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택산업연구원은 '답정녀(?)'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2012.04.17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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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용어 중에 '답정녀'라는 게 있다. 상대방으로부터 듣고 싶은 말을 미리 정해 두고 그 말을 듣기 위해 질문을 하거나 상담을 하는 여성을 비꼰 표현이다. 답정녀 자신만 제외하곤 주위 사람 모두 그의 '의도'를 간파하고 있다는 점이 재밌다.

최근 발표된 주택산업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언뜻 답정녀의 모습이 비친다. 주된 내용은 이렇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8개월(2010년8월∼2011년3월)간 가계대출(3조851억원)보다, 이후 규제 강화(2011년4월∼2011년11월) 8개월 동안 가계대출(3조5688억원)이 4837억원 늘어났음을 감안할 때 규제의 가계부채 억제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주산연은 "가계대출을 억제하려는 정책이 오히려 가계대출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이 통계만으로 DTI 규제의 가계부채 억제 효과를 판단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공통된 대답은 '노(NO)'다.



일단 경제 제반 여건이 악화되면서 가계부채가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규제완화 8개월과 강화 8개월만을 잘라내 '가계부채 증가=DTI 실효성 미비'라는 결론을 도출했다는 점이 설득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적어도 규제 완화 기간에 앞선 강화기간 8개월(2009년12월∼2010년7월)을 함께 비교했어야 DTI와 가계부채의 상관관계를 보다 명확히 파악할 수 있음은 상식이다.

실제 규제를 완화하기 직전 8개월간 가계대출은 2조4704억원을 기록, 이후 규제 완화 기간보다 부채가 6147억원이 적다. 반면 DTI 규제가 부활하자 가계부채 증가량은 4837억원으로 줄었다.


즉 가계부채는 늘었지만, 그 증가폭은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DTI 효과 때문이라고 볼 수 없지만, 최소한 주산연의 '가계부채가 늘었으니 DTI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에 빈틈이 있음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주산연 연구의 타당성에 대해 부동산금융 전공 교수들은 "(주산연이)건설사 입장을 대변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산연은 답정녀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연구의 객관성과 전문성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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