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백은 되고 빕스는 안되는 이유, 뭐지?

머니투데이 원종태, 장시복 기자 2012.02.07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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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기업때리기 결국 국민이 피해

아웃백은 되고 빕스는 안되는 이유, 뭐지?


아웃백은 되고 빕스는 안되는 이유, 뭐지?
지난해 국내 외식산업 시장규모는 70조원대로 알려졌다.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빌딩 70개를 사고도 남는 액수다. 이 같은 규모로 볼 때 외식산업을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전담 분야로만 몰아 부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 많다.

특히 외국 외식기업과 외국계 자본이 한국시장으로 몰려오고 있는데, 이들과 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국내 외식산업의 주인공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라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골목상권 보호 이슈와는 별개로 외식산업에서 대기업 역할론이 존재하는 이유다.



아웃백은 되고 빕스는 안되는 이유, 뭐지?
◇외국 브랜드는 달리는데 토종 브랜드는 '뒷목' 잡혀

외국계 레스토랑인 아웃백스테이크는 앞으로 5년내 국내 매장수를 50개 더 늘린다는 전략이다. 이 경우 아웃백스테이크는 150개 이상으로 매장이 불어난다. 매장수만으로는 2006년 대비 100% 가까운 증가세다.



반면 아웃백의 대항마로 꼽히는 토종 외식브랜드 빕스는 매장수 확대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대기업 계열 외식업체로 민심이 좋지 않은데다 경쟁사의 점포 선점 등으로 여러 상황이 여의치 않다. 현재 토종 브랜드인 빕스 매장수는 76개로 외국계 아웃백의 2006년 점포수(88개)에도 훨씬 못 미친다.

외식산업을 내수업종으로만 볼 수도 없다. 일본을 세계에 알린 음식은 스시다. 태국의 똠양꿍이나 베트남 쌀국수도 이제 세계를 무대로 자국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국가대표 음식으로 떠오르는 게 없다. 한식 세계화가 논의된 지 몇 년째지만 아직도 슬로건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 계열 외식업체 CJ푸드빌이 2010년 5월 선보인 비빔밥 전문점 '비비고'에 거는 기대가 컸다. 비비고는 한국보다는 미국이나 유럽, 중국을 상대로 비빔밥을 키운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비빔밥이 '비빔바'로 둔갑해도 '강 건너 불구경?'

그러나 비비고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대기업이 비빔밥을?'이라며 여론이 부정적으로 흘렀다. 곳곳에서 대기업이 비빔밥 식당까지 열면 골목상권은 어떻게 되느냐며 반발했다. 광화문과 강남역 등 골목상권과 거리가 먼 곳에 7개 매장을 열고 시장 반응을 보고 있는데 발목을 잡은 것이다.

베이스캠프인 국내 사업이 지지부진하다보니 비비고의 글로벌 원정마저 흐지부지될 위기에 놓였다. 이 사이 미국에서는 일본 기업이 비빔밥 전문식당으로 성황을 누리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전 세계 25개국에 진출한 일본 외식업체 노부가 지난해부터 뉴욕 등에서 버젓이 비빔밥과 불고기를 선보여 호평을 얻고 있는 것.

비빔밥의 '표절'은 이 뿐 아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선술집 프랜차이즈 아미따노와 패밀리레스토랑 로얄호스트 등에서 비빔밥이 발음이 어렵다는 이유로 '비빔바'(ビビン­バ)라는 메뉴로 둔갑해 상당한 수익원이 되고 있다.

이 추세라면 비빔밥이 일본 음식으로 호도될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국내가 아닌 해외 진출은 대기업이 원하는 대로 진행하면 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이는 외식산업의 흐름을 모르는 소리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외식업의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국내 사업이 일단 기반을 다지고 국내에서 다양한 고객 반응 등이 축적돼야 하는데 이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해외진출은 실패하기 쉽다"고 밝혔다.

◇토종 한식업체 장래성 보고 되레 외국 자본이 '꿀꺽'

골목상권 보호라는 명제에 갇혀 토종 외식업체들이 주춤하는 사이 외국계 자본이 토종 한식업체를 인수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11월 놀부보쌈과 놀부부대찌개로 잘 알려진 놀부NBG가 미국계 자본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 사모펀드에 매각된 것. 놀부NBG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였던 김순진 회장은 국내 프랜차이즈 점포 확장은 물론 글로벌 진출에도 중소기업으로서 한계를 느껴 회사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세계적인 K-POP 열기 속에 한국을 대표할 만한 한식사업이 유망하다고 판단해, 놀부NBG를 전격 인수했다.

지난해 8월 이마트가 지름 45cm 피자를 1만1500원에 내놓았을 때 동네 피자가게 못지않게 외국계 피자업체들도 위기감을 느꼈다. 이마트 피자가 브랜드와 맛, 가격 등 3대 강점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트 피자는 골목상권 침해와 대기업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피자 장사라는 이유로 공격을 받았다.

반면 외국 자본으로 만든 외국 피자업체의 한국지사는 아무런 장애 없이 매년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외국계인 한국도미노피자의 경우 2010년 영업이익 98억3446만원으로 전년대비 49% 뛰었고 지난해 영업이익도 두 자릿수 이상 증가세가 예상된다.

이렇게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세금을 빼고 상당금액이 해외 본사로 흘러간다. 실제 이 회사는 매년 매출의 7~8%에 달하는 금액을 '기술사용료' 명목으로 미국 도미노피자 인터내셔널 본사에 송금하고 있다. 지난 2007년 45억3700만원이었던 기술사용료는 2008년 59억원, 2009년 70억원, 2010년 78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다. 아웃백도 매년 매출의 3~5% 수준을 로열티 명목으로 미국 본사에 지급하는데 이어 당기순이익 상당부분도 해외로 흘러나가고 있다.

◇대기업과 소상공인 역할론 구분 짓고 서로 상생해야

따라서 대기업의 외식산업 '경쟁력 강화'와 '골목상권 보호'라는 이중 잣대를 적절히 조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역할 분담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김동선 숭실대 경영학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전 중소기업청장)는 "기본적으로 대기업의 해외 진출이 소상공인 영역 침범이라는 잣대로 위축돼서는 안 된다"며 "대기업은 해외진출에 특화해서 시장 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상공인도 이 같은 대기업의 활동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기업과 소상공인이 공동으로 물류나 공동 구매 등을 통해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유통채널 개선에 협력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지원실 강상중 실장은 "어느 업종을 막론하고 소상공인들만 있어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대기업들이) 필요한 곳에는 필요한 만큼 들어가야 하는데 무차별적으로 가는 것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며 이 부분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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