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림산업 법정관리, 해묵은 숙제 남겼다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2.05.05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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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과정, 채권단-PF대주단 이해관계 조율 난항

지난 2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중견건설업체 풍림산업 (0원 %)이 오는 9월 법원으로부터 회생 여부를 최종 판정 받는다.

이번 풍림산업의 법정관리는 채권단과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주단의 감정싸움까지 번지는 등 전반적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숙제도 남겼다.



5일 풍림산업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채권단과의 협의 등 회생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하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을 적용, 4개월 뒤인 9월초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풍림산업의 모든 채무는 동결될 뿐 아니라 직원들의 임금 지급마저 중단된다.

워크아웃을 진행 중이던 풍림산업은 지난달 30일 기업어음(CP) 423억원을 갚지 못했고 마지막 시한인 지난 2일에도 자금 마련에 실패하면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인천 청라지구 주상복합아파트인 '풍림 엑슬루타워'와 충남 당진 '풍림아이원'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게 풍림산업을 법정관리로 몰고 간 직접적 원인이 됐다.



이 사업장에 PF 대출을 한 KB국민은행과 농협이 분양대금 계좌가 시행사와 공동 명의로 돼 있는 만큼 시행사의 합의 없이는 돈을 내줄 수 없다고 버티면서다. 풍림산업은 시행사와 공사비 출금을 위해 협상을 진행했으나 끝내 합의하는 데 실패하면서 법정관리로 내몰렸다.

채권은행들이 부족한 자금을 대신 지원해주려면 내부 결제 등을 거치는 데만 2주일 넘게 걸려 해결을 위한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했다. 이 과정에서 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PF 대주단인 KB국민은행은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우리은행은 풍림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KB국민은행 등 대주단을 비난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풍림산업의 유동성 부족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채권은행들이 17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해 아파트를 준공할 수 있도록 해줬다"며 "그럼에도 PF 대주단은 시공사와 시행사 간 분쟁을 핑계로 정상적인 공사비 지급을 미루면서 풍림산업의 유동성 부족에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KB국민은행도 즉각 반박자료를 냈다. KB국민은행은 "공사대금 지급은 시행사와 시공사의 합의가 있어야 돼 이를 중재했지만 결국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우리은행이 풍림산업의 법정관리 원인과 책임을 대주단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채권단과 대주단 사이 풍림산업 법정관리 책임을 놓고 '네 탓'이라고 떠넘기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동안 워크아웃 시스템이 갖고 있던 구조적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해당 기업으로부터 받을 빚이 있는 채권은행이 워크아웃을 주도하는 가운데 건설 사업장에서 이뤄지는 PF 대출 금융회사들은 이해관계가 달라 일종의 알력이 늘 존재했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채권단이 PF 대주단에게 워크아웃 일정을 따르도록 할 법적 강제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각자 계산법이 다른 양측의 불편한 관계는 다른 기업들에서도 누적돼 왔고 결국 이번에 표면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풍림산업이 지난해 삼부토건 사례처럼 법정관리를 철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위원회 등 감독당국이 조율에 나설 것이란 판단이다. 이와 관련, 풍림산업 관계자는 "현재로선 법정관리를 철회할 방법도 없고 어떤 얘기도 들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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