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대접 못받은 SK건설 회사채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2.05.02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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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금리 A등급보다 높은 4.5%…신용등급 거품 논란

 지난달 9일 신용등급이 한 단계 오른 SK건설이 1년여 만에 회사채를 발행했다.

 하지만 발행금리는 같은 신용등급의 회사채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투자자들로부터 제값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일 건설업계와 회사채시장에 따르면 SK건설은 지난달 24일 3년만기 무보증 회사채 1000억원 규모를 4.50% 금리에 발행했다.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이뤄지자 곧바로 회사채를 발행한 것이다. SK건설은 이 자금을 자재구매와 공사대금용으로 사용했다.



'A+' 대접 못받은 SK건설 회사채


 그동안 SK건설은 회사채보다 만기가 1년 이내인 CP(기업어음)를 발행, 자금을 조달해왔다. 실제 SK건설의 CP잔액(4월30일 한국예탁결제원 기준)은 2400억원 수준으로, 대부분 대형건설사가 단기성 자금인 CP 발행을 꺼려 잔액이 없음을 감안하면 규모가 큰 편이다.

 한 증권사 신용분석 연구원은 "회사채 신용등급은 신용평가사 2곳에서만 받으면 확정되지만 나머지 1곳(나이스신용평가)이 7개월 넘게 기존 등급을 유지하면서 시장에선 A등급으로 평가해왔다"며 "이런 점이 회사채 발행에 불리하다고 판단, 자금조달을 시도하지 않은 주된 이유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SK건설의 신용등급을 지난해 8월 'A+'로 올렸으나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에야 등급 상향을 결정했다. 지난해 SK건설의 신용등급 상향에 대해 "건설업황 부진과 차입금 수준을 감안하면 성급한 판단"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SK건설의 재무 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자기자본 대비 총 차입금 비중(지난해 말)이 94%에 달하고 자기자본의 1.8배에 육박하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는 대형사 대비 열등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점은 투자자와 신용등급 사이에 괴리를 가져온다. 이번 SK건설의 회사채 발행금리를 보면 당시 동일한 신용등급의 회사채 유통금리(3개 민간평가사 평균)인 4.12%보다 0.38%포인트 높을 뿐 아니라 한 단계 아래인 A등급의 4.29%마저 웃돌았다. 3개 신용평가사가 신용도 상승을 인정해줬음에도 투자자들은 여전히 A등급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건설업은 조선·해운·캐피탈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업황이 부진한 탓에 원래 등급보다 1~2단계 낮은 신용등급의 회사채와 비슷한 금리에 발행되거나 거래된다"며 "이번에도 신용평가사의 등급에 거품이 있음을 증명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SK건설 관계자는 "수익성이 개선되는 추세에 있어 현금이 들어오는 대로 차입금을 갚으려면 장기 회사채보다 CP로 단기자금을 조달해야 빠른 대응이 가능해 선택한 전략"이라며 "지난해 유상증자도 실시했기 때문에 굳이 회사채를 발행할 이유가 없었을 뿐 발행이 쉽지 않아 중단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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