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파이터' 서두원의 제2인생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2012.04.0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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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사람과 하모니'로 인생 폈네

땀으로 범벅된 얼굴, 너무 강렬해서 험악해 보이는 표정, 무엇보다 커다란 글러브를 끼고 강렬하게 뻗은 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당장 싸우자고 덤빌 듯한 기세의 파이터가 벽면에 그려져 있는 이곳. 서울 강남역 CGV극장 뒤편에 위치한 철판전문점 ‘두원아 한판하자’의 첫인상은 이렇듯 거칠고 화끈했다.

이미 가게 이름에서부터 짐작한 이들도 있겠지만,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이는 파이터 서두원 사장이다. KBS 예능프로그램인 <남자의 자격> 하모니 편에서 유명세를 탔던 바로 그 ‘노래하는 파이터’다. 지난 3월9일 오픈한 ‘두원아 한판하자’는 굽네 치킨으로 유명한 GN푸드의 제 2브랜드다. 이곳 강남역 1호점을 시작으로 프랜차이즈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치킨을 대표로 하는 GN푸드가 철판전문점 프랜차이즈 사업을 선택했다는 것도 신선했지만, 무엇보다 ‘노래하는 파이터’가 철판전문점의 사장이 된 사연이 듣고 싶어졌다.
사진 류승희기자사진 류승희기자


♦ 노래하는 파이터, 철판전문점 사장님 만든 '인연의 기적'

약속한 시간을 넘어서야 헐레벌떡 서 사장이 가게로 뛰어들어 온다. 도복을 걸쳐 입은 그는 허리띠조차 매지 않은 모습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도중에 수업도 팽개치고 왔다”고 연신 미안하다 말하는 그는 덕분에 허리띠를 뺏긴 채 그냥 왔다며 민망한 듯 웃어보인다.



상상했던 이미지와 다르다고 운을 떼자 그가 씁쓸한 듯 “대부분 그렇게 말한다”며 말을 받는다. ‘파이터’는 단지 직업일 뿐인데, 그 직업 때문에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색안경을 먼저 끼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종격투기 선수로는 생활이 빠듯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았지만, 그마저도 세상의 시선 때문에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인터뷰 도중 ‘기적’이란 단어를 수시로, 여러 차례 사용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조차 막막했던 당시와 비교하자면 지금 그가 이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지금의 기적으로 이끈 것은 다름아닌 사람이었다.

2010년 그는 우연히 KBS <남자의 자격>이란 프로그램을 만났다. 평소 그와 돈독하게 지내던 개그맨 윤형빈씨가 적극 추천한 것이 계기였다. 그곳에서 개그맨 이경규씨와 연을 맺었고 이경규씨가 지금 GN푸드의 홍경호 대표와 인연을 만들어줬다.


“어느날 경규 형님이 묻는 거에요. ‘넌 어떻게 먹고 사냐?’ 그래서 있는 그대로 말씀 드렸죠. 그랬더니 경규 형님이 ‘너한테 소개해 줄 사람이 있다’며 무작정 저를 끌고 가는 거에요. 그게 첫 만남이었죠”

홍경호 대표는 그 자리에서 서 사장에게 덜컥 손을 내밀었다. 당시만해도 서 사장은 믿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도와주겠다’는 말을 실천한 이는 홍 대표가 처음이었다. “지금부터 넌 GN푸드 직원이야”는 말 한마디로 서 사장은 꼬박꼬박 적지 않은 지원금을 통해, 이종격투기 선수 생활을 후원 받았다.

그렇게 지내기를 2년여 만에 본사로부터 이름을 딴 브랜드 론칭 계획을 전해 들었다. 음식점은 경영해 본 적도 없는 문외한이지만, 서 사장은 “무조건 성공시키고 싶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한다. 무조건적으로 그를 믿어 준 홍경호 대표에게 보답을 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가게 잘 되면 돈 많이 벌겠다고 부러워하는 사람들 많은데 사실 전 관심 없어요. 사업 욕심보다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더 큰 것 같아요. 지금까지 홍 대표가 저한테 너무 많은 것을 줬는데 보답할 길은 하나라고 생각해요. 이 가게가 잘돼야 회사가 클 수 있고, 무엇보다 인간적으로 홍 대표를 닮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뛰고 보란 듯이 성공해내고 싶어요.”

♦ 매출 성과보다 중요한 목표는 '즐거운 일터 만들기'

그저 좋아하는 형님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밤낮없이 뛰고 있다는 그는, 하지만 사업 준비과정부터 꼼꼼하게 참여하며 이곳 사장으로서 누구보다 많은 몫을 해내고 있다. 격투기의 특성을 살린 깔끔하고도 긴장감 넘치는 가게 인테리어와, 화끈하리 만치 매운이곳 음식의 맛도 모두 다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지금의 맛을 내기까지 테스트 과정만 1년여가 걸렸다.

“처음부터 우리 음식이 이렇게 매운 맛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매운 맛 트렌드는 앞으로도 계속 될 거라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중독성이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한판하자’라는 콘셉트에 맞춰 맛도 더 맵고 화끈하게 바꾸고, 인테리어도 그런 콘셉트를 최대한 잘 살리려고 했죠.”

반응도 꽤 좋은 편이다. 그는 “오픈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주말이면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며 “콘셉트가 남자들이 좋아하는 분위기이긴 한데 의외로 여자들도 많다”고 자랑한다. 아직까지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정확한 매출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꽤 나쁘지 않은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것이 그의 답이다.

그는 “사실 내가 외식업이나 경영에 대해 뭘 알겠냐”며 겸손하게 말을 잇는다. 지금의 좋은 반응은 “사장인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직원들이 알아서 잘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처음부터 다짐한 건 딱 하나였어요. 그래도 운동 선수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안다고 생각하거든요. 잔머리 안 쓰고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과 행복하려면 마음이 즐거워야 한다는 거요. 전문적인 경영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직원들한테 얘기했어요. 다른 건 다 모르겠는데, 그런데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입니다.”

그는 가장 먼저 직원들이 전단지를 돌리는 것부터 막았다. 가게가 오픈할 때면 으레 전단지 광고를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직원들이 자존심이 상하는 게 싫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손님들에게 너무 친절하지 마라’는 것도 함께 당부했다. 직원이 즐거워야 고객들 역시 진심을 전달 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바쁠 때 불친절해지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처음부터 적당히 친절하지만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나을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 역시 사장이랍시고 직원들에게 함부로 명령하거나 큰 소리를 치지 않는다. 최대한 직원들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려고 하다 보니, 직원들이 알아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고 마케팅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니 그는 ‘매출 목표’보다 ‘즐거운 일터’를 만드는 게 더 큰 목표라고 강조한다.

“여기 일하는 직원들이 저보다 더 전문가잖아요. 다른 곳에 가서 또 지점장의 역할을 하며 커가야 할 친구들이고요. 이곳에 있는 동안 마음껏 실험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모습을 다른 가맹점주들이 본다면 프랜차이즈도 당연히 성공할거고요. 제 옆에 홍경호라는 사람이 저한테 새로운 꿈이 되고, 그러니까 누가 안 시켜도 열심히 하게 되잖아요. 마찬가지로 제가 저의 직원들에게 또 운동하는 후배들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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