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과 지옥 오간 '송도'···내일은?

머니투데이 송도(인천)=최윤아 기자 2012.05.0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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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후']인천 송도국제도시

 '11.12대1, 1순위 마감.'(2005년 6월·웰카운티2차)
 '0.013대1, 분양 중단.'(2011년 11월·웰카운티5차)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어제와 오늘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청약경쟁률이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송도 부동산시장은 '부동산 로또시장'으로 불릴 만큼 활황을 이뤘다. 분양만 하면 수십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분양권에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웃돈)이 붙었다.



 하지만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담보대출) 사태 이후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3순위 내 청약마감 사업장을 찾아볼 수 없게 됐고 급기야 지난해 11월 인천도시개발공사가 분양한 '웰카운티5차'는 청약률 저조로 분양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맞았다.

분양권값도 폭락해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속출했다. 전문가들은 송도 주택시장에 대해 장기적으로 보면 집값 상승 여력이 있지만 단기적으론 공급물량 부담 탓에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의견을 내놓는다.



◇송도의 화려했던 '어제'
천당과 지옥 오간 '송도'···내일은?


송도국제도시는 2003년 8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일대 53.3㎢ 부지에 총사업비 10조4253억원을 투입, 인구 25만명이 거주하는 도시로 계획됐다. 특히 외국기업·대학을 유치하고 의료단지를 조성하는 등 첨단지식산업·바이오산업단지계획으로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2005년에는 포스코건설과 미국 부동산개발회사 게일이 합작해 '송도신도시개발유한회사'(NSC)를 설립하고 1공구와 3공구의 도시설계를 시작했다. 여기에 중앙공원, 컨벤션센터, 도로·수로, 국제학교, 병원 등 공공인프라 구축계획이 발표되면서 본격적으로 '투자붐'이 일었다.

 당시 인천도시개발공사가 분양한 '웰카운티2차'의 경우 1순위에서 11대1의 경쟁률로 마감했고 △송도 자이 하버뷰 △송도 더샵 센트럴파크 △송도 더샵 하버뷰 등이 잇따라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2007년 코오롱건설이 분양한 '송도 더프라우'(오피스텔)의 경우 최고 5000대1이란 사상 초유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1억원 가까운 웃돈이 붙기도 했다.


◇송도의 침울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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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같은 분위기는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바뀌었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외자유치가 일정대로 되지 않자 송도 아성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2010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했던 송도의 랜드마크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가 자금난을 이유로 공사 중단, 재개를 반복하면서 송도국제도시가 계획대로 조성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일기 시작했다. 시장의 신임을 잃자 분양권값도 빠르게 하락했다.



송도국제도시 H아파트 인근 한 중개업소는 "한때 분양권값이 6억원까지 형성됐던 '풍림아이원' 전용면적 84㎡는 지금 그 절반가량인 3억1000만∼3억2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며 "송도 더샵 퍼스트월드 오피스텔 역시 최고 1억원에 달하던 웃돈이 다 빠지고 지금은 분양가와 비슷하거나 떨어진 가격에 거래된다"고 설명했다.

 송도국제도시 평균 아파트가격도 2008년 이후 곤두박질쳤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2005년 19.5%, 2006년 31%, 2007년 31% 올랐던 송도아파트값은 2009년 -4%, 2010년 -2%, -2011년 -8% 등으로 매년 하락을 거듭했다. 2008년 12월 3.3㎡당 1655만원을 기록한 아파트값 역시 2012년 4월 현재 3.3㎡당 1309만원으로 떨어졌다.

송도국제도시 A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셋값은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7000만원 정도(전용 84㎡ 기준) 올랐지만 매매가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송도 자이 하버뷰 전용 84㎡ 분양권은 웃돈이 1500만∼2000만원가량 붙었지만 전용 144㎡는 아직도 분양가보다 5000만∼1억원가량 싼 값에 매물이 나온다"고 귀띔했다.



◇송도의 내일은?…장기적으로는 '맑음', 단기적으로는 '흐림'
천당과 지옥 오간 '송도'···내일은?
전문가들은 송도의 경우 장기적으로는 투자가치가 있지만 단기적인 집값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송도의 장기적 발전을 점치는 쪽에서는 외자유치가 가시화되는 점과 뛰어난 주거여건을 그 이유로 꼽는다.

 송도국제도시 개발을 맡은 미국 게일 관계자는 "동북아트레이드타워 완공이 가시화되면서 3M, 시스코(CISCO) 등 글로벌기업의 입주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국내기업인 삼성과 이랜드가 (송도에) 부지를 매입한다는 호재도 있다"며 "여기에 UN GCF(Green Climate Fund·녹색기후기금)까지 유치할 경우 명실상부한 국제업무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수한 교육시설과 쾌적한 주거환경도 송도 주택시장의 '부활'을 점치는 이유로 꼽힌다. 송도에 위치한 B중개업소 관계자는 "송도는 도시계획 상 유흥업소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한 환경 속에서 자녀를 키울 수 있다"며 "채드윅 국제학교 등 학군도 좋아 교육환경도 우수한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전의 명성을 찾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도시의 모습이 제법 갖춰진 1∼4공구를 제외한 5∼11공구는 아직 매립도 채 끝나지 않아 입주물량 부담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병원·외국기업 유치가 난항을 겪는 점도 근심거리다. 송도 입주를 앞둔 외국기업들 대다수가 협정 이행의 강제력이 없는 MOU(양해각서)를 맺은 데다 국제병원 유치는 법에 막혀 첫발조차 떼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송도의 경우 10년 앞을 내다본다면 투자매력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리스크가 크다"며 "다만 집값 거품이 다소 빠졌다는 점에서 실수요 위주로 접근하는 것은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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