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노사상생에서 경영정상화 답을 찾았다"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2.04.12 07:12
글자크기

[LH 경영정상화 '눈앞']<1>노사 손잡고 통합 3년만에 사업부채 잡았다


●강력한 구조조정
1·2급직원 75% 물갈이, 임금 10% 자발적 반납
●'노노(Know 勞)'
노조 양보로 위기극복, 새로운 노사문화 정착
●눈부신 경영성과
작년 순익 7900억 달성, 선순환 경영구조 안착


↑LH 노사는 지난 2일 상생위원회를 발족했다.↑LH 노사는 지난 2일 상생위원회를 발족했다.


#지난해 12월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과 통합 전 옛 대한주택공사, 한국토지공사 양대 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중대결단을 내렸다. LH는 복수노조법 시행 1년 유예사업장임에도 사측이 개별노조와 일일이 협상하는 불합리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노사는 창구 단일화를 통해 노조 요구안 138건을 28건으로 대폭 축소·조정해 통합 임금협약을 맺었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사가 한발씩 양보, 노조전임자 2명 축소와 함께 정부고시에 의한 법정한도보다 2000시간 축소한 타임오프를 체결했다. 특히 이 모든 합의과정을 무분규로 추진, 24년 연속 무분규사업장을 달성했다.

 LH가 통합 3년을 맞아 경영정상화에 한발 다가선 배경에 '신뢰 위에 쌓은 상생의 노사관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노사 협력 없이 1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부채를 해소하고 사업 구조조정을 이끌어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LH 노사는 통합 3년 만에 전국 414개 사업지구에 대한 사업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재무구조 개선을 이끌어냈고 사업수익을 재투자하는 선순환 경영구조를 마련했다. 거대부채 공기업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고 국민 주거안정과 국민경제발전을 선도하는 대표 공기업으로 거듭난 데에는 노사관계 선진화가 주역인 것이다.

◇통합 LH, 경영정상화 착수
20여년의 격론 끝에 탄생한 LH는 상이한 업무·시스템 때문에 통합 출범 초기에 갈등의 골이 깊었다. 주공, 토공 모두 업무영역과 국민경제 기여도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소명의식을 갖고 있어 통합 당시 서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지송 LH 사장.↑이지송 LH 사장.
 선장을 맡은 이지송 사장은 "한배를 탈 수 없는 사람이라면 당장 내려라"라는 단호한 의지를 표명하며 양 공사에 포문을 열었다. 수없는 밤샘 토론과 수차례의 대내·외 검증작업을 거쳐 설립준비단이 통합 LH의 미래상을 그려나갔다. 2009년 10월1일 산통 끝에 LH가 탄생하면서 본격적인 구조조정과 노사협력이 시작된다.


 LH는 우선 경영정상화를 위해 재무개선특별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재무상태를 정밀 진단, 부채 원인과 내용을 규명하고 재무개선 100대 과제를 발굴했다. 이어 연말에 'LH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하고 경영 전반에 대한 혁신작업에 돌입했다.

 혁신에는 뼈를 깎는 아픔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회생을 위해 노사는 이를 받아들였다. 1·2급 직원의 75%를 물갈이하고 304개 직위에 젊고 유능한 차세대 리더를 발탁했다. 전 직원이 자발적으로 임금 10%를 반납하고 인력 감축을 받아들였다.

LH, "노사상생에서 경영정상화 답을 찾았다"
 단 한번의 부패에도 퇴출시키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도입했고 입찰비리를 없애기 위해 '클린입찰심사제'를 구축했다. 전사적인 판촉활동에 돌입해 미매각 용지와 주택 판매에 적극 나섰고 138개 미보상 신규사업지구(면적 143㎢, 사업비 143조원)에 대한 사업재조정을 위해 국토해양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을 설득했다.

◇"양 노조의 대승적 협력없인 불가능했다"
LH가 이처럼 강력한 구조조정과 인사혁신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양 노조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양보없이 위기극복은 없다'고 인식하고 '노노'(Know 勞) 슬로건 아래 현안사항에 대한 집중적 협의를 진행하면서 신기업문화 정착을 위한 '신행진(新幸進)데이'(수요 가족의 날 등), 부서별 화합을 위한 '지피지기 행사'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했다.

 가족 중심의 근로문화를 펼치는 '新幸進데이'는 직원 가족들의 공감까지 얻어내면서 직원들의 자부심을 높였고 부서별 화합을 위한 지피지기(현장맞춤형 일터활동) 행사를 통해 직원들은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갔다.

 민감한 인사문제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역지사지(易地思之) 인사'에 합의, 양 공사 출신간 교차배치를 지원하고 양 노조간 상생통합을 위한 실무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실무적 측면에서도 화합을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경영진도 중간 관리자들에 대한 온·오프라인 교육은 물론 노무인력풀제 가동, 공인노무사 채용, 노무법인 자문 등 내부 전문가 육성과 활용을 통해 노사간 신뢰를 확립해나갔다.

◇통합 3년간 LH 어떻게 변했나?
LH는 2011년 한해 매출 15조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 당기순이익 7900억원에 달하는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6%, 당기순이익은 55% 각각 증가한 것이다.

LH, "노사상생에서 경영정상화 답을 찾았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은 전년 대비 10조6000억원 증가한 158조5000억원, 금융부채는 경영정상화방안 발표 때 예측치보다 10조원 감소한 97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부채 97조7000억원 중 후순위채권 34조2000억원을 제외한 선순위채권은 자산의 40%에 그쳤다.

 특히 LH는 사업수익을 재투자하는 선순환 경영구조를 마련했다. 이는 판매액이 사업비를 넘어서 외부조달 부채없이 사업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 사업비는 △2009년 34조9000억원 △2010년 26조원 △2011년 21조8000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판매액은 △2009년 16조9000억원 △2010년 16조원 △2011년 22조4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사업비와 판매액이 모두 26조원대로 사업부채가 전무하다.

 결국 LH는 거대부채 공기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경영정상화를 위한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됐다.

 이처럼 LH가 경영정상화에 다가설 수 있던 것은 정부가 LH가 공적사업을 수행하다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해주거나 국민주택기금을 후순위채로 전환해주는 등의 지원방안이 주효하긴 했지만 노사간 경영정상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