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와의 사투…"싱가포르의 기적을 일구다"

머니투데이 싱가포르=이군호 기자 2012.04.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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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현대건설 '싱가포르 주롱 해저 유류비축기지' 현장

↑현대건설이 시공 중인 '싱가포르 주롱 해저 유류비축기지' 건설현장. ⓒ사진제공 = 현대건설↑현대건설이 시공 중인 '싱가포르 주롱 해저 유류비축기지' 건설현장. ⓒ사진제공 = 현대건설


"싱가포르는 지하가 퇴적암으로 돼 있어 해저를 굴착하면 바닷물이 빈번하게 침투합니다. 해수를 막기 위해 그라우팅(Grouting : 토목공사에서 누수방지 공사나 토질 안정 등을 위해 지반의 갈라진 틈·공동(空洞) 등에 충전재를 주입하는 공법)이 많다 보니 유류비축기지가 아니라 그라우팅 공사라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해수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이 동남아 최초 해저 유류비축기지인 '싱가포르 주롱 유류 비축기지 공사현장'에서 토목공사의 신기원을 보여주고 있다. 화성암이 아닌 누수가 빈번한 퇴적암 지역에서 이뤄지는 해저 유류비축기지임에도 완벽한 공사수행능력을 보여주며 지하공간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늘어나는 석유화학제품의 비축 요구량에 비해 제한된 국토면적때문에 싱가포르 정부는 해저 지하공간개발이란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게 됐고 가장 먼저 주롱 해저 유류비축기지 건설계획이 입안됐다.

주롱 유류비축기지 프로젝트는 1·2단계로 계획됐고 이중 현대건설은 1단계 유류 930만배럴 비축기지를 턴키(설계·시공 일괄)방식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 현장은 제품 입·출하를 위한 지상부 시설공사와 지하 저장동굴 공사로 구분된다.



주롱 해저 석유비축기지는 지하 100m와 130m 지점에 각종 운전시설과 유류 저장탱크(길이 340m×2개) 5기(機)를 1층과 2층으로 나눠 짓는다. 전체 터널 길이만 11.2㎞에 석유 저장량은 30만톤급 초대형 유조선 다섯 척과 거의 맞먹는다.

특히 이 현장은 해저가 퇴적암 지대로 돼있다 보니 지하로 유입되는 바닷물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하기지 개발에서 앞서고 있는 우리나라보다 그라우팅 공사에만 10배 이상 투자된다. 2010년1월에는 당초 예상보다 10배 이상 많은 바닷물이 터널안으로 밀려와 시멘트로 물줄기를 막는 데만 다섯 달 가까이 허비했다.

암반속 해수의 압력은 10바(bar) 정도로 수심 100m에서 전해지는 압력이다. 이를 위해 그라우팅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 드릴로 직경 4.5㎝의 작은 구멍을 15~20m의 깊이까지 뚫은 뒤 시멘트를 주입, 주변의 작은 틈새들을 모두 채워 넣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누수 예측이 불가능하다보니 그라우팅에 들어가는 비용은 따로 정산받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건설이 시공 중인 '싱가포르 주롱 해저 유류비축기지' 건설현장. ⓒ사진제공=현대건설↑현대건설이 시공 중인 '싱가포르 주롱 해저 유류비축기지' 건설현장. ⓒ사진제공=현대건설
인공 수막(Water Curtain)이란 새로운 공법도 도입됐다. 해저 유류기지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은 석유증기(Oil Vapour : 기름이 증발하면서 생긴 기체)다. 석유증기가 시설물 안에 퍼질 경우 직원들이 질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칫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공법은 저장탱크마다 30m 떨어진 곳에 수평으로 작은 터널(폭 5m×높이 6m)을 만들고 이곳에서 다시 10m마다 지름 10㎝의 구멍을 수직으로 70m까지 뚫어 물을 채우는 방법이다.



이후 저장동굴 주위로 수압이 가해져 저장동굴의 내용물을 안전하게 가두는 한편, 터널 주변의 암반 사이로 물이 모세혈관처럼 퍼져 석유증기를 가두게 된다.

현재 유류 저장탱크 5기 중 2기는 SK아로마틱이 원자재 보관용으로 임대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2단계는 나머지 3기의 임대가 완료돼 사업성을 인정받는 2014년쯤 발주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싱가포르 정부는 창고 등 다른 지하공간 개발도 추진 중이어서 주롱 유류비축기지가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현대건설은 우수한 공사 수행능력을 인정받아 추가 수주에 한발 더 다가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영 현장소장은 "석유 비축기지가 완공되면 그동안 국내 토목건설의 미개척 분야로 남아있던 지하 건축물 공사에도 엄청난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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