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켓 없는 '손안의 PC', 왕따 만드는 '손안의 폭탄'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12.03.15 05:00
글자크기

[2012u클린] <1>스마트폰 대중화…사생활침해·보안 등 윤리의식은 제자리

편집자주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3000만을 향해 간다. 스마트폰은 마니아층이 쓰는 IT기기가 아니라 일상을 좌우하는 대중적 생활기기가 됐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하게 되면서 사이버상에서 시공을 초월한 정보 접근이 가능하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성장은 소통의 장벽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스마트폰 대중화에 따른 역기능도 커지고 있다. 악성댓글이나 유언비어로 인한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보안 위협 등 문제는 심각해지는 반면 역기능 방지책은 여전히 구시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계층간 정보격차 우려도 크다. 장애인이나 노년층 등 소외 계층의 정보접근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올해 8회째를 맞은 [u클린] 캠페인은 '함께 만드는 스마트세상'을 주제로 새로운 윤리의식과 기초질서를 정립하는 데 역점을 두고, 모두 함께 만들어가는 스마트문화를 제시할 계획이다. 총 11회에 걸쳐 '스마트 안전망 구축'과 '함께 만드는 스마티켓'에 대해 집중 조명함으로써 스마트시대 생활상의 긍정적인 변화를 짚어볼 예정이다. 또, 소통과 나눔을 토대로 각계 전문가와 청소년들이 함께 스마트문화를 고민하고 정립할 수 있는 장(場)으로 진화해나갈 계획이다.

에티켓 없는 '손안의 PC', 왕따 만드는 '손안의 폭탄'


# 직장인 김모씨(38)는 출근길에 스마트폰을 놔두고 온 것을 깨닫고 집으로 되돌아갔다. 지각을 감수해야했지만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팎에서 연락하는 게 힘들 뿐 아니라 스케줄 관리, 금융거래 까지 일과에 차질이 많기 때문이다. 요즘은 길거리나 차 안에서도 뒷목이 뻐근해질 때까지 스마트폰을 쥐고 수시로 뉴스나 메일을 확인한다. 회식자리에도 대화가 끊길 때면 테이블 아래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 중학교 3학년 허모군은 인터넷을 할 때만큼은 친구들 사이에서 '1진'으로 통한다. 작은 키, 마른 체격 탓에 학교에서는 위축될 때가 많지만 사이버세상에서는 다르다. 허군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커뮤니티에 각종 은어를 뒤섞어 게임, 연예인 등 또래들의 관심사를 올리거나 거침없는 말투로 친구 험담을 늘어놓으면 또래들은 "짱"이라며 폭발적 반응을 보낸다. 이제 허군은 친구들과 얼굴 보며 어울리는 것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이 더 즐겁다.
에티켓 없는 '손안의 PC', 왕따 만드는 '손안의 폭탄'
국내 스마트폰이 도입된 지 2년만에 가입자 2000만명을 돌파하며 대중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현재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2500만명.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빠른 보급 속도다. 올해 말이면 35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이 통신은 물론 금융거래, 쇼핑, 놀이,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종합 문화서비스 플랫폼이 되면서 일상적인 만남과 소통의 중심에 선 것이다.

'손안의 PC' 스마트폰 대중화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편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이에 기반한 각종 새로운 서비스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적지 않은 부작용도 낳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걸맞는 에티켓과 윤리의식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소통채널 SNS, 잘 못쓰면 '고통' 채널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SNS는 새로운 소통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조사한 ‘2011년 무선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자 중 SNS를 이용하는 비율은 20대가 89.7%, 30대가 70.8%에 달한다.

전화를 들고 얘기하기 보다는 카카오톡으로 대화하고 트위터에서 사회적 이슈는 물론 시시콜콜한 개인 일상까지 공유한다. SNS는 스마트시대 대표적인 정보유통과 인맥구축이 수단이 됐다.


하지만 SNS를 통해 개인신상 정보는 물론 사생활까지 마구잡이로 노출될 위험성도 크다. 확인되지 않은 허위정보가 SNS를 통해 유포될 경우에는 수많은 악플을 양산하며 그 파장이 엄청나다.

최근 논란이 됐던 이른바 '채선당 임신부 폭행'. '된장국물녀' 등과 같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SNS에서 무차별적으로 확산될 경우 기업이나 당사자가 받게 될 충격은 말 그대로 테러 수준이다.

에티켓 없는 '손안의 PC', 왕따 만드는 '손안의 폭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싸이월드 등 SNS의 게시물을 심의한 결과 초상권침해·명예훼손 등의 적발 건수가 2009년 54건에서 지난해는 14배인 780건으로 급증했다.

인터넷·SNS의 불건전 정보나 악성 댓글, 개인정보 유출 등 인터넷 그늘은 특히 청소년층에 더 짙게 드리우고 있다. 인터넷 중독률도 성인이 6.8%인데 비해 고등학생 12.4%, 초등학생 10.0%, 중학생 8.6% 등으로 청소년층이 훨씬 높다.

친구들 간의 집단 따돌림은 SNS를 통해 더 교묘하게 확대된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주부 김모씨는 "공부도 잘하고 학교나 집에서 별다른 일탈 행동을 하지 않는 아들 녀석이 요즘 방안에서 SNS를 통해 친구 험담을 하고 글을 공유하면서 키득거리는 것을 볼 때가 많다"며 "때리는 것도 아니고 글 쓰면서 노는 건데 뭐가 어떠냐며 아무런 죄의식이 없는 걸 보고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윤리 조기교육이 스마트시대에 더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이재진 한양대학교 교수는 "어린 학생들은 댓글을 죄의식 없이 재미삼아 작성하는 것은 제대로 된 인터넷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 인터넷 영향력이 커지면서 선거에서 당락을 결정하는 요인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만큼 인터넷과 SNS에서 이용자의 윤리적 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이동통신사들도 스마트폰 교육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KT의 IT서포터즈들이 ‘올레 스마트 아카데미’에서 노년층을 대상으로 스마트 기기 작동법 등을 강의하는 모습.↑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이동통신사들도 스마트폰 교육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KT의 IT서포터즈들이 ‘올레 스마트 아카데미’에서 노년층을 대상으로 스마트 기기 작동법 등을 강의하는 모습.
◇"얘야, 카카오톡이 뭐라고?" 스마트 격차 해소 시급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각종 스마트기기가 보편화되고 인터넷 이용이 일상이 되면서 손에 뭔가 없으면 불안하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주소록과 문자, 메일, 사진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신상정보를 담고 있어 언제 어디서든 보안문제가 생길 수 있다. 분실이나 허술한 보안장치로 인해 개인정보와 금융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고 누군가 악의를 갖는다면 개인위치정보까지 추적도 가능하다.

스마트폰 보급과 SNS 사용이 젊은층에 집중된다는 점은 세대 간 또 다른 격차를 가져오고 있다.

실제 스마트폰을 이용하더라도 통화 외에 다른 기능은 잘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는 장노년층이 많다. 실제 20∼30대는 99%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반면 50대는 인터넷 사용자가 57.4%, 60대 35.9%, 70대 이상은 8.7%에 불과해 스마트폰을 쓰더라도 장노년층은 적극적인 활용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NS 등 각종 스마트폰 서비스가 소통채널과 여론형성의 장이 되는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노년층은 소외돼 그들의 목소리를 담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기업 뿐 아니라 정부나 각 기관에서 교육 등을 통해 스마트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