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배우들은 100kg이 넘는 대형 종을 흔들며 역동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마스트미디어
2005년 2월 국내 첫 선을 보이고 이듬해 앙코르 공연 후 6년만에 다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노트르담 성당을 배경으로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사랑한 꼽추 콰지모도의 사랑이야기를 담고있다.
이번에 달라진 건 불어가 아닌 영어버전이라는 것 뿐 오리지널 미장센(무대 배치작업, 연출)은 그대로 살렸다. 1998년 초연 후 2005년까지 프랑스에서만 400만명이 관람했고 한국 공연 당시 2005년 8만 관객, 이듬해 11만 관객을 동원해 연이어 세종문화회관 최단기간 최다 입장객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작년 11월부터 두 달간 이어진 중국공연에서는 유료관객 6만2000명을 동원했다.
54곡의 노래로만 이어지는 '노트르담 드 파리'는 송스루(song-through) 뮤지컬의 대표 격이다. 팝음악과 쇼 비즈니스 요소, 대사가 많은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차별화된 프랑스 뮤지컬의 맛이 있다. 극 초반에 그랭구아르가 부르는 '대성당의 시대'의 웅장한 단조선율은 관객의 심장을 쥐락펴락 했고 이어진 '거리의 방랑자들' '미치광이들의 축제'도 역동적인 군무와 함께 음악의 힘을 전달하기 충분했다.
↑ '노트르담 드 파리' ⓒ마스트미디어
무엇보다 대극장 무대를 꽉 채운 것은 에너지 넘치는 무용수들이다. 치밀하게 짠 동선 안에서 질주를 하기도 하고 구르고 뛰놀며 즐기듯 자유분방하지만 춤과 섬세한 동작은 절제미를 잃지 않았다.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노래해요 에스메랄다, 함께 갈 수 없다면 죽음도 두렵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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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지모도의 사랑노래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는 비극적이고 애절한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듯하다. 신부 프롤로가 에스메랄다를 교수형에 처하기 전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를 부를 때는 악역이라는 생각을 잠시 잊을 정도로 그 절절함에 빠지게 된다. 안정적이면서 감정선이 살아있는 가창력은 탄성이 절로 날만 했다.
매끈한 장면전환에 비해 스토리의 연결성은 떨어진다. 그래서 스케일이 큰 화려한 볼거리와 안무에 더욱 신경 썼는지 모른다. 높은 성벽 위에 두 발만 겨우 디딘 채 웨이브 춤을 추거나 아슬아슬하게 절벽을 타는 애크러뱃, 움직이는 대형 종에 매달린 배우들의 모습 등은 손을 꼭 쥐게 만든다. 과연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빅토르 위고에 대한 오마주로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 '노트르담 드 파리'는 가슴을 울리는 다양한 노래로 음악의 힘을 과시했다. ⓒ마스트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