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20주년, 너무 조용 왜?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2012.01.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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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워치]기득권층 집단이익 위해 개혁과 개방 및 변화 지연

“개혁과 개방을 하지 않아, 경제를 발전시키지 않고, 인민들의 생활을 개선하지 않으면 오직 죽음으로 가는 길뿐이다. 이런 기본노선은 100년 동안 흔들림 없이 지켜야 한다.”

‘중국 개혁개방의 총 설계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덩샤오핑(鄧小平) 전 주석이 20년 전, 88세의 노구(老軀)를 이끌고 중국 남쪽 지방을 순회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덩 전 주석은 1992년 1월18일부터 2월22일까지, 후베이(湖北)성의 우한(武漢), 광둥(廣東)성의 선전(深<土+川>) 주하이(珠海)와 상하이(上海) 등 중국 남부지역을 시찰한 뒤 담화를 발표했다. 바로 ‘난쉰장화(南巡講話)’다.



마오저뚱(毛澤東) 전 주석이 사망한 1976년 이후 정권을 잡은 덩 전 주석은 1978년부터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했다. 1980년에 선전을 경제특구 1호로 지정하며 개혁과 개방의 길을 연 덩 전 주석은 1989년의 톈안먼(天安門) 사태와 1991년의 소련 연방 및 동유럽 붕괴 등의 이유로 개혁개방 노선에 반대하는 의견이 제기되자 개혁개방의 중심지를 직접 시찰하면서 개혁개방의 분위기를 다잡았다. 이 덕분에 중국은 지난 2010년에 일본을 따돌리고 미국에 이어 세계 2대 경제대국인 G2로 부상하게 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농업 중심의 후진국이었던 중국을 G2로 부상할 수 있게 한 ‘난쉰장화’가 20주년을 맞고 있지만 중국 분위기는 의외로 썰렁하다. 덩샤오핑 전 주석이 지목했던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인만큼 난쉰장화 20주년 행사를 크게 할 것 같은데도 실제는 그렇지 않다.



중국 내에서는 정부 차원의 난쉰장화 20주년 축하 행사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학에서의 토론회조차 제대로 열리지 않고 있다. 당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언론 매체도 난쉰장화에 대한 보도를 찾기 어렵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서 18일과 19일, 난쉰장화에 나선 덩샤오핑 전 주석의 관련 사진을 게재했을 뿐 다른 매체에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중국이 난쉰장화 20주년에 대해 조용한 것은 개혁개방 과정에서 심각하게 노출된 여러 문제로 '역풍'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난쉰장화로 다잡은 개혁개방으로 미국에 버금가는 강국이 됐지만 엄청난 빈부격차와 지역 및 도농간 소득불균형, 부정부패 등에 따른 사회갈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아직 찾지 못한 상황에서 20주년 행사를 치르는 게 득보도 실이 클 수도 있다는 판단이 나왔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는 칭화(淸華)대학교가 올해 초에 발표한 ‘사회진보연구보고서’에서 “중국은 돌다리를 쓰다듬는데 정신이 팔려 강을 건너려 하지 않는다”며 "중국이 구조전환함정에 빠졌다“고 지적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중국 수뇌부는 순조로운 권력교체를 이루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 안정을 우선시하고 있는 만큼 개혁과 개방을 통한 변화를 강조했던 난쉰장화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보고서 집필을 주관한 쑨리핑(孫立平) 칭화대 사회학과 교수는 “1980년대의 특징은 개혁이었고 90년대는 전반부에 개혁, 후반부에 개방이 시대의 흐름이었지만 최근 10년 동안은 현상유지가 가장 기본적 기조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기득권 층이 변화와 개혁을 억제하면서 중요한 개혁조치의 시행이 지연되고 정치체제개혁은 한발도 진전되지 않아 체제개혁은 이미 곤란한 지경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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