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실직' 가장된 미장원 아줌마, 1억 모으더니…

신동일 국민은행 압구정PB센터 부센터장 2012.04.15 11:04
글자크기

경매 박사된 비결… 종잣돈 만드는게 1순위, 네트워크 구축도 중요

봄기운이 따뜻하게 대지를 감싸고 있었다. 마을 일대가 보금자리 주택지구로 지정되면서 토지보상을 받게 된 박경미(가명) 씨의 세무상담을 위해 서울근교에 위치한 자택을 방문했다.

금방 과수원 일을 마쳤는지 이마의 땀을 수건으로 닦는 박씨의 모습은 친절한 이웃집 아줌마 같았다. 하지만 그의 삶은 그다지 평탄하지 않았다고 한다.



30년 전, 40대 초반의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실직을 했다. 평소 몸이 좋지 않았던 남편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퇴직하고 만 것이다. 미용실에서 일하던 박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자신의 월급으로는 한참 돈 들어갈 데가 많은 두자녀를 뒷바라지하기에 빠듯했다.

부부는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았다. 당분간 어린 두아이는 실직한 남편이 돌보기로 하고 박씨는 밤 늦게까지 미용실에서 일했다. 한편으론 사소한 물건이라도 사서 되팔면 돈이 된다는 생각에 미용실을 운영하며 그릇을 팔기도 했다. 워낙 미용솜씨가 좋아 단골손님이 많았던 터라 그릇도 잘 팔렸다고 한다.



"어릴 때 아버지가 작은 행상을 해서인지 물건을 사고파는 법을 은연중에 익힌 것 같아요." 두세트를 팔면 한세트가 박씨 몫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어떤 날은 하루에 그릇을 다섯세트나 팔기도 했어요." 부업으로 그릇을 팔고 하루가 30시간인 것처럼 일하자 2년 만에 자신의 미용실을 차릴 수 있었다.

◆ 새로운 기회를 잡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가게 단골손님 중 부동산업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지나가는 말로 땅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지난해 봄에 지인이 땅을 샀는데 그게 몇 개월도 안돼 값이 두배로 뛰었대. 땅이라는 것이 발품을 팔아 잘 골라 사면 돈이 되거든. 새댁도 그런 쪽에 관심을 가져봐요."

그 말을 듣고 박씨 부부는 미용실을 하는 짬짬이 좋은 부동산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미용실도 차츰 자리를 잡아 직원을 2명으로 늘렸다. 주중에 법원 경매 물건을 보러 법원을 찾는 횟수가 늘어났다. 좋은 경매 물건이 나오면 직접 주소지로 찾아가 물건을 꼼꼼히 확인했다. 처음에는 집 가까운 곳에서 시작했지만 차츰 범위를 넓혀 전국 곳곳의 좋은 경매 물건을 찾아가 현장에서 직접 권리분석과 부동산의 장·단점을 살폈다. "주변시세보다 30~40% 저렴한 물건을 찾아다녔어요. 당시만 해도 좋은 물건이 많았습니다."



박씨 부부는 5년 만에 미장원을 하며 모은 돈과 대출받은 돈을 합해 조그만 상가를 낙찰 받았다. 부부는 상가를 처음으로 자신의 명의로 이전한 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매물을 살피기 위해 하루에 두번이나 자동차에 기름을 가득 채워 달린 적도 있었지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듯 잠시 침묵이 흘렀다. "경매는 직접 현장에 가서 권리관계를 확인하고, 물건을 봐야 실수를 줄이고 감을 잡을 수 있어요."

그들에게 도움을 준 또 다른 사람은 박씨 남편이 소파공장에 다니며 알게 된 김 사장이라고 한다. 대부업자였던 김 사장은 당시 은행 문턱이 높아서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담보를 조건으로 돈을 빌려줬다고 한다. 돈을 갚을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은 김 사장에게 담보 물건을 팔아달라고 부탁했는데 김 사장은 이런 물건 중에 한두건을 평소 성실하고 신용 있는 박씨 부부에게 추천해줬다.



당시만 해도 자고 나면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 박씨가 알뜰살뜰 모은 종잣돈을 투자하면 제법 쏠쏠한 수익이 돌아왔다.

"처음부터 1억원식으로 목표금액을 정하는 게 중요해요. 예나 지금이나 돈을 벌려면 종잣돈부터 모아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죠." 부부는 약간의 대출을 받아 시세 대비 경매가가 낮은 1억~2억원대의 부동산 물건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부동산이라는 것이 큰 욕심 내지 않고 5~10년 동안 장기투자한다는 생각으로 남보다 더 열심히 발품을 팔다 보면 보상을 받게 돼 있어요." 보상으로 수용되는 토지도 경매를 통해 당사자와 직접 합의해 매입했다고 한다. 매입할 당시에 근저당 등 권리 관계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필지 별로 근저당권 소멸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매입했다.
 




◆ 경매에서 성공하는 법


슬쩍 좋은 매물을 찾는 비법을 물었다. 박씨는 인터넷에 경매 사이트를 수시로 확인하고, 좋은 물건이라고 생각되면 꼼꼼히 메모하라고 했다. 그런 뒤 꼼꼼하게 물건을 분석하고 그래도 의심이 가거나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있으면 법원에 문의하거나 아는 변호사를 통해 조언을 구한다고 했다.

"혼자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전문가를 잘 활용하는 것이죠. 내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어요. 요즘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부가 복잡한 부동산 경매에서 단 한번도 실패하지 않았던 이유는 수년간 쌓아온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운도 따라줬지만 말이다. 박씨 부부는 법원, 변호사, 사무장, 세무사 등으로 이뤄진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박씨 부부는 부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종잣돈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1000만원, 2000만원이 모이면 차를 사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써서 푼돈으로 만드는 우를 범한다는 것이다.

"새싹이 돋아 더 큰 잎이 되기 전에는 절대로 자르지 마세요. 종잣돈이란 그런 겁니다. 종잣돈이란 어린 싹을 더 크게 키운 다음에 남도 도와주고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