 운영을 쉽게 해주는 것은 물론, 각 가맹점마다 음식의 맛과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해 브랜드의 통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블랙스미스는 일급요리장이 필요 없는 '간편조리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특징이다. 이탈리아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소스를 메뉴별로 본사에서 직접 공급한다. 간단한 레시피로 전문 주방장을 쓰지 않아도 돼 통상 인건비의 15%를 절감할 수 있다.

블랙스미스의 창업비용은 198㎡ 기준 4억4000만원 선이다. 창업 가능한 최소 매장 면적은 198㎡이며 통상 330㎡ 수준을 유지할 방침이다. 현재 예비창업주 30여명이 매장 오픈을 대기하고 있다고 블랙스미스는 전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중산층의 투자형 창업이 늘고있는 이유는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춘 우량 프랜차이즈 가맹본사가 증가하면서 업계가 점차 성숙되어 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초기 비용이 높은 만큼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영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꼼꼼히 체크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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