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좌절금지! 여기로 오세요"

머니위크 문혜원 기자 2012.03.1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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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탈출구가 없는 자영업자- 재교육 통해 재기 모색하기

편집자주 답이 없다. 은퇴자와 실직자들은 다른 답을 찾을 수 없으니 막다른 길에 목숨을 건다. 이미 600만명이 넘는 인구가 자영업에 인생을 걸었고, 그 가족들의 인생까지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그러나 이미 치열한 전쟁터에 참전인원이 많아지니 패자만 점점 늘어난다. 그 삶의 전쟁터에서 밀려난 이들에게 현실은 더 막막하다. 그래도 살아야 하기에 그들은 또 다시 소형트럭에 가족의 삶을 건다. 밤낮으로 새벽인력시장과 대리운전을 전전하며 재기를 꿈꾼다. 이 '답 없는' 현실 앞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자영업의 몰락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다시금 희망을 노래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함께 찾아봤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일 오후 5시 무렵. 서울 마포에 위치한 신용보증재단에는 '소상공인창업아카데미'의 경영개선특별과정 야간반의 첫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하나 둘 모이던 사람들은 어느새 교육실의 120석을 가득 메웠다. 그럼에도 자리가 모자라 책상도 없이 의자만 놓고 앉은 교육생도 다수였다.
 
"점포를 확장하려고 하는데 신용보증재단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교육을 받아야 하거든요."
 
서둘러 입실하던 30대 김모 씨. 그는 서울 도봉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다가 경영의 어려움을 느끼고 점포 확장을 계획 중이다. 서울 구로구에서 음악학원을 운영하는 이모 씨 역시 이곳의 지원을 받았다. 이씨는 대출을 받기 위해 들었던 강의였지만 교육의 질이 높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창업아카데미에서는 신규창업자는 물론 기존 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진행 중이다. 그만큼 운영하던 가게가 실패하고 자금을 지원받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김민경 서울신용보증재단 창업지원부 과장은 "매출액이 생각보다 부진해서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며 "우리 센터에서는 광고나 홍보 마케팅, 재무관리 등 경영에 필요한 모든 실무들을 익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류승희기자

이곳 소상공인창업아카데미에서는 이렇게 경영난에 처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경영개선특별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1년에 10회에 걸쳐 진행되는 이 과정은 주간, 야간으로 나눠 교육이 이뤄진다. 여기에는 경영개선과 업종전환을 요하는 기존 사업자가 주 대상이다. 지방의 각 재단에서도 같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 강의 내용은 ▲효율적인 매장관리 ▲소상공인 마케팅 전략 ▲인터넷 마케팅 ▲고객관리 ▲절세전략 등이다. 또 성공한 업체 대표를 초청해 성공 노하우를 생생하게 전달하기도 한다.
 
김 과장은 "자금을 대출받으려는 이들에게 이 교육 과정은 필수다"며 "기본적인 사업계획서 작성부터 위기극복 전략까지 커리큘럼이 다양해 수강하는 이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설명했다.  



◇ 새 아이템으로 블루오션 개척

지난 6일 찾은 삼성동의 장년창업지원센터. 이곳은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에 소속된 센터 중의 하나로 50~60대 장년층의 1인 기업 설립을 돕는다. SBA는 장년 외에도 청년, 여성 등 다양한 계층의 창업을 돕고 있다.
 
장년창업지원센터에서는 창업공간과 필요한 집기들을 무상 임대해 주는 한편 창업 아이템을 구체화하도록 돕고 있다. 따라서 자영업을 하다 실패한 사람들이 재기를 위한 교육을 받기에 안성맞춤이다.
 
이곳에서 만난 오리차드(57) 씨는 유사 시 탈출에 필요한 휴대용 낙하산을 개발하고 있다. 오씨는 자신만의 독특한 낙하산으로 이미 미국에서 특허를 받고 국내 특허를 추진 중이다.
 
그는 "고층아파트나 고층 빌딩이 많은데 국내에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마땅한 탈출 도구가 없다"며 "이미 미국이나 러시아는 낙하산으로 탈출하는 게 보편화됐다"고 설명했다.
 
오씨는 낙하산이란 아이템은 있었지만 어떻게 상품화해야 할지 몰랐다. 장년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끙끙대며 제품을 만들어 냈다. 오씨는 "창업지원센터에서 멘토를 만나 여러 도움을 받았다"며 "현재 생산까지 상당히 진척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창업과 관련해 다양한 코칭 프로그램을 사업자에 맞게 맞춤 지원한다. 사업 아이템 선정부터 상권 분석, 법률, 세무, 인사 등 경영지도사들이 사업자를 1대 1로 교육하거나 창업전문가를 연결해준다. 또 사업자의 판로개척을 위해서 전시회 참여기회를 줘 사업아이템을 점검하고 보완할 수 있게 도와준다.
 

사진=류승희기자

김대환 서울산업통상진흥원 장년창업센터 팀장은 "이곳을 찾는 분들은 자금지원과 마케팅 판로에 가장 어려움을 느낀다"며 "현재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과 연계해 자금을 알선해 주고 여러 가지 마케팅 스킬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심사를 통해 입주 사업자를 선정하면 입주자는 한달에 30시간을 출근해야 하는 규정을 지켜야 한다. 매달 담당 지도자에게 수행계획서를 제출해 이달에 뭘 할 것인지 계획하고 월말에는 업무를 보고한다.
 
지난 2월 입주해 이제 한달 째를 맞은 이희웅 씨(69)는 에코 교육을 사업화할 생각이다. 이씨는 "이곳에 입주하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지원받는다"며 "사실 사업자금이 제일 중요한데 특허 내는 것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것까지 전문가 상담을 통해 하나하나 다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입주한 50대 박모 씨는 은퇴 전에 다녔던 회사를 기반으로 한 사업 아이템을 구상중이다. 그는 "회사에 필요했던 세무 관련 업무를 몰랐는데 교육을 받고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장년창업센터는 지난해 8월 1기를 배출했으며 지금은 2기 입주생들이 6개월간 교육을 받고 있다. 김 팀장은 "단시간 내에 성공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사후관리가 중요해 졸업 이후에도 컨설팅 멘토링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류승희기자

■자영업자 위기극복 전략은?-강재학 HS창업연구소장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에 처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입지 선정도 중요하고 마케팅도 필요하지만 우선 선행돼야 하는 게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찾는 것이다. 자신의 사업을 하면서도 본인에 대한 고찰이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일하면서 행복감을 느끼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한달 30일 중 29일을 억지로 참고 버티다가 마지막 결산 날에 성과가 없어 무너지게 된다. 그렇게 해서는 초기의 어려운 시기를 결코 버틸 수 없다.
 
호떡 하나를 굽더라도 내가 정성껏 구운 호떡을 고객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과 보람을 느껴야 마지막 결산 때 이익이 많지 않더라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

-수익이 나지 않으면 걱정이 태산일 텐데.
 
▶사업 초기에 가진 돈을 모두 투자하면 안 된다. 처음에는 작게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손해를 보더라도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맨바닥에서 시작하는 사람과 일정수준 사업 노하우를 갖춘 사람에게 각각 1억원을 투자했을 때 거둬들이는 효과가 하늘과 땅 차이다.
 
먼저 유사업종에 취업해 노하우를 익혀야 한다. 돈을 투자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을 먼저 투자하라는 것이다. 돈이나 프랜차이즈가 아닌 자신을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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