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13일부터 쌍용·동양 레미콘 구매 중단 확정

머니투데이 유현정 기자 2012.02.1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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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쌍용양회, 동양시멘트 가격인상 강행 방침에 반발

건설사들이 시멘트업계 1, 2위인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에 대해 오는 13일부터 레미콘 구매 전면 중단 등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레미콘 조업 중단사태의 단초가 되는 시멘트 가격 인상을 양사가 주도했다는 이유에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1개 대형건설사 자재 구매담당자들의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전날 오후 3시부터 저녁 9시까지 마라톤 회의를 열고 시멘트 가격 인상을 주도한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에 대해 제재를 가하기로 의결했다.



이정훈 건자회 회장은 9일 저녁 "레미콘사들의 조업 중단 선언은 레미콘업계보다 시멘트업계에 책임이 있는 것이다"며 "가격을 선도하고 있는 시장 점유율 1, 2위 회사에 대해 제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건자회는 오는 13일부터 양사의 레미콘 구매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두 업체가 시멘트 사업과 레미콘 사업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공급받는 레미콘 구매를 전면 중단함으로써 이들을 압박키로 한 것. 쌍용양회는 쌍용레미콘 지분 55%를 소유하고 있고, 동양시멘트의 경우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주)동양이 건자재사업부에서 레미콘사업을 운영 중이다.



건자회가 초강수를 두는 까닭은 두 회사가 지난 7일 레미콘회사를 거치지 않고 건설사들과 직접 거래하는 시멘트에 대해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게 한 이유다. 게다가 이 두 회사가 시멘트 가격인상을 요구한데 반발한 중소레미콘 업체들이 22일 조업중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실제 실행될 경우 가장 막대한 피해를 보는 곳이 건설사들이기 때문이다.

건축 및 토목사업의 주원료인 레미콘은 보통 1시간 안에 굳기 때문에 재료를 보관할 수 없어 공급회사들이 조업을 중단하는 즉시 건설이 중단된다. 아파트 분양일자가 정해져 있는 건설사들에게는 레미콘 조업중단이 `아킬레스건'인 셈이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연합회)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멘트업계가 통보한 가격 인상안 철회를 요구하며 수용되지 않을 경우 오는 22일 무기한 조업중단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다.


한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말 조업중단 발표 이후에도 시멘트업계 측에서 가격 인상안을 철회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었던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건설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 업계가 시멘트가격 인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시멘트업계도 어려운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인상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건설사들이 원가를 반영해 레미콘가격을 인상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양사의 레미콘 구매를 중단키로 함에 따라 시멘트 가격 인상을 놓고 벌어지는 양측간의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한편, 앞서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를 비롯한 국내 시멘트 업계가 지난해 12월 레미콘 업체들에게 시멘트 가격을 톤당 6만7500원에서 7만5000원으로 15%가량 인상하겠다고 통보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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