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청약광풍 주범 '점프통장', 뭐기에…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2.01.20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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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부동산, 서울 청약통장 쓰나미 공세에 휘청…지자체 시장냉각 우려에 방관

ⓒ임종철ⓒ임종철


"지난해 명륜동 아이파크와 해운대 래미안에 '점프통장'이 쓰나미처럼 몰렸죠. 기획부동산들이 가점 높은 A급 청약통장을 서울에서 2000만원씩 주고 무더기로 사오더니 분양권을 수두룩하게 따내고 웃돈 4000만원을 붙여 팔고 떠나더라고요. 이래서 부산 부동산시장에 거품만 잔뜩 꼈고 결국 현지인만 골탕 먹는 거죠."(부산 금정구 C공인중개 사장)

'점프통장'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토해양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부동산 청약시장 침체를 우려해 뒷짐을 지고 있거나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점프통장'이란 청약 당첨을 목적으로 다른 지역의 거주가가 소유한 청약통장을 대거 사모아 해당지역으로 위장 전입해 청약하는 수법을 말한다. 기획부동산처럼 '큰손'들은 가점높은 청약통장을 뭉텅이로 청약해 분양권을 받아 프리미엄을 받고 팔아넘긴다.

이들은 청약통장 소유자에 수백만원부터 많게는 수천만원을 주고 사기 때문에 시장 과열을 조장해 높은 프리미엄을 붙여야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현지 실수요자들만 비싼 가격에 분양을 받아 피해를 입어왔다는 것이다.



현행 주택법에는 청약통장을 양수·양도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전단지나 인터넷·문자메시지를 통한 광고행위에 대해서도 동일한 처벌을 한다.

↑부산의 한 모델하우스 옆에 떳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이 진을 치고 있다.↑부산의 한 모델하우스 옆에 떳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이 진을 치고 있다.
문제는 단속이 쉽지 않다. 국토부는 지난 2007년 국세청, 경찰청, 지차체 공무원들과 합동 단속반을 꾸려 점프통장 적발에 나섰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 단속반에 참여했던 국토부 관계자는 "사적으로 은밀히 계약하기 때문에 청약통장을 양수·양도했던 당사자간 문제가 생겨 고소·고발이 일어나야 표면에 드러난다"며 "모델하우스 현장에서 불법거래를 단속했지만 거래현장을 덮쳐 적발해 내는 경우는 거의 없어 단속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일정기간 거주기간을 채워야 청약자격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논의 과정에서 묵살됐다. 예컨대 부산에 1년 이상 거주한 경우만 지역 아파트 청약자격을 주는 방안이다. 이 같은 청약자의 거주기간 요건은 지자체에서 정하면 된다.

수도권의 경우 1년 이상 살아야만 서울이나 경기·인천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를 청약할 수 있다. 그러나 대구·광주를 비롯한 광역시와 대부분 지자체는 "분양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로 거주요건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실제 부산은 입주자모집공고가 나온 당일까지만 거주지를 옮기면 청약할 수 있다.

부산의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점프통장의 폐해가 많아 지난해 초에 학계를 중심으로 거주기간을 최소 6개월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분양시장이 장기간 침체를 겪은 후 이제 불이 붙고 있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어 경기를 침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아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앞으로 분양시장이 과열조짐을 보이면 적극 대응에 나설 방침이지만, 시장은 후유증으로 침체를 보인 뒤여서 늑장대응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국토부 역시 지자체들의 거주기간 요건에 대한 기본적 현황 파악도 하지 않고 있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부산 해운대의 B공인중개업소 사장은 "지방은 가점 높은 청약통장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아 기획부동산의 점프통장과 청약 경쟁 자체가 안될 정도"라며 "물량 공세로 시장을 교란시키고 분양권을 팔아넘기는 바람에 현지인들만 피해를 입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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