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우림건설, 작년 1700억대 순손실…법정관리 '기로'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2.04.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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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옵션 손실로 자본잠식…정상화 '험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우림건설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받을 기로에 놓였다.

우림건설은 지난해 통화옵션상품 손실로 1700억원을 웃도는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채권은행의 추가 도움 없이는 자체 회생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런 가운데 채권은행들 간 출자전환 여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정상화까지 험로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
[단독]우림건설, 작년 1700억대 순손실…법정관리 '기로'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우림건설은 2011년 174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1067억원에 달하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2009년부터 워크아웃 중인 우림건설은 미분양아파트 할인과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을 통해 정상화를 시도했으나 대규모 손실을 면치 못하고 적자로 돌아섰다.

워크아웃에 결정타로 작용한 카자흐스탄 아파트개발사업 등 해외건설이 또다시 발목을 잡았다. 자본잠식으로까지 이어진 대규모 손실의 원인은 통화옵션상품 '스노볼'(Snowball)에서 발생했다.



스노볼은 원/달러 환율이 오를수록 손해를 보는 상품이다. 통화옵션상품 중 하나인 '키코'(KIKO)의 경우 환율 행사가격의 상단과 하단이 정해진 반면 스노볼은 환율이 오를수록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우림건설은 과거 카자흐스탄 등 해외건설사업 과정에서 환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스노볼에 투자했으나 고환율로 인해 1000억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림건설 관계자는 "수년 전 가입한 스노볼로 손실을 입었고 지난해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했다"며 "영업상 일어난 손실이 아니어서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우림건설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95억원 수준에 그쳤다. 통화옵션상품으로 거액의 손해만 입지 않았다면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을 가능성이 낮은 셈이다. 우림건설의 재무상황이 악화된 가운데 채권은행들의 출자전환마저 난항을 겪고 있다.

채권은행들은 2009년 워크아웃 이후 2차례에 걸쳐 1000억원을 지원한 바 있어 추가 투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채권의 86%인 6200억원을 우림건설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과 43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KB국민은행을 비롯한 다른 채권은행들의 반대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 은행 실무자들이 모여 출자전환 여부를 논의했지만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우림건설은 최대주주 심영섭 회장 등의 지분을 100% 무상감자하기로 했으나 일부 은행에서 오너가 추가적인 '성의'를 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선 채권은행들마다 지원규모에 대한 이견이 커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주에 다시 모여 재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채권은행들이 끝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우림건설은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3년 만에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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