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다 까먹고" 신애라, 교육사업 접은 이유가…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12.05.1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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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학교폭력예방 팟캐스트 MC '개념 연예인' 신애라 씨


-"부모되는 준비 너무 안돼 있어…'부모면허증' 꼭 필요"
-"부모의 잘못된 사랑·공부 스트레스로 아이들 삐뚤어져"
-"학교폭력 방관자도 가해자… 책임교사는 부모가 돼야"


"돈도 다 까먹고" 신애라, 교육사업 접은 이유가…


엄마로서, 아내로서, 또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똑소리 나는 연예인이 있다. 탤런트 신애라씨(43)다.



최근 드라마에서 다섯살 연하남과의 러브라인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여전한 미모를 자랑하지만 현실에서 신씨는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1학년, 6살 세 아이를 둔 엄마다. 첫째 정민 군을 낳고 밑에 딸 둘은 입양을 했는데, 딸들을 잘 키우고 싶어 꽤 긴 시간동안 연예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신씨는 교육철학이 남다르다. 극성스럽게 '국영수' 공부를 강요하지 않고 아이의 재능을 찾아주려 애쓴다.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일 때 1년간 홈 스쿨링을 했고, 중학교는 인성을 중시하는 대안학교에 보냈다.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초등학생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려고 직접 교육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사회봉사 활동도 열심이어서 탈북자 돕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신랑 차인표씨와 함께 진정한 '개념 연예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씨는 최근에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학교폭력예방 팟캐스트 MC'를 제안받고 흔쾌히 수락했다. 제목은 '신애라와 함께하는 필(必)통(通) 스쿨'이다. 세 아이의 엄마로서 학교폭력 예방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싶어 나섰다. 총 6편 중 3편은 이미 방송이 나갔다.

10일 4편 녹음을 위해 강남구 논현동의 모 스튜디오를 찾은 신씨를 만나 학교폭력 등 이런저런 교육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평소 관심이 많았나요.
▶세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까 당연히 관심이 많죠. 큰 애를 키우면서 교육에 대해 '이런 게 안타깝다' 하는 점들을 많이 발견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교육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학교폭력을 줄이려면 학생, 학부모, 교사 중 누구의 노력이 가장 중요할까요.
▶1차적으로 부모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해 학생뿐만 아니라 그 부모도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법이 바뀌었다는데 적극 동의합니다. 사회에 면허증이 많이 있는데 부모 면허증도 꼭 필요해요. 결혼할 때도 부부의 면허증이 필요하구요. 면허증이라는 말이 웃길 수 있겠지만 그만큼 부모교육이 절실하다는 생각이에요.

정부나 종교기관 같은 곳에서 부부를 대상으로 현실적인 교육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특히 아기를 갖게 된 부모한테는 육아의 기본적인 부분들을 가르쳐주구요. 저만 해도 첫 애 낳았을 때 육아에 대해 아무도 얘기를 안해주더라구요. 육아 관련 서적은 현실과 너무 떨어진 부분이 많았구요. 그래서 굉장히 혼란스러웠어요.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 구체적인 교육이 있으면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는 게 훨씬 더 수월하고 기쁨, 축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거에요.

-'설마 우리 애는 학교폭력과 관련이 없겠지'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정민이는 학교폭력과 상관 없는 대안학교로 보냈어요. 하지만 우리애만 잘먹고 잘살면 되는 건 아니니까, 함께 다 같이 어울려 사는 세상이니까 우리 애만 안심지역에 넣었다고 좋아할 건 아닌 것 같아요.

사실 제가 학교 다닐 때도 학교폭력은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필통스쿨'하면서 알게 된 것은 저희 때와 달리 학교폭력 가해자 아이들이 주류가 됐다는 거에요. 가해자 아이들은 손가락질의 대상이었지 학교 문화를 형성하는 주류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주류가 됐다고 하더군요.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그런데 이걸 많은 부모님들이 모르세요. 이걸 아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텐데….

아이들은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 크게 세 부류에요. 방관자는 문제가 없다가 아니라 '무언의 가해자'라는 걸 알아야 할 것 같아요. 부모가 이를 인식하고 아이들에게도 철저히 교육을 시켜야 해요. '묵인하고 있는 방관자도 가해자다'라고 제대로 의식교육을 시킬 수 있는 부모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신 거죠.
▶네. 아이들이 학교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긴 하지만 선생님은 보조교사가 아닐까요. 책임교사는 부모가 돼야 한다고 봐요. 선생님들이 그 많은 아이들을 어떻게 다 책임지겠어요. 학교는 그야말로 공부를 배우는 곳이고 그것만으로도 벅찬 측면이 있잖아요. 책임교사는 부모, 학교는 보조교사라는 의식을 좀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물론 부모님들도 바쁘고 힘드시죠. 그런데 부모가 돈 버는 이유가 자녀 잘 키우자고 하는 거니까 자녀교육을 좀 더 우선 순위에 놓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중·고등학교 때 가르치면 늦어요. 이미 머리가 다 커서 바로잡기가 너무 어렵거든요. 제가 볼 때는 초등학교 때 (인성) 교육을 해야 돼요. 학교폭력도 초등학교 때, 약한 행동일 때 잡는게 훨씬 쉬울 거에요.

-오늘 방송은 '우리 아이들 마음속 이야기'인데요.
▶애들이 삐뚤어지는 이유는 두 가지에요. 자기 자식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누가 있겠어요. 하지만 잘못된 사랑이 많아요. 내 기준의 사랑인 거죠.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안먹고 안입고 키웠는데…, 너한테 전부 쏟아부었는데…' 이런 식의 사랑이에요. 아이는 그렇게 해 달라고 한 적이 없거든요. 아이한테 필요한 진정한 사랑이 뭔지 부모가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또 하나는 과다한 학업 스트레스에요. 아이들은 달란트(재능)가 다 다르거든요. 어떤 애는 음악 잘하고 어떤 애는 미술 잘하고. 직업도 정말 세분화돼 있구요. 그런데 모든 부모가 우리 아이 달란트가 공부 잘하는 달란트이길 바래요. 이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공부를 이 정도는 해야겠다, 이런 과목은 배워야겠다 이런 식이 아니고 무조건 다 공부를 잘하도록 강요해요. 못하면 잘하게 만들려고 이 학원 저 학원 보내면서 뺑뺑이를 돌리구요. 아이의 진짜 재능이 뭔지 먼저 발견해 주는 게 중요한 데 말이죠. 그러기 위해서 아이와 끊임없이 얘기하며 소통하는 게 중요하겠죠.

사실 애들이 스트레스 받아야 할 건 따로 있어요. 인성에 관한 것. 그런 스트레스는 받아야겠지만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위험해요. 100점 맞으면 뭐 사줄께 이런 게 제일 위험해요. 결과를 놓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과정을 관심있게 지켜봐 주는 게 중요해요.

-내일은 '입양의 날'인데요, 한말씀.
▶저 같은 경우는 특별한 일도 아니고 칭찬받을 일도 아니에요. 왜냐하면 핏덩이 신생아를 키우면 (내가 낳은 아이인지 아닌지) 정말 까먹거든요. 입덧이나 출산 고통 없이 생긴 아이들이라 진짜 감사할 뿐이죠. 오히려 낳아준 부모께 제가 감사하다고 얘기해야 할 입장이구요. 애를 지우는 부모도 많은데.

정말 칭찬받아야 할 분들은 이미 다 큰 아이들을 입양하는 부모들이에요. 그리고 남자 아이들, 아픈 아이들 입양하는 분들…. 형편이 어려워도 참사랑으로 입양하는 분들이 정말 박수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낳은 아이랑 똑같이 사랑할 자신이 없어서, 형편이 안좋아서 입양을 못하겠다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 형편이 좋아서 입양하시는 분들은 많이 못봤어요. 아이들은 돈보다는 지속적인 사랑이 더 필요하거든요. 보육원에서 크는 것보다는 훨씬 낫구요. 내가 지금 줄 수 있는 사랑을 충분히 주겠다는 소박한 마인드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입양 부모들에게 법적, 의료적 혜택도 좀 더 줬으면 좋겠구요.

-나중에 작은 공동체나 대안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계신 게 있나요.
▶아직은 막연하게 생각하는 수준이에요. 함께 하고싶은 사람들이랑 자주 모이긴 해요.

-소유 중인 강남 빌딩에 교육시설들을 입주시켜서 '놀이교육'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셨는데 지금도 진행 중이신가요.
▶아뇨. 지금은 그냥 건물주로만 있어요. 제가 갖고 있는 이상과 현실이 너무 달라서 돈만 다 까먹었어요.(웃음) 신랑이 '그 정도면 됐다'고 하고 저도 더 이상 까먹을 돈도 없고. 저는 초등학교 애들이 마음껏 어떤 공간에서 자기 달란트를 찾으면서 노는 교육을 상상했는데 초등학교 부모님들은 아무도 안 보내더라구요. 다들 '국영수' 학원 보내느라구요. 영유아들만 많이 왔어요. 저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려는 뜻은 아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접었어요. 영유아를 대상으로 비슷한 일을 하시겠다는 분이 있어서 사업양수도를 다 써줬어요. 한 가지 남는 건 그래도 건물이 술집이나 그런 곳이 되지 않고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고 해서 좋아요.

-이번 대선에는 어떤 교육공약이 나와야 할까요.
▶공약은 다들 너무나 멋지죠. 문제는 현실성이 있느냐인 것 같아요. 내 아이가 바로 해당이 되느냐 여부, 현실에 근접한 공약이 좋다고 생각해요.

■'신애라와 함께하는 필통스쿨'은 교과부 페이스북(www.facebook.com/mest4u) 및 아이튠즈 팟캐스트를 통해 제공받을 수 있다. 5월 한 달간 매주 수요일 업데이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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