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시시콜콜 트위터했다면 지지율은?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유병률 특파원 2012.05.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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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한국 IT엔 말이 너무 많다

편집자주 IT가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삶의 양식과 관계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중심이 실리콘밸리입니다. 오늘부터 매주 한차례 실리콘밸리 유병률 특파원이 그 변화의 스토리를 전합니다.

안철수, 시시콜콜 트위터했다면 지지율은?


페이스북이 글에 가깝다면 트위터는 말에 가깝다. 사람들의 이용태도가 그렇다는 얘기다. 페이스북을 열 때는 ‘글’을 남기고 싶어서일 때가 많고, 트위터를 열 때는 ‘말’을 하고 싶어서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트위터는 들어주고 옮겨주는 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고, 페이스북은 공감해주는 친구가 많을수록 좋다. 페이스북이 안으로 담는 쪽이라면, 트위터는 밖으로 내지르는 쪽이다. 둘은 말과 글처럼 같은 듯 다르다.

안철수 원장이 시시콜콜 트위터를 날렸다면 지지율은 어떻게 됐을까. 아마 지금보다 더 낮아지는 쪽일 가능성이 높다. 밖으로 향하는 말은 글에 비해 탈이 많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붙어사는 부부도 말 한마디에 토라질 때가 많은데 140자로 제한된 말이야 더 그럴 것이다. 오해하고 부풀려지고 편가르기 십상이다. 청소년들 사이에 ‘카톡 중독’이 생기고, 카톡이 왕따를 만드는 수단이 된 것도 한국 IT문화에 말이 너무 많아 생긴 탈이 아닐지.



한국보다 SNS문화가 앞선 미국에서는 트위터보다 페이스북이 더 사랑 받는다. 말발보다 글발이 더 통한다는 얘기일 수 있다. 실리콘밸리 IT관계자들은 그 이유가 문화의 다양성 때문이라고 전한다. 생각과 스타일의 스펙트럼이 넓을수록 소통의 수단도 다양해지고 한쪽으로 쏠리는 법이 적다는 것. 역으로 시시콜콜 지르고 쏠리는 양자택일의 문화에서는 말발이 다른 소통 수단보다 강력하다. 그래서 다른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이 발전할 여지가 줄어든다. 혹시 SNS시대 한국IT가 주춤한 것도 말이 너무 많아서가 아닐까.

최근 페이스북은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를 주고 한 기업을 인수했다. 이 회사는 직원이라고 해야 11명밖에 안되고 아직 돈도 한 푼 못 버는 스타트업(초기기업)에 불과하다. 업력이 2년 채 안 된다. 인스타그램(Instagram) 이야기다. 우리 눈에는 사실 별 게 아닐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필터를 통해 좀더 멋진 느낌이 나도록 만들어서 다른 사람과 나눠볼 수 있도록 한 모바일 앱이다. 이런 회사를 직원 1인당 1000억원씩 쳐서 산 셈이다.



이런 실리콘밸리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소셜미디어의 거대한 진화가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세계적 IT기업조차 뒤쳐지는 게 아닌가 조바심 낼 정도로 말이다. 요즘 이 곳의 관심사는 ‘넥스트 인스타그램’은 과연 어디일까라는 것인데, 그럴 때마다 빠지지 않는 스타트업들의 면면을 봐도 그렇다.

1순위로 거론되는 핀터레스트(PINTREST)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진공유 서비스이다. 패션 요리 여행 등 관심사별로 사진을 올리고, 의견을 나누고, 내 페이지로 손 쉽게 가져올 수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에 이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일 정도로 대중적이다.

텀블러(TUMBLR)라는 회사도 빠지지 않는데, 트위터의 단점인 글자 수의 제한 없이 마치 블로그처럼 글과 사진을 손쉽게 편집해서 올릴 수 있다. 트위터의 위상을 따라잡았다는 평가도 있다. 또 150명 이하 친구들만 등록할 수 있고, 친구들만 대화 내용을 볼 수 있어 ‘미니페이스북’으로 불리는 패스(PATH), 수백만 곡의 음원을 무료로 들으며 친구들과 리스트를 교환하고 곡을 추천할 수도 있는 스포티파이(SPOTIFY)도 자주 거론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내지르는 말보다는 마음을 두드리는 글과 사진, 음악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 소셜미디어 진화의 방향은 감성과 공감, 그리고 다양성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모바일 시대는 기술 대 기술의 경쟁이 아닌 듯하다. 오히려 문화 대 문화의 경쟁이 아닐까. 양자택일의 문화에서는 소셜미디어의 진화도 어렵지 않을까.

한국인 최초 구글 직원으로 현재 구글북스, 구글무비 등을 총괄하는 정기현 프라덕트매니저는 “이제 기술에 관한 한 불가능은 거의 없다. 문제는 쓰는 사람이다. 한국의 IT와 미국 IT의 차이는 쓰는 사람의 차이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IT를 쓰는 사람들은 여전히 말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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