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알뜰주유소 참여, 정유사 진출 아니다"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12.04.1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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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토탈 부산물 부가가치화에 초점… "국민 이익 때문에" 참여

삼성토탈이 오는 6월 '알뜰 주유소'의 다섯번째 공급사로 선정되면서 삼성이 본격적으로 정유사업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삼성 측은 19일 '가능성이 낮거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정유 4사의 과점체제를 깨기 위한 '첨병'으로 삼성이라는 카드를 내밀고 있으나, 삼성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삼성은 삼성토탈의 석유화학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의 부가가치화 일환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정유와 석유화학의 차이점=기존 정유사와 삼성토탈과 같은 석유화학 업체의 차이점은 생산원료에서 시작된다. 기존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해 이를 정제해 나프타를 뽑아내고 기타 휘발유, 등유 등을 생산한다.

반면 삼성토탈은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나 해외에서 나프타를 수입해 이를 원료로 화학제품을 생산한다. 메인공장인 나프타 크레킹 센터(NCC)에서 에틸렌, 프로필렌이 생산되고, 방향족(아로마틱) 공장에 나프타 등 일부 원료를 넣으면 벤젠, 파라자일렌(PX) 등을 생산한 후에 부산물 중에 일부 휘발유가 나온다.



원래 휘발유를 생산하기 위해 원유를 정제하는 정유사와 달리 나프타에서 벤젠을 추출한 후 남은 부산물을 쓰는 것과의 차이다. 이 때 나오는 부생연료유는 질이 다소 낮아 다시 한번 정제 과정을 거쳐 항공유와 휘발유의 반제품이 나온다.

삼성토탈은 그동안 벤젠이 다량 함유된 반제품 휘발유를 '벤젠' 규제가 없는 일본 등에 수출해왔다. 일본 외에도 싱가포르 등 100% 해외 수출하던 것을 한국석유공사가 유가 안정을 위해 전체 부산물의 40% 가량을 공급해달라고 요청한 것. 이는 국내 유통 휘발유의 0.6% 수준이라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정부의 유가 안정화 의지와 삼성의 전략=석유공사는 반제품 휘발유를 삼성토탈로부터 조달받아 이를 다시 한번 정제해 알뜰주유소에서 판매할 수 있는 휘발유로 만들 예정이다. 정유 4사의 과점 상황에서 가격인하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정부가 삼성토탈로부터 이 반제품을 공급받아 정유 4사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경부 측은 정유 4사의 과점 상황에서 '삼성' 브랜드의 석유가 알뜰 주유소에 공급되면 향후 이들 5사간 시장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경부는 "삼성토탈이 공급 가능한 총 물량은 월 12만5000배럴로 이는 전체의 2.25% 수준이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알뜰주유소의 소비량이 월 5만~6만 배럴 정도여서 충분히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삼성이 이를 기반으로 GS나 SK와 같이 본격적인 정유사업에 뛰어들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삼성토탈은 이미 지난 2010년 9월에 정유사업 허가를 받아 놓은 상황이라 법적으로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다만 대규모 추가 투자가 필요하고, 이같은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냐는 판단이 남은 상황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화학사업을 기반으로 한 정유사업에 대규모 투자할 계획이 없다"며 "현재 4사의 경쟁체제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도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다만 "알뜰 주유소 사업의 경우 국민의 이익을 고려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참여하는 것으로 이를 확대해 본격적으로 정유사업에 뛰어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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