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끈 긴'은행원·공무원, 땅 살때 '이것'도 모르더라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2012.02.07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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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高手열전]박귀경 대일감정원 제1본부장


- "투자하려면 지도보는 법부터 배워야"
- "가치분석 위해 법·제도 익혀라" 조언


'가방끈 긴'은행원·공무원, 땅 살때 '이것'도 모르더라


 "금융기관 종사자나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요? 현장에 갔을 때 투자 대상 토지를 찾는 방법이에요. 의외로 가장 기본적인 걸 모르더라고요."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만난 박귀경씨(42·사진)가 특유의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감정평가법인 대일감정원의 제1본부장이자 공무원·대학생·금융기관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부동산 감정평가를 10년 동안 가르쳐온 베테랑 강사다.



여성 감정평가사가 드물던 지난 1994년 최연소, 수석 합격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감정평가업계에 진출해 올해로 경력 18년차. 현재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광진구의 표준지 공시지가를 산정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에게 공무원이나 금융기관 종사자 등 소위 '가방끈 긴' 사람들은 무얼 제일 궁금해 하느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박 본부장은 "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전문적이고 복잡한 감정평가 원리가 아닌 '지도를 보는 법'"이라며 "기본적인 내용인데도 잘 모르는 경우 있어 현장답사를 나가면 투자 대상 땅을 찾지 못하고 헤매더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현장을 등한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투자관행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깔려 있었다. 그는 이어 "은행에 다니는 한 지인은 현장답사를 나갔다가 저쪽 땅이 좋다는 손짓에 속아 땅을 샀는데 알고 보니 맹지여서 투자금을 모두 날렸다"면서 "부동산 가치분석을 전혀 안하고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투자하니 이런 일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본부장은 감정평가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분석하는 업무'라고 정의했다. 이전에야 '위치'(location)가 부동산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였지만 최근에는 유치권, 개발제한 규제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게 부동산 가격을 좌우하는 핵심요소가 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부동산 투자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각종 법과 제도를 먼저 익혀야 한다고 충고했다.

5기 감정평가사 출신인 박 본부장도 한때 '외도'를 했다. 지난 2001년 감정평가서 심사업무를 담당한 것. 박 본부장은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최근 금융기관의 자체 감정평가 움직임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감정평가사는 담보를 보수적으로 평가하려는 채권자와 극대화하려는 채무자 사이에서 독립성을 지키며 줄다리기를 하는 직업"이라며 "은행은 아무래도 대출실적에 대한 압박이 있기 때문에 채무자 쪽 얘기를 더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 자주 나가지 못하는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박 본부장은 "감정평가사는 평가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현장을 둘러보고 평가하지만 대부분 은행에서는 탁상평가가 이뤄진다"며 "책상에 앉아서 서류만 보고는 정확한 평가를 하기 힘들다"고 힘줘 말했다.

최근 불거진 단독주택 공시지가 논란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박 본부장은 "미국의 경우 국민들의 조세저항을 우려해 표준지·표준주택 공시지가 상승분을 바로 반영하지 않고 경제상황을 감안하며 단계적으로 반영한다"며 "이런 방식을 참고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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