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넓혀본 수도권, 54평전세 9000만원이…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2012.01.20 04:12
글자크기

인천청라, 한강신도시 등 1억원 안팎 물량… 서울 연계 교통, 기반시설 등 '불편'

편집자주 #오는 3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박모(31)씨는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에 신혼집을 마련하기로 마음먹었다. 박씨와 그의 예비신부가 모아둔 돈은 모두 합쳐 8000만원. 서울에서 이 돈으로 전셋집을 구하려면 주택가 반지하방이나 오래된 빌라 외엔 없던 만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박씨는 "여자친구가 줄곧 아파트에서만 살아왔던터라 빌라보다는 아파트 위주로 전셋집을 둘러봤다"며 "서울에선 아파트 전세를 구하기 힘들어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청라에 신혼집을 구했다"고 말했다. 박씨가 계약할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입주를 시작한 전용면적 92㎡ 규모의 주상복합이다.

ⓒ임종철ⓒ임종철


연초부터 전세난 재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일대에서 1억원 안팎의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전셋집을 구할 수 있는 곳이 다수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부터 입주가 시작된 인천 청라와 인근 검단신도시, 김포 한강신도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에선 면적에 상관없이 8000만∼1억2000만원 정도면 전세 아파트를 구할 수 있다.



실제 인천 서구 경서동에 위치한 '청라엑슬루타워'의 전셋값은 92㎡(이하 전용면적) 8000만원, 132㎡ 9000만원 등이다. 55층 주상복합아파트의 고층부에 해당하는 '로열층'이라도 전세보증금 차이는 크지 않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청라엑슬루타워, 청라SK뷰 등 신규아파트가 동시 입주하면서 물량 부담으로 전세 시세가 1억원 안팎에 형성됐다"며 "이 때문에 자금사정은 여의치 않지만 좋은 집에서 살고 싶어 하는 신세대 부부들이 청라를 많이 찾고 있다"고 귀띔했다.



인근 검단신도시 역시 전셋값이 저렴하다. 인천 서구 마전동에 위치한 '검단2차 아이파크' 145㎡의 경우 전세금이 1억1000만원 수준이다. 김포 한강신도시도 입주 물량이 풍부해 1억원 초중반대 금액이면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

현재 김포 한강신도시 우미린' 105㎡의 전셋값은 1억원 정도다. 파주신도시에 위치한 '파주힐스테이트 1차' 등 입주 2년차 단지들은 전세 매물이 대거 나오면서 전셋값이 8500만∼1억200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값싼 전세 보증금 대신 지불해야 할 것도 많다. 무엇보다 대중교통과 기반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인천 청라지구의 경우 공항철도 검암역까지 자동차로 20여분이 소요되고 서울 도심까지 직행하는 버스는 전무하다. 그나마 3월이나 돼야 서울역으로 향하는 광역버스가 운행할 예정이다.


대형 할인마트·병원·학교 등도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중3과 고3 자녀를 둔 직장인 김모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집 전세금이면 청라에서는 두 배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갈 수 있어 매력적인 게 사실이지만 인근 청라·초은고는 학급수가 너무 적어 내신에 불리하기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도 이 같은 단점에 대해 인정하는 분위기다. 청라지구내 A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금이 서울의 절반 수준도 안될 만큼 저렴하지만 자동차가 없으면 이동이 쉽지 않고 학교나 병원 등 기반시설이 충분치 않아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엔 은퇴한 노년층이 찾아오는 사례가 많다는 게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가격면에선 청라가, 서울과의 접근성 면에서는 김포가 나은 편"이라며 "전세자금이 부족한 세입자라면 이들 지역을 고려해 볼 수 있겠지만 대형이 많은 만큼 만만치 않은 관리비 등을 특별히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TOP