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대공원에서 불티난 '치킨'

머니투데이 정지은 기자 2012.05.0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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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브랜드 P업체에서 일하는 박성민씨(61)는 어린이날인 5일 오전 11시쯤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을 찾았다. 박씨의 손에는 1만5000원짜리 양념·후라이드치킨 4마리가 담긴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박씨는 지하철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1번 출구 앞을 서성이며 “치킨사세요”를 외쳤다. 그는 “돗자리 펴고 먹기에도 좋고 쓰레기 처리도 간편해서 많이 찾는다”며 “원래 오전에는 장사를 안 하는데 오늘은 일부러 일찍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날 어린이대공원 정문 앞은 박씨 이외에도 치킨 장사에 나선 브랜드만 총 5개였다. 직원 5명을 동원한 업체도 있었다. 이들은 미리 치킨을 포장해둔 쇼핑백이나 박스를 양손에 쥐고 공원을 찾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치킨 장사에 나섰다.

박씨는 “다른 업체에선 아르바이트생 여러 명을 동원한 모양”이라며 “순식간에 팔려나가는걸 보니 오늘이 치킨업체 대목이긴 대목인가 보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손에 든 치킨을 모두 판매하면 오토바이를 타고 다시 인근에 위치한 치킨집으로 가서 새 치킨을 들여오는 방식으로 장사를 이어갔다.

박씨에 따르면 3년 전만에도 미리 포장해둔 치킨을 가져와 판매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박씨는 “예전에는 전화주문을 받으면 정문 앞에서 주문한 손님에게 배달하고 끝이었는데 요즘은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치킨브랜드 K업체 건대점에서 일하는 김모씨(29)도 이곳에서 “치킨 한 마리에 1만5000원입니다”를 외쳤다. 김씨는 이날 오전부터 동료 1명과 함께 치킨 장사를 했다.


김씨는 “며칠 전 가게 회의 중 어린이날 공원에서 치킨을 팔아보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예상대로 잘 팔리고 있어 가게에서도 계속 치킨을 튀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판매한 치킨 수량에 대해서는 “가게에서 가져온 치킨이 떨어지면 바로 오토바이를 타고 가져오는 중이라 정확한 판매량은 알 수 없다”며 “평일에 비해서 빠른 속도로 잘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치킨브랜드 K업체 망원동점은 1만7000원짜리 치킨세트를 2000원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했다. 이곳에 나온 업체 직원은 총 5명. 이들은 이날 오전 승용차를 이용해 어린이대공원 정문 근처에 치킨 100마리 이상을 가져다놓고 팔았다.

일곱 살 짜리 딸과 함께 공원을 찾은 시민 이나영씨(37·여)는 “가족끼리 소풍와서 먹기 좋을 것 같아 한 마리 샀다”며 “번거롭게 주문할 필요 없이 바로 구입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송파구에서 온 김정민씨(43)는 “아이들과 놀다가 간식으로 먹어야겠다”며 치킨 두 마리를 샀다. 그는 양손에 치킨 쇼핑백을 들고선 “때 아닌 치킨장사 전쟁이 벌어진 것 같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김씨는 “지금은 아홉 살인 큰 아들이 유치원 다닐 때만해도 이렇게 공원 앞에서 치킨 장사를 크게 하는 것은 못 봤는데 색다른 광경”이라며 “이제는 어린이날도 치킨집 대목인가 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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