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소형주택 짜내기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2012.05.0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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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서울시의 서민주거복지 확충 ‘채찍과 당근’ 해법

서울시가 서민주거복지 확보 차원에서 소형임대주택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승인 조건으로 소형임대주택 추가 확보를 요구하는 등 '채찍'을 꺼내든 반면 용적률 인센티브 등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당근'도 확실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내 개발용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임기 중 8만호 임대주택공급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비사업을 통한 임대주택 공급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공급하는 공공물량도 설계변경을 통해 대형평형을 배제하고 중소형을 대폭 늘리는 작업을 병행하면서 서민주거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소형확대 두고 서울시-조합 대립 격화

우선 서울시는 주요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반발에도 정비사업 승인 조건으로 소형평형 확대를 공공연히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재건축 정비계획의 도시계획 심의를 요청한 강남구 개포동 개포지구 재건축단지에 신축할 때 기존 소형주택의 절반을 공급할 것을 권고했다. 조합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멸실되는 소형주택 규모를 감안할 때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시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시의 소형평형 확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개포1~4, 시영 재건축 정비계획안은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가까이 승인이 보류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소형주택을 추가로 확보한 재개발·재건축 정비계획에 대해서는 승인 결정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 최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반포한양아파트가 대표적이다. 반포한양은 기존 용적률을 262.64%에서 298.55% 상향해 498가구에서 559가구로 늘려 재건축한다.

반포한양은 올 초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인근 아파트단지와의 스카이라인 문제로 보류결정을 받았던 곳이다. 결국 조합은 전체 가구 중 소형주택인 전용 60㎡ 이하 주택을 임대 75가구를 포함해 112가구(20.0%)로 구성했다. 당초안보다 소형임대주택을 33가구 확대한 것이다.

용적률 완화를 통해 소형임대주택을 추가한 용두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계획변경 결정안이 통과된 것도 동일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용두4구역 재개발을 통해 공급되는 311가구 중 60㎡ 이하는 임대주택 57가구를 포함해 모두 145가구로 전체의 46.6%에 달한다. 85㎡ 이상 27가구도 '가구분리형 부분임대아파트'로 계획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소형주택 확보에 대한 시의 방침이 확고한 상황에서 조합들의 계산도 한층 복잡해졌다"며 "뉴타운 출구전략 등과 맞물리면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 임성균기자

◆"소형 확대하면 용적률 늘려줄게"

이와 더불어 용적률 인센티브 부여를 통한 자발적인 소형주택 공급도 유도하고 있다. 시는 지난 4월19일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를 개정하면서 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이 소형평형을 확대할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를 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르면 정비사업 조합들은 법적 상한까지 용적률을 완화 받을 경우 늘어난 면적의 50%를 소형주택으로 건설해야 한다. 소형주택 공급부담이 늘었지만 그만큼 일반분양 물량도 증가했기에 사업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시는 이런 방식으로 건립되는 소형주택을 평균 건축비로 매입해 임대주택이나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로 기존 재개발 정비사업에서 정한 임대주택 비율인 20%에 더해 보다 많은 임대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유휴개발지가 한정된 서울시내에서 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도 시가 이 같은 계산을 하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개발 구역에 대해서도 용적률을 법적상한까지 완화해주는 대신 늘어난 주택의 절반은 소형임대주택을 짓도록 했다"며 "그 대신 조합은 나머지 절반을 일반분양으로 돌려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확대' 재개발·재건축 승인 필수조건

여기에 시는 이번 조례 개정을 통해 2000가구 초과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 대해 사업인가 시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그동안 구청장에게 있던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권한의 일부를 시장으로 이관한 셈이다.

이 같은 조치로 인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추진 조합들이 시의 소형·임대·부분임대 확대 등의 공공성 확대 권고를 무시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주요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이 시기조정 과정에서 뒤로 밀리지 않기 위해 서울시의 소형·임대·부분임대와 같은 공공성 강화 요구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재개발·재건축 사업 시기조정 방침에 따라 뒤로 밀리게 되면 조합원들의 금전적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사업속도를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소형주택 추가 등 서울시 요구사항을 보다 충실하게 반영하는 지역이 시기조정에 있어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시는 산하 SH공사가 공급하는 공공물량에 대해서도 설계 변경을 통해 소형주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SH공사는 구로구 항동보금자리지구 설계변경에 나서 60㎡이하를 종전보다 908가구(20.7%) 늘렸다. 내곡보금자리도 설계변경을 통해 소형주택을 191가구(21.6%) 늘렸고 세곡보금자리도 일단 소형 31가구를 추가로 확보했다.

시 관계자는 "1~2인가구가 증가하는 현실을 반영했으며 임대 비중을 늘려 서민주거 안정화를 고려해 이같이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의 정책에 대해 부동산시장 위축과 전·월세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의 주거안정 확보와 시 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SH공사의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선택으로 평가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은평 뉴타운 등의 사례에서 보듯 중대형 미분양 우려가 큰 상황에서 사업성을 높이고 주거복지를 동시에 실현하기 위해 설계변경에 나선 것"이라며 "서울시내 유휴개발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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