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치는 바로 '도둑정치'

머니투데이 아테네(그리스)=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2012.04.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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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극과극' 그리스·독일을 가다 ①-3]그리스 정치가 문제였다


- 기득권, 30년전부터 이익·뇌물구조 얽혀
- 순수출국→순수입국 전락…개혁 불가능


↑아테네 중심 신타그마광장 부근에는 지난해 격렬했던 반긴축 시위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사진은 그리스 1위 은행 내셔널뱅크오브그리스(NBG) 스타디우지점의 간판이 깨져 있는 모습. ⓒ사진=아테네 홍봉진 기자↑아테네 중심 신타그마광장 부근에는 지난해 격렬했던 반긴축 시위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사진은 그리스 1위 은행 내셔널뱅크오브그리스(NBG) 스타디우지점의 간판이 깨져 있는 모습. ⓒ사진=아테네 홍봉진 기자


 도둑정치 (Kleptocracy)란 표현이 있다. 도둑(Kleptes)과 정치(Kratos)란 그리스어의 합성어로 '도둑에 의한 통치'를 의미한다.

 그리스의 문제를 한마디로 표현하는데 딱 떨어지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리스 취재 중에 만난 일반 국민들은 정치인들을 향해 "훔쳤다"(steal)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정치인들을 보는 시각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표현이다. 그만큼 그리스 일반 국민들은 그리스의 현 경제위기의 원인을 그리스의 왜곡된 정치시스템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의 정치체제는 기득권의 이익과 뇌물의 구조로 얽혀 있다. 현재의 왜곡된 정치체제는 1980년대 초 파판드레우 총리로부터 시작됐다.



 하바드대학 경제학 교수 출신이었던 파판드레우 총리는 그리스를 강국으로 이끌 경제적 초석을 다지기 보다는 (경제학자로서 실패), 그가 속한 정당을 현재 양당 체제의 한축으로 굳힌 정치적 성공만 거뒀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인 성공은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여준 노동조합과의 결속 때문이었고 노동조합은 그에 대한 정치·경제적 대가를 충분히 누렸다.

 그 결과 인기에 영합하고 한번 부여된 권리를 놓지 않으려는 그리스의 정치시스템은 개혁될 가능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90년대 들어선 우파정권도 좌파정권의 문제점을 똑같이 답습하며 이러한 정치체제의 노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과거의 적자규모를 감추기에 급급했고 정실주의와 잘못된 국가경영을 지속하고 말았다. (관련기사: 좌도 우도 흥청망청 '파티경제 만끽')


 이런 정치시스템은 결국 능력있고 책임있는 정치지도자를 만들지 못하고 말았다. 좌익이든, 극우이든 모두 지적으로 파산한 무능아들일 뿐이었다.

 무능한 정치리더의 부재는 결국 경제적 고난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들어 그리스의 무역수지 적자는 해매다 GDP(국내총생산)의 10%에 달했고 수출은 12%씩 감소했다. 81년 농산물 순수출국이던 그리스가 이젠 순수입국으로 전락하는 등 산업이 위축되고 경쟁력을 상실해도 이를 개혁할 지도자는 그리스에 없었다.

 관광산업이 부진해지고 임금이 40%가 올라도 이를 타계할 경제발전 프로그램이 전무했다. 그리스의 민간 컨설팅업체 '그리스의 성장'(Growth for Greece) 대표인 보카스는 그리스엔 과거 30여년간 어떤 정권도 장기적인 경제개발프로그램을 수립하지 않았다며 한탄했다.

 그리스가 현재 정치체제를 세대간 탈바꿈을 통해 리셋(reset)하지 않으면 경제 위기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 일반 국민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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