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면서도 착한 선배들이 이런 불안한 청춘들에게 이런저런 위로를 해준다. 방송에서, 공연장에서 청춘을 위한 강연이 넘쳐난다. 책도 많이 나온다. 다들 참 좋은 이야기다. 하지만 잘 나가는 선배들의 경험담은 나와는 별 상관이 없는 일로 보이기도 한다.
혜민 스님. 참 잘 생겼고 똑똑하다. 이 분이 나온 하버드 대학, 아무나 못 간다. 더구나 깨달음을 얻기 위해 스님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골의사' 박경철. 시골의사라도 의사는 의사다. 더구나 주식투자해 부자 되기는 쉽나. 운이 크게 따라야 한다. 이 분도 사실 '운칠기삼'(운이 칠이고 실력이 삼)이다.
시골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상경한 남대문 시장 장돌뱅이, 연탄배달부, 야채 행상, 보따리 장사, 미장원 아줌마, 중졸학력의 정비사, 대학 중퇴의 인테리어가게 실습생 등 학벌이 좋지도 않고 집안 배경도 없는 사람들의 피땀 어린 성공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은 은행의 PB(고액자산관리 전문가)가 썼다. 저자가 거래하거나 아는 부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그렇다고 재무전문가들이 쓰는 식상한 재테크 책은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조언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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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만 소개해본다. 시골서 고교 졸업 후 남대문에서 라이터를 팔던 장돌뱅이 생활을 하다 패션브랜드 수입업체를 세워 수천억대 부자가 된 분은 사무실에 '대출은 청산가리다'라는 말을 붙여 놓았다. 절대 빚을 지지 말라는 이야기다. 빚은 부자가 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니 카드빚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미장원을 하다가 부동산 경매로 큰 돈을 모은 분은 "새싹은 자라기 전에 절대 잘라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일단 종잣돈부터 모아야 한단 소리다. 목표한 돈이 모일 때 까지, 차를 사거나 주위에 빌려줘선 안 된다고 했다. 종잣돈이 모여야 장사든 뭐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회사에 있는 커피를 마셔라"(푼돈을 아끼라는 의미), "종잣돈의 반만 투자하라"(위험에 늘 대비하라는 뜻), "버는 돈의 80% 이상 저축하면 월급 100만원을 받아도 50대엔 부자가 된다"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자기 일에서 최고가 돼야 한다"는 건 여러 부자들의 당연한 공통점이다.
한편에서 '삐딱이'들의 "뻔한 말씀 감사합니다. 예예~"라는 비아냥이 들린다. 책에 나온 이야기로 반론을 대신한다. 질문, 라면을 가장 맛있게 끓이는 법은. 답, 라면봉지에 적힌 방법대로 끊인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왕도라는 것이다. 내 주위의 흔한 이웃들, 혹은 내 처지보다 못했던 분들이 '삶의 기본'을 지켜 부자가 된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용기를 준다. 이 책의 가치는 그걸로 충분하다.
이 땅의 모든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사실 멘토들의 위로가 아니다. '언젠간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다. 세상이 우리를 괴롭히더라도 모두들 절대 기 죽지 말자.
◇한국의 슈퍼리치=신동일 지음/ 리더스북/ 344쪽/ 1만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