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공짜 모터쇼' 보려면 강남경찰서로?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12.05.2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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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署 주차장 각종 사건 관련 고급차 집결… 집 한채 값 "촉수 엄금" 경고 붙여놔

강남경찰서 주차장에 서있던 메르세데스 벤츠는 옵션 장착에 따라 한 대 3억7000만원을 호가하는 '슈퍼카'로 국내에 손꼽을 정도로 적은 수량이 들어와있다.강남경찰서 주차장에 서있던 메르세데스 벤츠는 옵션 장착에 따라 한 대 3억7000만원을 호가하는 '슈퍼카'로 국내에 손꼽을 정도로 적은 수량이 들어와있다.


서울 강남경찰서가 외제차 모터쇼 집결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수억원대의 벤츠 등 웬만한 집 한 채 가격이 넘는 외제차들이 주차장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강남경찰서의 '외제차 쇼'는 민원인의 차량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건 관련 압수품으로 경찰이 장기 보유하고 있는 차량. 36년전 지어져 가뜩이나 좁아터진 주차장 탓에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뒤 '잠시 맡아둔 슈퍼카'가 대부분이다.



23일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 주차장에 있던 3억7000만원짜리 벤츠 차량은 소유권 문제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 잠시 보관하고 있는 상태였다. 현재는 수사가 종결돼 소유주에게 돌아간 상태다. 경찰은 주차장 주위를 오가는 사람들이 압수차량을 건드려 재산상 손해라도 발생할까봐 앞면 유리에 "촉수 엄금, 형사1팀 XXX"라는 경고문을 붙여놨었다.

차량의 높은 가격 때문만이 아니라 사건 압수품의 확실한 보관을 위해서도 외부와 격리된 주차장이 필요한 상황. 하지만 강남서 형편에서는 '언감생심'이다.



지난 21일 강남경찰서 주차장에 세워진 수많은 외제차들 중 종종 '형사2팀 압수품' '촉수엄금' 등의 경고문이 꽂혀있는 차들이 발견됐다.지난 21일 강남경찰서 주차장에 세워진 수많은 외제차들 중 종종 '형사2팀 압수품' '촉수엄금' 등의 경고문이 꽂혀있는 차들이 발견됐다.
경찰서 건물의 노후와 좁은 공간으로 신축을 추진중이지만 부지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서가 지어질 때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땅값이 신축에 발목을 잡고 있다.

강남서 관계자는 "강남서 경찰관들도 주차장이 좁아 대다수가 인근 탄천의 1만5000원짜리 월정기주차증 끊어 이용한다"고 말했다. 주차증 발급 비용은 업무비용으로 지원되지 않는다. 관계자는 "새로 지을 경찰서에는 지하로 주차장을 넓게 만들어 사건 관련 압수차량 등도 보다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강남경찰서가 쓰고 있는 건물은 1976년 완공됐다. 서울시 교통정책연구팀에 따르면 서울시내 등록차량이 9만4715대에 불과하던 시절.


현재 서울시 등록차량은 297만8000대로 36년 전보다 30배 넘게 늘어났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차량으로 주차공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구 자체 예산으로 신축공사를 진행하는 구청과 달리 경찰서는 지방경찰청과 본청에 계획서를 올린 후 기획재정부의 심의를 받아 공사에 착수하게 된다. 다른 관공서에 비해 자금사정도 어렵고 공사 추진과정도 복잡하다.

강남서 관계자는 "경찰서는 비단 치안기관일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서비스시설이기도 하다"면서 "민원실 등 일부 대민 부서가 들어갈 부지만이라도 구청 등 지자체에서 도움을 준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서 신축 시 지자체의 지원에 관한 법 조항이 없어 당분간 구청의 도움을 바라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복합행정타운 형식으로 행정기관이 한 곳에 모이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현재처럼 강남경찰서가 구청과 따로 있는 상황에서는 경찰서 건물을 신축하는 데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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