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남구 개포4동 1266번지. 일명 '자활근로대마을'(옛 포이동 266번지). 무허가주택 96가구가 모여 살며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린 이 곳은 지난해 6월12일 화재로 75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6월12일 서울 개포동에 위치한 '재건마을'(일명 포이동 266번지)에 화재가 발생한 모습.
송 대표는 "새 집이 생겼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며 "불이 나던 날 솥단지 하나, 숟가락 한 개도 챙기지 못하고 맨몸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송 씨의 남편 박수길씨(68)는 "화재 이후 천막 생활을 하던 지난해 추석에는 내년 설엔 갈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설에는 내려가는 경비도 그렇고, 빈 손으로 가기도 그렇고, 매년 이러고 사는 거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송 씨와 맞은편에 사는 우석순씨(65)는 설 음식 장만에 쓰일 냄비를 닦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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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들에게 줄 세뱃돈은 큰 놈(초등학교 5년)은 5000원, 작은 놈(유치원생)은 2000원이라고 했다.
설날 물가로 이야기를 옮겼다. 우씨는 "과일이 너무 비싸 도저히 짝(박스)으로는 살 수가 없었다"며 "동네 슈퍼마켓에서 배 하나, 사과 하나 구입해 차례를 지내야지"라고 말했다.
인근 이모씨(75)도 말을 거들었다. 그는 "설 준비하려니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며 "불에 타버린 상과 제기, 병풍을 다시 사려니 줄잡아 20만~30만원이 들었다"고 했다.
영하의 날씨에도 이씨는 끊임없이 삽으로 집 앞길의 돌을 골라냈다. 고운 흙을 다지고 있었다. 오랜만에 찾아오는 손녀딸들이 미끄러져 다칠까봐서라고 했다.
"명절인데 그만 들어가서 쉬세요"라고 했다. 이 씨가 답했다. "일거리가 있으면 나가서 고무줄이라도 주워와야 하는 게 이 동네야. 여긴 말 그대로 '재건마을'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