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처리'만도 못한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2012.04.10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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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 급감한 매입 실적…불리한 조건이 주 원인
- 분양가 50%이하에 취·등록세 등 각종 부담져야


정부가 쌓여가는 미분양아파트 지원책이라며 4년째 실시하고 있는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 실적'이 제도 도입 초기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는 등 건설업계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정부는 미분양 물량 감소를 그 원인으로 들고 있지만, 관련업계에선 정부가 내세운 조건이 열악해 선뜻 신청할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땡처리'만도 못한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


10일 국토해양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2009년 1조4203억원을 기록했던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 실적은 이듬해인 2010년 37% 수준인 5381억원으로 감소했고 2011년에는 1292억원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수도권 악성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매입 조건을 종전 지방에서 수도권까지 확대했으나, 정작 수도권 미분양 매입 실적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은 국토부와 대한주택보증이 건설사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2008년 11월 도입한 제도. 주택보증이 미분양아파트를 분양가의 50%이하로 사들인 후 2년내 건설업체가 되사가는 방식이다.

이같은 실적 저조에 대해 국토부는 "미분양 물량 자체가 줄어 신청업체가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주장대로 전국 미분양 물량은 △2008년 16만5599가구 △2009년 12만3297가구 △2010년 8만8706가구 △2011년 6만9807가구 등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미분양 감소폭에 비해 매입 실적 감소폭이 훨씬 큰데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2008년 2만6928가구에서 2011년 2만7881가구로 되레 늘었음에도 매입건수가 없다는 점에서 단순히 미분양 감소를 그 원인으로 보기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는 매입조건이 불리해 신청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현재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 혜택을 받으려면 △분양가의 50%이하로 팔아야 하고 △환매시 취·등록세 4%, 보전등기세 3%를 건설사가 추가 부담해야 하며 △4.8% 수준의 이자도 지불해야 한다. 특히 취득세의 경우 지난해 연말 감면이 종료, 올해부터 그 부담이 커지게 됐다.



수도권에 미분양 아파트를 보유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기존 분양가에 50%이하로 팔아야 하는데다, 취·등록세에 이자까지 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융통되는 자금은 크게 줄어든다"며 "정말 벼랑 끝에 몰린 건설사 입장에서 환매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던지는 물량'(환매포기 후 공매)으로 신청하는 게 아니라면 솔직히 신청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도 "이처럼 헐값에 팔고 되살때 취·등록세, 이자까지 내야하니 차라리 분양가를 할인해 '땡처리'하는 게 낫다"며 "정부가 실효성을 보완하기 위해 세제혜택, 매입분양가 완화 등 추가 지원을 해줘야 제도가 제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건 완화를 타진하고 있지만, 세제혜택 부분은 관계부처와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 부실사태 등으로 제도 도입 초기인 2009년과 비교했을 때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상황이 더 열악해졌음에도 대출실적이 급감한 원인은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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