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사무용품 분야, 애플 같은 기업 되는게 꿈"

대학경제 장경석 기자 2012.04.0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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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A 청년창업센터 3기] 백두산 소니아블랙 대표

▲소니아블랙은 드라마 '드림하이2', '선녀가 필요해', '패션왕' 등의 소품을 협찬하고 있다. 사진은 '선녀가 필요해'의 한 장면[사진=소니아블랙 제공]▲소니아블랙은 드라마 '드림하이2', '선녀가 필요해', '패션왕' 등의 소품을 협찬하고 있다. 사진은 '선녀가 필요해'의 한 장면[사진=소니아블랙 제공]


"디자인은 단순히 어떻게 보이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기능하느냐의 문제이다(Design is not just what it looks like and feels like. Design is how it works)."

지난해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 전(前)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명언 가운데 하나로 그의 디자인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잡스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차고에서 무엇인가를 직접 조립하거나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훗날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세상에 내놓으며 ‘스마트 혁명’을 일으켰다.

우리나라에도 '포스트(Post) 잡스'를 꿈꾸며 창업에 나선 청년이 있다. 책,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거치할 수 있는 '멀티 다용도 거치대'를 만든 백두산 소니아블랙 대표. 그는 엔지니어 출신인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창업을 시작, 지난달엔 2000만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백두산 소니아블랙 대표.▲백두산 소니아블랙 대표.
◇두 번의 창업실패…'빚'만 남아

백 대표의 삶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대 중후반까지는 그야말로 '암흑의 시기'였다. 시작은 고등학교 때부터 꼬였다. 기술을 배우기 위해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한 그는 1년 뒤 방향을 급선회, 인문계 고등학교에 전학을 갔다. 하지만 적응을 못했고 대학도 수능 점수에 맞춰 들어갔다. 결국 한 학기만 다니고 자퇴를 하게 됐다. 이후 캐드 설계, 컴퓨터학원 강사 등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21살, 백 대표는 요식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장사가 안 돼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프랜차이즈 자판기 사업에 도전했으나 이번엔 회사가 폐업을 했다. 사람들을 모집해 돈만 가로채고 부도를 낸 것이다. 두 번의 창업실패를 경험한 그는 결국 빚만 지게 됐다. 이후 군대를 제대하고 변리사가 되기 위한 시험을 준비했다.


◇변리사 꿈꾸던 청년, 창업에 눈 뜨다

백 대표는 도서관에 항상 두꺼운 책과 노트북을 들고 다녔다.

"하루 몇 시간씩 고개를 숙이고 책과 노트북을 보고 있으면 금방 피로해지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때문에 그는 나무로 만든 거치대를 들고 다녔지만 이 또한 부피가 커서 휴대가 불편했다. 그러다 문득 카메라 삼각대를 보고 '거치대도 저런 식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시제품을 만들게 됐다.

"상품성은 없었지만 몇 개 만들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써 봤다. 주위의 반응도 괜찮고 해서 제대로 만들면 성공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후 그는 소량의 제품을 더 만들어 오픈마켓에 판매를 했다. 그러자 개인 투자자로부터 일본에 납품하고 싶다는 제의도 들어왔다.

"대량 생산 여건이 안 된다고 했더니 금형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더라. 막상 금형을 제작하고 보니 쓸 수가 없게 나왔다. 계약금만 날린 셈이다. 이후 청년창업센터에 입주해 고정비를 줄이고 재투자를 받아 제대로 된 금형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미국에 독점계약 체결

백 대표는 현재 20여개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프랭클린플래너와는 온라인 유통 제휴도 맺었다. 고려대학교에는 꾸준히 기념품으로 제작·납품하고 있다. 특히 '드림하이2', '선녀가 필요해', '패션왕' 등 드라마 소품으로도 협찬을 하고 있고 최근엔 해외로 수출하는 성과도 이뤘다.

그는 "강남청년창업센터에서 만난 주영훈 서우코리아 대표의 도움으로 미국과 거래를 성사시키고 캘리포니아주에 월 2000개 독점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지금의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일반 거치대의 경우 플라스틱이나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 불량의 확률이 낮다. 반면 우리 제품은 금속과 플라스틱을 결합해 만들다 보니 중간에 체인이 끊어지는 등의 문제점이 많이 발생했다.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제품에 대해선 즉시 보상해주고 수정, 보완의 과정을 거쳤다."

그의 제품은 두꺼운 전공 도서도 거치할 수 있는데다 휴대성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 거치대로도 활용할 수 있는 통합성도 갖췄다. 일반 거치대가 투박하고 고리타분한 느낌이라면 그의 제품은 심플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추구하고자 노력했다.

백 대표는 "향후 실용적이면서 독특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갖춘 제품들을 꾸준히 개발해 제조해 나갈 생각"이라며 "문구·사무용품 업계에서 애플 같은 기업이 되는 게 최종 꿈"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두산'이라는 이름만큼 목표가 큰 청년창업가다.

▲백두산 대표는 제품 모델로 외국인을 내세워 글로벌 기업을 향한 의지를 나타냈다.▲백두산 대표는 제품 모델로 외국인을 내세워 글로벌 기업을 향한 의지를 나타냈다.
◇창업 Q&A

"문구·사무용품 분야, 애플 같은 기업 되는게 꿈"
Q '소니아블랙', 회사 이름이 재미있다.

'소니아'는 라틴어로 지혜를 뜻하고 '블랙' 색상은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똑똑하고 강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소니아블랙'이라 이름 짓게 됐다. 또 제품 모델로 외국인을 내세워 글로벌 기업을 향한 의지를 나타냈다.

Q 창업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20대 초반, 두 번의 창업 실패와 금형 제작의 실패로 많은 빚을 지게 됐다. 때문에 신용이 안 좋게 되고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겪었다. 엔젤투자를 받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업태의 특성상 제조업은 재고를 떠안고 가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뉴스를 통해 청년창업센터를 알게 됐고 입주해서는 사무실 임대료 등 비용절감 혜택을 많이 받았다. 이후 사회에서 만난 지인을 통해 투자를 받아 금형 제작에 성공, 신용도 회복돼 기술보증기금에서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었다.

Q 예비창업자에게 가장 필요한 사항을 꼽는다면.

물론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청년창업프로젝트 외에도 정부에서 지원하는 다른 사업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본인이 하고자 하는 열의만 있다면 큰돈 들이지 않고도 충분히 창업을 할 수 있다.

또 본인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동업자가 있어야 한다. 스티브 잡스가 아무리 사업적인 수완과 마케팅 감각이 뛰어났다 한들 엔지니어인 스티브 워즈니악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애플은 없었을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 후배, 창업센터 내에서 만나 이제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발전한 주영훈 대표는 정말 큰 힘이 됐다.

Q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는 온라인으로만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나 오프라인으로도 시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미국 수출을 시작으로 해외 각국으로 수출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특히 독특하고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학생들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이에 나중에는 어렵고 힘들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돕는 사회적 기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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