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장애놓고 삼성SDS-철도공단 분쟁 '점입가경'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2012.03.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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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삼성SDS에 손배소 소송에 입찰제한조치 '강행'...삼성SDS, 처분취소소송 제기

KTX 장애놓고 삼성SDS-철도공단 분쟁 '점입가경'


IT서비스업체인 삼성SDS와 철도시설공단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공단의 법정 소송과 입찰 참여제한 조치에 삼성 역시 소송으로 맞대응하고 나선 것. 발주처인 정부공공기관과 시스템공급사인 IT서비스 업체가 이처럼 극한 대립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KTX 장애 책임 '폭탄 돌리기?'=발단은 KTX의 잦은 고장에서 비롯됐다. 2010년 11월 개통한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동대구-부산)에서 크고 작은 장애와 사고가 잇따른 것. 코레일과 철도기술연구원 조사결과, 선로전환기를 포함한 일부 기기의 장애로 원인이 모아졌다. 선로전환기는 2008년 11월 삼성SDS가 납품한 제품이다.



코레일은 즉각 책임을 공단쪽으로 돌렸다. 선로 전환기 선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기존 1단계 구간에 사용된 프랑스 알스톰사 제품대신 국내외에서 300km 고속운행구간에서 쓰인 적이 없는 오스트리아 VAEE사 '하이로드스타'를 선정한 게 문제라는 것이다. 코레일은 하이로드스타 사용을 반대했으나 공단이 이를 강행해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일종의 책임추궁이다.

이에 공단은 공급사인 삼성SDS로 책임을 돌렸다. 함량 미달 제품을 허위서류를 통해 납품했다면서 강남경찰서에 형사 고소하는 동시에 대전지법에 20억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강수를 뒀다.



↑삼성SDS↑삼성SDS
◇공단 "삼성이 허위서류 제출" Vs 삼성 "허위 아니다"=양측의 주장은 엇갈린다. 공단 측은 삼성SDS가 2008년 11월 선로전환기 입찰당시 제안서에 하이드로스타가 스페인에서 시속 300km이상 고속철 구간에 공급된 실적이 있다는 서류를 제출했지만 실제로는 공급실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안정성과 운용실적 입증서류인 '아포스티유'(국제인증문서) 제출요구도 따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SDS측은 허위서류 제출사실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애초 제안요청서에는 공단이 300km구간이 아닌 200km 이상 실적을 요구했고 이미 아포스티유 역시 지난해 11월 제출했다는 것이다.


삼성이 반발하자 공단은 한 술 더 떠 지난해 개정된 정부공공기관 계약사무규정에따라 삼성SDS를 '부정당 기업'으로 규정하고 향후 6개월간 공단을 포함한 정부 공공기관 입찰참가 제한조치를 통보했다. 이렇게 되면 공공기관 입찰업무를 담당하는 조달청에 통보돼 입찰에 참가할 수 없다.

◇공단, 입찰참가제한조치에 삼성 가처분 소송 맞불=이에 삼성SDS는 비상이 걸렸다. 당시 삼성SDS는 올해 최대 IT프로젝트인 2300억원 규모 국세청 차세대국세행정정보시스템 구축사업과 240억원 규모 산업은행 차세대 인터넷뱅킹 사업 입찰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즉각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 가처분 및 취소소송으로 맞불을 놨다. 불행 중 다행으로 즉각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다른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두 사업은 삼성SDS가 공을 들였고 결국 수주에 성공했다. 하지만 소송이 진행중인만큼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여전히 눈치를 살펴야하는 상황이다.



이와관련 이번 사건이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이 KTX사고 책임을 두고 대립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적지않다.

갑을관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IT서비스업체의 잘못이 명백하다면 통상 무한책임을 지는 게 관행이기 때문이다. 발주처역시 대외여론을 의식해 합의로 사건을 무마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SDS 측은 "6개월 입찰참여 제한조치는 법령개정 이후로 이번 사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데도 공단이 강행하고 있다"면서 "장애 원인을 먼저 찾고 조치를 취하는 게 순서인데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공단측은 "삼성SDS에 대한 입찰참여제한조치는 법령에 따른 정당한 조치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교육학술정보시스템(나이스) 오류사건에다 최근 직원 횡령 및 주가조작 사건으로 구설에 오른 삼성SDS로는 연이어 악재가 터지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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