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웰빙]에이즈 불치병? 이제는 '만성질환'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2012.02.1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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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기자의 헬스&웰빙]에이즈의 모든 것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매직 존슨은 에이즈 감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있는 유명 인사다. 매직 존슨은 지난 1991년 '에이즈 감염'을 선언했고, 일부 NBA 선수들이 경기 보이콧을 선언했지만 지금은 우스개 소리로 넘겨 버리는 해프닝이 됐다.

에이즈는 과거 '불치병'에서 '바이러스로 인해 감염되는 만성질환'으로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다. 미국 애런 다이아몬드 에이즈 연구소장인 데이비드 호 박사에 따르면 에이즈는 당뇨, 고혈압처럼 약물로 조절이 가능한 질환이다. 바이러스 감염 후 치료를 빨리 시작하면 본인의 원래 수명까지 사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에이즈'라는 질환을 잘 몰라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지난해 12월 질병관리본부에서 진행한 에이즈 인식조사에 따르면 에이즈 하면 '죽음', '사망', '불치병' 등 부정적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는 국민이 34.6%에 달했다.

◇에이즈, HIV 감염에 따른 질환=우리가 일반적으로 부르는 AIDS(에이즈)는 후천성면역결핍증(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영문 명칭의 앞 글자를 따 붙여진 이름이다.



에이즈정보센터에 따르면 '후천성'은 유전성(遺傳性)이 아니라는 뜻이고 '면역결핍증'은 인체 방어기능을 담당하는 면역 세포가 파괴돼 면역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즉 에이즈는 건강한 인체에서는 잘 활동하지 못하던 세균이나 곰팡이, 바이러스, 기생충 등의 병원체가 면역기능이 떨어진 몸에서 병을 일으키는 모든 증상을 일컫는 말이다.

국내 에이즈 누적 감염인 수는 2011년 3월 기준 7835명이다. 이들 가운데 생존해 있는 사람은 현재까지 총 6442명이다. 성별로는 남성(7198명)이 여성(637명)보다 많고, 연령별로는 남녀 모두 30대(남 31.2%, 여 25.9%)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에이즈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다. HIV 감염 후 오랜 기간이 지나 면역체계가 파괴되고 각종 질환이 나타나면 에이즈 환자로 구분한다.

과거 HIV는 감염 후 3~5년 사이 사망을 유발할 정도로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였다. 현재는 10년이 지나야 에이즈 발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slow-acting virus)로 변신하고 있다.

◇바이러스, 물이나 공기로는 감염 안 돼=HIV는 혈액, 정액, 질 분비액으로만 감염된다. 공기나 수중에서 빨리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와 접촉했더라도 흐르는 물로 깨끗이 씻으면 감염되는 일이 없다.

만약 에이즈 감염인과 같이 생활해야한다면 혈액 접촉을 조심하면 된다. 피가 묻었을 땐 즉시 비누와 흐르는 물로 깨끗이 씻고 혈액이 묻기 쉬운 칫솔, 빗, 수건 등은 따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배우자가 감염인인 경우 정액, 질 분비액 등과의 접촉을 삼가는 것이 좋다.

에이즈 감염자는 질환 전파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수혈은 에이즈 전파가능성이 95% 이상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은 헌혈, 장기기증 등을 할 수 없다. 고의로 성생활을 지속해 상대를 감염시킬 경우에는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다른 사람과의 다툼이나 사고로 피를 흘렸다면 반드시 깨끗하게 처리해 다른 사람의 감염을 막아야 한다.

◇증상은 고열, 두통 등으로 시작=HIV에 감염되면 짧은 급성 HIV증후군이 나타난다. 2~6 주의 잠복기를 거친 후 몸살 같은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감염자의 50%에서 나타난다.

고열과 두통, 인후통, 근육통, 구토, 피부발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항체가 생기면서 이 같은 증상은 1주~2개월 이내에 소멸된다.

급성 HIV증후군이 사라진 후엔 아무 증상도 없는 '무증상기'가 온다. 때로는 무증상기가 몇 년간 지속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기간에도 세포면역 기능은 점점 떨어진다. 무증상기가 지나면 전신에 림프절이 커지고 발열, 오한, 설사, 체중 감소 등이 1개월 이상 지속된다.

전신 무력감과 피로감, 식욕부진, 불면증 등이 생기기도 한다. 이 같은 증상은 본격적인 에이즈 질환이 나타나기 전 '에이즈관련증후군'으로 불린다.

바이러스 감염이 에이즈로 바뀌면 2차적 암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바이러스와 기생충 등에 의한 감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치료 시작 후, 꾸준한 관리 필수=현재 HIV 바이러스 치료제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공인을 받은 항레트로바이러스제가 사용된다.

뉴클레오시드 및 비뉴클레오시드 역전사효소 억제제, 단백분해효소 억제제, 융합억제제 등이다. 이들은 인체에 들어가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한다.

에이즈 치료에 사용되는 단백분해효소 억제제는 내성의 우려가 있어 증상이 있거나 특정 세포수가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권장된다.

치료를 시작한 후 반드시 3개월마다 바이러스 진행 속도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해야 한다.

HIV 감염으로 인한 각종 질환은 비교적 잘 치료되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당뇨환자가 혈당을 관리하는 것처럼 에이즈 환자도 질환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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