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철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당명 개정안이 의결된 뒤 브리핑을 통해 "새 당명엔 새로운 대한민국,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대한민국, 갈등을 넘어 국민이 화합하고 하나 되는 새로운 세상이란 국민의 염원을 반영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일부 의원들은 비대위의 당명 변경 방침에 "굳이 당명을 바꿀 필요가 있냐"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지만, "당명을 바꾸고자 하는 박 위원장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는 게 한 측근 인사의 설명이다. 앞서 한나라당은 박 위원장이 당 대표를 맡았던 지난 2004~2005년에도 당명 변경을 추진했지만, 수도권 출신 의원 등 당내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황 대변인은 "접수된 제안 중 85%에 '새', '국민', '희망', '행복', '복지' 등의 단어가 포함돼 있었고, 그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게 '새' 또는 '신(新)'이었다"며 "또 '국민소통'과 '국민화합', '국민중심' 등 그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도 적지 않은 등 당 쇄신과 변화에 대한 국민의 바람이 잘 나타나 있었다"고 전했다.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도 "국민이 갖고 있는 생각을 찾는데 당명 변경의 주안점을 뒀다"면서 "그 과정에서 갈등보다는 화합, 하나가 되고 새롭게 나가야 한다는 국민의 바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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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건수를 기준으로 했을 땐 기존 한나라당 명칭과 유사한 '새나라당'이란 제안이 가장 많았고, 새 당명으로 결정된 '새누리당'은 10건 정도에 불과했다고 한다.
아울러 '꼴보기싫당', '두나라당', '디도스공격당', 'MB탈당', '비서가했당'과 같이 한나라당을 비하하는 내용의 제안도 전체 제안의 5%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황 대변인은 "'국민이 원하는 당 쇄신과 개혁을 위해선 보다 확고한 표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새누리당'을 '새희망한국당', '한국민당'과 함께 오늘 비대위에 당명 변경안 후보로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본부장도 "기존 당명과 비슷하면 '왜 바꿨냐'는 질책이 있을 테고, 또 너무 새롭게 하면 '당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을 것 같아 그런 딜레마 속에서 어느 정도 새로우면서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당명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며 "순우리말로 된 제안이 많았던데다, 특히 '누리'가 들어간 것만 50여건에 이르러 '새누리당'을 제안케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상돈 비대위원(중앙대 교수)도 기자들과 만나 "보기에 따라선 파격적이지만 다른 안(案)보다 참신하고 변화 의지를 느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과거 정당의 엄숙함을 벗어나 국민이 세대와 관계없이 다 좋아할 수 있는 명칭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 주변에선 한나라당이 당명과 함께 당 상징색까지 변경코자 하는 점을 들어 "기존의 한나라당 색채를 지우려 하는 박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정"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이날 비대위에선 '새누리당'이란 새 당명과 관련해 "'국민만 바라보겠다'는 당 슬로건에 따라 비대위가 운영된다는 점에서 당명에 국민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당명이 희화화될 수 있다"는 등의 지적이 제기됐다고 한다. 하지만박 위원장은 "당 이름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름을 바꾸고 나서 얼마나 잘해나갈지가 중요하다"는 말로 이를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당명의 힘은 국민의 지지와 믿음 속에서 나오기 때문에 국민의 지지와 믿음을 신뢰를 얻어내기 위해 우린 앞으로도 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이란 당명안은 비대위에서도 별도의 투표 없이 구두만으로 '만장일치' 가결됐다.
그러나 당 주변에선 '누리'에 세상, 나라 외에 메뚜기과의 곤충이란 뜻을 갖고 있음을 들어 벌써부터 "'메뚜기당'으로 불릴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조현정 비대위원도 회의 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기존 한자글에 뜻을 담으려다가 완전 다른 단어로 다른 정당보다 더 많이 변하는 모습을 택한 것"이라며 "희화화될 소지도 있지만 모두 다 관심일 것"이라고 적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새누리당의 대내용 영문 표기는 'Saenuri'로 정했으나, 대외용 영문표기는 아직 확정짓지 못했다. 현재 한나라당은 'Hannara'와 'The Grand National Party' 등 두 가지 영문 표기를 각각 대내, 대외용으로 쓰고 있다. 당 로고와 상징색 변경 작업도 계속 진행 중이다.
한나라당은 오는 9일과 13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잇달아 소집, 새 당명 등을 반영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하고, 선포식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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