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린 여전법 개정안 의결

머니위크 성승제 기자 2012.02.1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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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자영업자·금융 당국·카드사 불만 반, 환영 반

중소가맹점들의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가 1%대 수준으로 인하될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9일 그동안 논란이 됐던 카드수수료 인하를 위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여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여전법 개정안은 업종별 수수료율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카드업계는 이번 여전법 개정안에 대해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여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위는 카드수수료 차별에 관한 세부적인 기준을 정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위는 카드수수료에 당국이 개입하면 '관치금융' 논란이 일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는 시장논리와 맞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의지로 수년 전부터 수수료를 지속적으로 인하해 왔는데 또 다시 내리면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형가맹점의 우월적 지위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도입된 것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그동안 수수료 인하를 요구한 자영업자협회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여전법 개정안 어떤 내용 담았나
 
정무위를 통과한 여전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먼저 중소가맹점과 카드사를 위한 보호책이 마련됐다. '신용카드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영세한 중소신용카드가맹점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넣어 중소가맹점의 수수료를 더 낮출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대형가맹점이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해 카드사를 압박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신용카드업자에게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 책정을 요구하는 행위' 등을 금지했다. 리베이트 등 보상요구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만약 이를 어기는 카드사들은 금융위원회가 시정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조정 권고 권한'을 주는 내용도 신설했다. 반면 논란이 됐던 카드수수료 원가공개 의무화는 내용이 빠졌다. 이번 개정안은 당초 6개월 뒤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카드사의 전산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9개월 이후로 조정했다.
 

(사진=뉴시스)

가장 큰 핵심은 역시 수수료를 차별화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신용카드사업자는 가맹점수수료를 정할 때 가맹점의 거래 규모에 따라 수수료를 차별화했다. 개별 카드사와의 협상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이마트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형가맹점은 1%대 수수료를 적용받고, 음식점이나 개인사업자 등 일반가맹점은 2~4.5%의 높은 수수료를 책정했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카드사가 카드수수료를 부당하게 책정했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자금과 규모가 큰 대형가맹점은 수수료를 낮게 책정하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영세자영업자들은 이보다 2~3배 높은 수수료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카드수수료 압박에 카드사들이 곧바로 수용한 것도 자영업자들의 분노를 키웠다.
 
지난해 현대자동차는 카드사에 대해 수수료를 1%대로 낮추라며 공문을 보낸 바 있다. 당시 KB국민카드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결국 이를 수용했다. 반면 자영업자들에 대해 카드사들은 "이미 일부 내렸기 때문에 더 이상의 수수료 인하는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만약 여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러한 차별화 문제가 사라지기 때문에 당분간 카드수수료 논란은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감독당국·카드사 '곤혹'… 자영업자들 '기대'

금융위는 여전법 개정안에 대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중소가맹점에 대한 보호책이 적용됐지만 새 가이드라인을 모두 금융위가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영세가맹점의 우대수수료율 역시 금융위가 결정하도록 했다. 정치권이 뚜렷한 대책을 내놓기 보다는 법안을 먼저 통과시키고 논란이 확대될 수 있는 역할은 금융위에 떠넘긴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수료는 사업자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여기에 감독당국과 정치권이 가세하면 관치논란만 부추길 수 있다"며 "아직 법안이 최종 통과된 것은 아니라서 좀 더 지켜보겠지만 당장은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전법 개정안에 명시한 가이드라인에 대해 준비한 것이 전혀 없는 상태"라며 "앞으로 9개월 동안 카드사와 가맹점들이 만족할 만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고민스럽다"고 호소했다.
 
카드사들은 모든 가맹점의 수수료를 차별 없이 1%대로 낮추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선거철을 맞아 표를 의식해 카드사를 이용한다며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들이 표를 얻기 위해 카드 수수료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면서 "우리가 정부투자기관도 아닌데 카드 수수료까지 국회가 손을 대는 것은 심하다"고 지적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중소가맹점 우대 수수료율에 대해 당국이 일률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고 다른 산업분야 및 해외에서도 전례가 없는 만큼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형가맹점들이 지나친 수수료 인하요구를 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도입된 것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중소가맹점의 경우 그동안 업계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수수료율을 낮추면서 카드사의 부담이 가중돼 왔고, 일반업종 가맹점의 수수료율 인하를 위해서는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 인상을 통한 고통 분담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이번 법안개정을 통해 균형적인 시각이 포함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은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수수료 인하를 요구한 자영업자들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는 만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자영업자협회 관계자는 "여전법 개정안에 대해 관심 있게 보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중소가맹점의 수수료가 내려간다면 환영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만큼 추후에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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