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닥아니다"…부동산시장 '땅 꺼지는' 한숨

머니투데이 김정태 기자, 민동훈 기자, 최윤아 기자 2012.03.10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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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점검]날개꺾인 재건축…녹지않는 분양시장…경매물건도 헐값

 "서울 강남 재건축아파트값이 속절없이 떨어지는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바닥권은 그 이후로 봐야 합니다."(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 A공인중개업소 사장)

 부동산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특히 강남 재건축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길 기대하는 심리보다 정책적인 불확실성으로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망심리가 팽배하다.



이같은 불안감 속에 나타난 결과 중 하나가 강남 재건축을 대표하는 은마아파트의 '날개 없는 추락'이다. 이 아파트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8억원 밑으로 가격이 떨어진 것을 두고 '박원순 주택정책'의 후폭풍 결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세종시와 일부 수도권 신규 분양시장 상황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약세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 최대 관심 시장인 세종시에서조차 프리미엄이 전혀 없는 소위 '무피' 분양권이 속출하면서 '끝물'이라고 지적한다.



'착한 분양가'로까지 표현될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신규분양 물량이 나오는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 역시 청약자수가 예상보다 적다는 분석이다.

거래위축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부동산 경매시장도 저가매수세 유입이 늘고 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2012년 3월, 국내 부동산시장의 분위기는 이렇다.

◇"강남 재건축·뉴타운 '추락', 불확실성이 키웠다"
강남권 재건축아파트값의 심리적 저항선인 3.3㎡당 3000만원을 위협받으면서 부동산시장 전반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 바닥아니다"…부동산시장 '땅 꺼지는' 한숨


10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재건축단지의 3.3㎡당 평균가격은 3162만원으로, 2009년 3월(3.3㎡당 3055만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재건축아파트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강남구의 경우 1년새 3.3㎡당 435만원(11.2%)가량 급락했다.

 재건축아파트값 하락은 수요자들이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접은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국내외 경기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소형주택비율 확대, 공공성 강화 등 재건축관련 악재들이 터져나오면서 시장회복의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정책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매도자는 늘고 있지만 정작 매수자들은 발을 빼는 상황이다. 이는 거래위축과 호가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J공인 관계자는 "잠실주공5단지 103㎡ 가격이 3년여 만에 1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며 "이전에도 10억원 아래에서 시세가 형성된 적이 있지만 곧바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최근 하락세는 투자자들이 더이상 재건축을 투자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 바닥아니다"…부동산시장 '땅 꺼지는' 한숨
 강북권 뉴타운·재개발 예정지역의 지분값도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지역 일대 다세대나 빌라지분의 호가는 3.3㎡당 2200만원선으로 지난 연말에 비해 10% 안팎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연말 3.3㎡당 2200만원선이던 서대문구 홍제뉴타운 지분의 호가 역시 3.3㎡당 2000만원선으로 주저앉았다.



 현지 조합원들과 중개업소들은 서울시가 뉴타운 출구전략을 통해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정비구역 지정을 해제할 수도 있다"고 밝히면서 직격탄을 맞았다고 주장했다.

증산동 D부동산 관계자는 "수색증산의 경우 서울시의 실태조사 대상 지역에 대부분 해당되다보니 투자심리가 크게 꺾였다"며 "팔아달라는 집주인은 많지만 매수세가 없어 거래가 안되고 호가도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도 분양시장 선방?…세종시 '공급 폭탄에 웃돈 거품론'
최근 송도국제도시에서 분양된 주상복합아파트의 청약결과를 두고 섣부른 낙관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꽁꽁 얼어붙었던 분양시장에 비하면 3순위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분위기 자체는 탄력을 받을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송도는 청라, 영종의 미분양 리스크가 있어 아직 바닥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특히 입주물량 부담이 내년까지 있기 때문에 매매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분양시장에서 선전하는 곳이 세종시다. 첫마을 퍼스트프라임에 웃돈이 3000만~5000만원가량 형성돼 있을 정도여서 분양열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반응이다. 하지만 공급과잉에 따른 거품론 우려도 공존한다. 세종시의 경우 올해 1만1700여가구가 공급되고 이중 1분기에만 7000여가구가 쏟아진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3.3㎡당 800만~900만원선인 인근 대전 시세까지는 오를 수 있겠지만 아파트 공급이 집중되는 올해는 이같은 웃돈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바닥아니다"…부동산시장 '땅 꺼지는' 한숨
◇"아파트 경매, 싼 물건 아니면 쳐다도 안본다"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에서도 싼 물건이 아니면 찾지 않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8개월째 낙찰가율이 70%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의 경우 1회 유찰물건 응찰자가 2회 유찰물건보다 많았지만 올들어선 이런 분위기가 역전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아파트 경매시장도 낮은 낙찰가율의 저가매수시장 중심으로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지옥션 남승표 선임연구원은 "낙찰가율 하락이 초기에는 시장 위축을 가져온 게 사실"이라면서도 "저가매수세 유입이 확산되기 위해선 부동산시장이 바닥이라는 인식도 함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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