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혁개방의 총 설계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덩샤오핑(鄧小平) 전 주석이 20년 전, 88세의 노구(老軀)를 이끌고 중국 남쪽 지방을 순회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덩 전 주석은 1992년 1월18일부터 2월22일까지, 후베이(湖北)성의 우한(武漢), 광둥(廣東)성의 선전(深<土+川>) 주하이(珠海)와 상하이(上海) 등 중국 남부지역을 시찰한 뒤 담화를 발표했다. 바로 ‘난쉰장화(南巡講話)’다.
당시까지만 해도 농업 중심의 후진국이었던 중국을 G2로 부상할 수 있게 한 ‘난쉰장화’가 20주년을 맞고 있지만 중국 분위기는 의외로 썰렁하다. 덩샤오핑 전 주석이 지목했던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인만큼 난쉰장화 20주년 행사를 크게 할 것 같은데도 실제는 그렇지 않다.
중국이 난쉰장화 20주년에 대해 조용한 것은 개혁개방 과정에서 심각하게 노출된 여러 문제로 '역풍'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난쉰장화로 다잡은 개혁개방으로 미국에 버금가는 강국이 됐지만 엄청난 빈부격차와 지역 및 도농간 소득불균형, 부정부패 등에 따른 사회갈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아직 찾지 못한 상황에서 20주년 행사를 치르는 게 득보도 실이 클 수도 있다는 판단이 나왔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는 칭화(淸華)대학교가 올해 초에 발표한 ‘사회진보연구보고서’에서 “중국은 돌다리를 쓰다듬는데 정신이 팔려 강을 건너려 하지 않는다”며 "중국이 구조전환함정에 빠졌다“고 지적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중국 수뇌부는 순조로운 권력교체를 이루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 안정을 우선시하고 있는 만큼 개혁과 개방을 통한 변화를 강조했던 난쉰장화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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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집필을 주관한 쑨리핑(孫立平) 칭화대 사회학과 교수는 “1980년대의 특징은 개혁이었고 90년대는 전반부에 개혁, 후반부에 개방이 시대의 흐름이었지만 최근 10년 동안은 현상유지가 가장 기본적 기조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기득권 층이 변화와 개혁을 억제하면서 중요한 개혁조치의 시행이 지연되고 정치체제개혁은 한발도 진전되지 않아 체제개혁은 이미 곤란한 지경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