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은 지났다..기지개 켜는 日경제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송선옥 기자 2012.03.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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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1년]①일본차 美점유율 대지진 이전 회복

편집자주 지난해 3월 11일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규모 9.0의 강진과 쓰나미,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2만명에 가까운 희생자를 냈을 뿐 아니라 경제와 산업 구조, 일반인들의 삶까지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다. 대지진 1년을 맞아 일본 경제의 진로와 산업계의 재해 대응 방식, 원전 사태에 따른 생활양식의 변화를 3회에 걸쳐 점검해 보고 우리에게 던져진 교훈을 살펴본다.

↑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미국 시장 점유율 추이(기준:%; 기간: 2007년~2010년은 연도, 2011년1월~2012년2월은 월별;미 '빅3'는 GM, 포드, 닛산;일 '빅3'는 토요타, 혼다, 닛산)↑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미국 시장 점유율 추이(기준:%; 기간: 2007년~2010년은 연도, 2011년1월~2012년2월은 월별;미 '빅3'는 GM, 포드, 닛산;일 '빅3'는 토요타, 혼다, 닛산)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작년 6월 50%를 고점으로 추락해 올 들어 45%선까지 밀렸다. 작년 5월 사상 처음으로 10%선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던 현대·기아차의 점유율도 8% 초반대로 주저 앉았다.

미국 빅3와 현대차 (247,000원 ▲500 +0.20%) 기아차 (114,700원 ▲800 +0.70%)의 실적은 결코 부진하지 않았다. 오히려 올 들어 미국 자동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메이커 마다 판매량은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작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사태로 주춤했던 일본 메이커의 점유율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나머지 메이커의 점유율 하락이 뚜렷하다.



지난해 3월 동일본을 휩쓴 쓰나미는 일본 자동차산업의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을 일순간에 마비시켰다. 핵심 부품의 재고가 바닥나면서 완성차 생산이 급감하고 세계 시장에서 일본차 판매는 곤두박질쳤다.

이에 따라 2010년 33%선을 기록했던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빅3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대지진 직후인 작년 5~6월엔 25%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서플라이체인이 빠르게 재건되면서 올 2월 일본 빅3의 미국 점유율은 대지진 이전 수준과 비슷한 32.7%까지 회복했다.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는 일 경제

일본 1위 메이커 토요타의 미국 점유율은 평상시 16% 안팎이었지만 대지진 여파로 작년 5월엔 10.2%까지 추락했다. 당시 역대 최고인 10.1%까지 상승했던 현대·기아차에게 사상 처음으로 뒤처질 뻔한 상황이었다. 작년 5월 각각 10만대 남짓 팔았던 양측의 판매량 차이는 고작 961대였다.

하지만 올 2월 토요타의 미국 판매량은 15만9423대로 급증했고 점유율은 13.8%로 올라섰다. 이에 비해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9만6189대를 기록해, 양측의 판매량 격차는 6만3000대 이상 벌어졌다.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8.36%를 기록했다.


이처럼 일본 자동차 업계의 미국 점유율 회복은 일본 산업계가 1년전 대지진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하는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의 정상화도 상징적인 사례이다.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가 작년 3월 대지진 피해로 가동이 중단되자, 토요타는 직원들을 직접 파견해 복구 작업을 지원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르네사스는 예상보다 9달이나 빠른 3개월후부터 생산을 재개할 수 있었고, 토요타의 생산차질 대수는 당초 예상됐던 200만대보다 훨씬 적은 37만대에 그쳤다.

◇일본증시는 올 들어 14% 이상 상승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전력난, 뒤이은 태국 홍수와 엔고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일본 산업계는 자동차업계에 국한하지 않고 전 영역에 걸쳐 기지개를 다시 켜고 있다. 슈뢰더투자운용의 마에다 쇼고 일본증시 대표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일본 기업의 수익력이 심각하게 약화됐다는 우려가 팽배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며 "기업이 지난해에 상당히 회복됐다는 것은 실적이 보여준다"고 말했다.

↑ 지난해 3월 13일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쓰나미로 미야기현 센다이 북부 지역의 한 마을이 폐허로 변해 있다. <br>
↑ 지난해 3월 13일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쓰나미로 미야기현 센다이 북부 지역의 한 마을이 폐허로 변해 있다.
경제 지표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 분명하다. 대지진과 쓰나미는 재산피해액만 17조엔의 재산피해를 남겼지만 기업들은 자신감을 회복하고 시설과 설비 보강에 나서면서 지난해 4분기 일본 기업의 자본지출은 전년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이는 거의 5년만에 최고치이다. 기업이 돈을 쓰기 시작하면서 정부가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을 상향 조정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엔고현상, 산업생산 및 소매판매의 증가는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1980년 이후 처음으로 2조4900억엔의 무역적자를 냈지만 올 2분기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본의 12월 경기선행지수가 전월 101.7에서 101.9로 상승했다고 전하면서 일본이 미국과 더불어 올해 선진국의 경기회복세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경기에 선행한다고 여겨지는 일본 증시는 소강국면을 맞은 유로존 재정위기와 엔고 둔화와 맞물려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엔고 둔화에 따른 수출 기업 실적 기대감이 커지면서 닛케이225지수는 연초 대비 14% 이상 올랐다. 최근에는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9500엔선을 돌파하고 1만엔선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경기 낙관론은 일본 정부의 추경예산 편성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3차 추경예산으로 약 18조엔의 예산을 편성, 지진 피해가 컸던 후쿠시마·이와테·미야기 등 3개현 복구 작업을 진행중이다. 또 약 2조5000억달러의 4차 추경예산을 마련해 중소기업지원과 친환경차구입보조금 등으로 쓴다. 마에다 대표는 "성장세는 비록 느리지만 지난 수개월 동안 재개됐다. 임금도 회복되기 시작했고 소비 심리도 개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본의 재해 복구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는 평가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이는 회복세가 단기에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하는 요소이다. 일본 정부는 대지진 100여일만에 '복구와 부흥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했고 복구 사업을 관장하는 부흥청은 지난 1월에서야 출범됐다. 대지진 발생 11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재해 복구를 위해 지난해 편성된 추경예산 가운데 거의 절반은 아직 집행도 되지 않았다. 정치적 갈등과 관료들의 우유부단함이 낳은 폐해이다.

더구나 일본의 국가부채 규모는 이미 1000조엔을 넘어서 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211.7%를 기록했다. 선진국 중 최악의 수준이다. 자연재해에 따른 정부 지출 확대는 일본의 국가부채와 재정적자 폭을 더욱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소비세 인상은 생산적인 논의 없이 갈등만 유발시켜 전망이 불투명하다. 자연재해로 망가졌던 경제가 도약의 날개를 완전히 펼지, 다시 장기 침체의 길을 걸을지 세계가 일본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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