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원장이 시시콜콜 트위터를 날렸다면 지지율은 어떻게 됐을까. 아마 지금보다 더 낮아지는 쪽일 가능성이 높다. 밖으로 향하는 말은 글에 비해 탈이 많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붙어사는 부부도 말 한마디에 토라질 때가 많은데 140자로 제한된 말이야 더 그럴 것이다. 오해하고 부풀려지고 편가르기 십상이다. 청소년들 사이에 ‘카톡 중독’이 생기고, 카톡이 왕따를 만드는 수단이 된 것도 한국 IT문화에 말이 너무 많아 생긴 탈이 아닐지.
최근 페이스북은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를 주고 한 기업을 인수했다. 이 회사는 직원이라고 해야 11명밖에 안되고 아직 돈도 한 푼 못 버는 스타트업(초기기업)에 불과하다. 업력이 2년 채 안 된다. 인스타그램(Instagram) 이야기다. 우리 눈에는 사실 별 게 아닐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필터를 통해 좀더 멋진 느낌이 나도록 만들어서 다른 사람과 나눠볼 수 있도록 한 모바일 앱이다. 이런 회사를 직원 1인당 1000억원씩 쳐서 산 셈이다.
1순위로 거론되는 핀터레스트(PINTREST)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진공유 서비스이다. 패션 요리 여행 등 관심사별로 사진을 올리고, 의견을 나누고, 내 페이지로 손 쉽게 가져올 수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에 이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일 정도로 대중적이다.
텀블러(TUMBLR)라는 회사도 빠지지 않는데, 트위터의 단점인 글자 수의 제한 없이 마치 블로그처럼 글과 사진을 손쉽게 편집해서 올릴 수 있다. 트위터의 위상을 따라잡았다는 평가도 있다. 또 150명 이하 친구들만 등록할 수 있고, 친구들만 대화 내용을 볼 수 있어 ‘미니페이스북’으로 불리는 패스(PATH), 수백만 곡의 음원을 무료로 들으며 친구들과 리스트를 교환하고 곡을 추천할 수도 있는 스포티파이(SPOTIFY)도 자주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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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공통점은 내지르는 말보다는 마음을 두드리는 글과 사진, 음악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 소셜미디어 진화의 방향은 감성과 공감, 그리고 다양성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모바일 시대는 기술 대 기술의 경쟁이 아닌 듯하다. 오히려 문화 대 문화의 경쟁이 아닐까. 양자택일의 문화에서는 소셜미디어의 진화도 어렵지 않을까.
한국인 최초 구글 직원으로 현재 구글북스, 구글무비 등을 총괄하는 정기현 프라덕트매니저는 “이제 기술에 관한 한 불가능은 거의 없다. 문제는 쓰는 사람이다. 한국의 IT와 미국 IT의 차이는 쓰는 사람의 차이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IT를 쓰는 사람들은 여전히 말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